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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발달해도 의식 가진 컴퓨터 못 만든다

인공지능 발달해도 의식 가진 컴퓨터 못 만든다

사람은 한 가지 생각 중지하고 다른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지만 컴퓨터는 불가능해
(왼쪽부터)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앨런 튜링. / 사진:WIKIMEDIA COMMONS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고차원적인 인공지능(AI) 프로젝트는 ‘의식 있는’ 기계 제작을 목표로 한다. 원래 인간 두뇌의 기능이 각종 감각 정보를 암호화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우리가 뇌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면 그 기능을 컴퓨터에 그대로 프로그램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 그런 프로젝트의 바탕을 이룬다.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인공지능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 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AGI는 ‘강한 인공지능’ ‘완전 인공지능’으로도 불리는 기술이다.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지적인 업무를 전부 다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오픈AI와 MS는 AGI와 사람의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와 보다 개인화된 의료·교육 같은 전 지구적인 과제를 포함해 현재 다루기 어려운 여러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슈퍼컴퓨터 두뇌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전혀 진전이 없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인간 두뇌를 모사하는 ‘가상 두뇌’의 구현을 목표로 ‘인간 두뇌 프로젝트 (Human Brain Project, HBP)’를 가동했지만 전문가 대다수는 그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에서도 그와 유사하지만 좀 덜 야심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간의 두뇌를 모사하기보다 연구자들이 뇌의 데이터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1억 달러를 들여 시작한 인간 뇌 세포·회로 연구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일부 연구자는 그보다 신경과학을 컴퓨터로 모사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다른 과학자는 그런 노력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로 모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는 하나의 경험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시각과 후각 등의 정보)를 통합하고 압축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논리다. 지금의 컴퓨터가 데이터를 탐지하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으로는 다룰 수 없는 과정이다.

인간은 자신과 환경 사이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신경 연결을 적응시킴으로써 뇌에 그 경험의 기억을 저장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컴퓨터는 단기·장기 메모리 블록에 데이터를 기록한다. 그 차이 때문에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은 컴퓨터의 작동과 다를 수밖에 없다.우리의 뇌는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요소를 찾기 위해 환경을 활발하게 탐구한다. 지각은 감각 데이터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의 테이블을 볼 때 여러 각도로 인식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 패턴이 이전에 식별된 물체의 다른 모습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을지 기억에 물어볼 필요 없이 직감적으로 인식한다.

이 문제와 관련된 다른 관점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기억 과정이 우리 뇌의 여러 부위와 연관된다는 사실이다. 그중 일부는 상당히 넓은 부위를 포함한다. 기술 학습과 전문지식 습득은 신경세포의 재편성과 물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강도를 변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변화는 고정된 구조를 가진 컴퓨터에선 완벽하게 모사할 수 없다.

최근의 연구에서 나는 의식이 컴퓨터로 구현될 수 없는 추가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자각하며, 한 가지에 관한 생각을 중지하고 다른 것을 생각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첫 생각이 어디까지 진행됐든 상관없다. 그러나 컴퓨터는 그런 전환이 불가능하다. 80여 년 전 영국의 선구적인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스스로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생각을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것은 의식에서 핵심을 이루는 능력이다.

튜링이 남긴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기계적 프로그램의 정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수학적 증명이다. 튜링은 ‘튜링 기계(Turing Machine)’라는 계산 모형으로 종료 문제의 결정 불가능성을 증명했다. 그의 논거는 내재적인 모순을 만들어 내는 논리의 속임수를 바탕으로 한다. 프로그램의 정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일반적인 프로세스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프로세스의 결과는 ‘정지될 것이다’나 ‘정지되지 않을 것이다’ 둘 중 하나다. 상당히 간단하다. 그러나 튜링은 한 교활한 엔지니어가 정지 확인 프로세스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상상했다. 거기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정지 확인 프로세스의 답이 ‘정지될 것’일 경우 그와 반대로 프로그램을 계속 작동하라는 지시였다.이런 정지 확인 프로세스를 새 프로그램에서 가동하면 그런 기능이 틀릴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을 정지한다고 결정하면 프로그램은 정지하지 말라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지 확인 프로세스가 프로그램을 정지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모든 작동을 즉시 정지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터무니없지만 그런 난센스가 튜링에게 결론을 제시했다. 프로그램을 분석해 정지할 수 있다고 완벽하게 확신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의 흐름을 끊고 다른 생각의 길로 옮겨갈 수 있는 우리 뇌의 시스템을 컴퓨터가 그대로 모사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의식 있는 존재에겐 내재적인 일부분임이 확실하다.

튜링의 연구 이전에도 독일의 양자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물리적인 사건의 속성과 그에 관한 관찰자의 의식적인 지식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가 말하는 그 차이가 “의식은 컴퓨터 같은 물리적인 과정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컴퓨터는 모든 작동을 기초적인 논리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가설은 의식을 독점적으로 다루는 뇌의 특정 부위가 없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하면 뇌의 여러 부위에서 서로 다른 인지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 세미르 제키 교수는 “의식은 단일체가 아니며 시간과 공간에 산재한 여러 가지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한계가 없는 인간 두뇌 능력의 이런 형태는 한계가 분명히 있는 컴퓨터가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 수브하시 카크



※ [필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의 전자·컴퓨터엔지니어링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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