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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아시나요?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아시나요?

저축은 투자용 종잣돈 모으는 디딤돌... 투자는 만기 없고 파는 시점도 스스로 정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거칠게 구분하면, 돈을 운용하는 방법에는 2가지뿐이다. 하나는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다. 앞의 것을 흔히 ‘투자’, 뒤의 것을 ‘저축’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개 자산운용을 논할 때, 이 두 가지를 섞어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은행 예금에 투자했다고 표현하거나 주식에 저축을 한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물론 투자냐 저축이냐 굳이 구분하는 게 뭐가 중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축은 저축의 본성에 맞게, 투자는 투자의 본성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에는 만기가 없다
먼저 저축과 투자의 중요한 차이는 만기(滿期) 여부다. 저축은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 등을 받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예금에 가입했다는 것은 은행에 3년 동안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다는 얘기이다. 만일 3년 만기 전에 상환을 요구하면, 즉 해약하면 은행은 기간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기 때 이자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축을 ‘자금 대여 계약’으로, 가입 신청서는 일종의 ‘차용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축에서는 자금 대여 기간이 만기가 된다. 하지만 투자는 만기가 없다. 내가 주식을 샀다고 언제까지 꼭 팔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내가 팔고 싶을 때 팔면 그만이다. 심지어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과 같은 사람은 주식 보유 기간이 얼마냐는 질문에 ‘영구 보유 종목’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보유하고 싶은 종목을 사라는 얘기이다.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쉽지 않는 주문이지만 그만큼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신중하고 엄밀할 것을 당부하는 말일 터이다.

저축과 투자는 수익이 확정되는 방식도 다르다. 저축은 자금을 빌려주는 게임이므로 차용증을 쓸 때 수익이 결정된다. 예금 가입 시점에 연 4%를 주기로 했다면, 그 사이에 금리가 급등하더라도 4% 밖에 주지 않는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해도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앞의 상황에서는 돈을 빌린 측이, 뒤의 경우에는 빌려준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고금리 시절에 가입한 저축성 보험이다. 과거 7%대 전후의 확정금리로 가입한 저축성 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했음에도 과거 약속한 고금리를 누리고 있다. 반면 보험회사들은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다.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중소형 생보사들이 파산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과거에 판매했던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 때문이었다.

저축은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엄청난 연봉이나 수입을 올리지 않는 한 저축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할 수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사정이 더하다. 저축은 투자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봐야 한다.

그러나 저축이 높은 수익을 내는 시기도 있다. 경제위기가 올 때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2000년 초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기에는 금리가 폭등한다. 이런 시기에 우량한 채권을 매입하면, 만기까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아파트나 주식을 사서 대박이 난 얘기를 전설처럼 듣곤 한다. 그러나 실제 고수들은 이런 시기에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나 우량한 회사채를 매입해서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얻곤 한다. 재미난 점은 채권이나 예금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화려하지 않아 전설이 없다는 것이다. 전설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안정적으로 높은 확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전설이 아니어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참고로 채권 투자 수익은 이자와 매매 차익으로 구성되지만 여기서는 채권도 돈을 빌려주는 개념이므로 저축의 영역으로 포함시킨다).
 저축과 투자, 수익의 원천이 달라
저축과 달리 투자는 파는 시점에 수익이 결정된다. 팔기 전까지 가격 변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상관없다. 매도 시점이 수익의 모든 것을 확정한다. 저축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라면, 투자는 닫고 나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할 때는 반드시 팔 때를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예전에 만났던 부동산 고수의 얘기가 생각난다. “나는 부동산 물건을 볼 때, 잘 팔 수 있는 것만 살려고 노력한다. 돈을 빌릴 수만 있으면 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잘 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눈에 좋은 것이 아니라 남의 눈에도 좋아보일 것을 찾아야 한다.”

투자는 만기가 없고 자신이 파는 시점도 결정해야 하므로 ‘자기 책임의 원리’가 작동한다. 은행 예금은 최악의 경우라도 예금자보호법으로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해 주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내 돈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투자 방식은 직접 매입하든가 아니면 다양한 간접투자 상품을 이용하는 것, 2가지가 있다. 금융투자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이 대중적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펀드는 전문가가 운용하지만 그 결과는 투자자의 몫이다. 손실이 났다고 해서 운용회사나 운용자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메워주지 않는다. 더구나 회사 돈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는 재산권 침해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선의(善意)가 작동될 수도 없다.

투자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간접투자 상품을 고르는 일은 ‘신뢰’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만일 당신이 누군가에게 돈을 맡겨 자신의 돈을 운용한다면 어떤 사람을 고르겠는가. 개인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수익률이 좋은 상품 위주로 소개 받기 때문이다. 그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투자 철학이 어떠하며, 과거 때 운용역이 누구인지, 투자 철학은 어떠한지 등을 묻고 설명을 들어야 한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수동적 투자 수단을 통한 자산배분이 주목받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펀드 선택의 어려움 때문인 것 같다.

규모도 문제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결과나 국내의 경험을 보더라도 펀드 규모가 단기간에 급증하면, 그 이후에는 수익률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물론 국내 펀드에 관한 얘기이다). 1조원을 운용하는 것과 100억원을 운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100억원일 때, 수익률이 좋았다고 5000억원, 1조원일 때 운용을 잘 한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글로벌 펀드인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이 우리나라 전체 시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로 시야를 넓히면, 상당 부분 규모의 문제는 해소가 될 수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초점을 맞출 때, 너무 규모가 단기간에 커진 펀드는 경험적으로 좋은 성과가 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물론 대세 상승장에서는 큰 규모의 펀드도 수익을 낼 것이다).

저축과 투자는 다른 차원의 세계이다. 본성도 다르다. 이 둘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각각의 본성에 맞게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실패 확률을 줄여 나가는 길이다. ‘당신은 지금 투자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저축을 하고 있는가’.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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