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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아름다움을 와인에 담다

땅의 아름다움을 와인에 담다

나파밸리 슈램스버그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 ‘블랑 드 블랑’, 열대과일과 오크 향 어우러지는 상큼한 맛으로 인기
(왼쪽부터) 최근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나파밸리에 자리 잡은 슈램스버그의 포도원. 슈램스버그의 스파클링 와인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르 포도를 사용하는 프랑스의 빈티지 샴페인 제조 방식을 따른다. / 사진:SCHRAMSBERG.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굽이치는 언덕. 초록색과 겨자색으로 물든 광활한 숲 사이로 키 작은 나무가 늘어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슈램스버그 포도원이 나온다. 맑은 시내와 연못 주변엔 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고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르 포도나무 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전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마치 밥 로스의 풍경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의 66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슈램스버그 와인이 그렇게 매혹적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포도원이 자리 잡은 땅의 아름다움이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슈램스버그의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 한 잔 한 잔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데이비스 가문은 이 땅에서 50년 넘도록 슈램스버그 포도원을 운영하며 세계 수준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해 왔다. 이 포도원에서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르 포도를 사용하는 프랑스의 빈티지 샴페인 제조 방식을 따른다.

1862년 세인트헬레나 시 위쪽 산비탈 포도원을 처음 경작한 사람은 독일계 이민자 야콥 슈람이었다. 하지만 슈람 가문은 1920년대에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그 땅에서 쫓겨났고 와인 사업도 접어야 했다. 1960년대에 와서 와인 사업에 열정을 품은 잭과 제이미 데이비스 부부가 이 포도원을 사들였다. 캘리포니아 태생인 이 부부는 와인 제조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미국 최초의 고급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굳건했다.

현재 슈램스버그의 사장 겸 CEO인 휴 데이비스는 부모인 잭과 제이미 부부를 이렇게 회상했다. “두 분은 와인 사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비전도 확실했다. 슈램스버그 포도원을 보고 나서 이곳이 그 사업 계획을 실행에 옮길 최적의 장소임을 직감했다. 우리 부모는 그 이전엔 농업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고 조부모는 와인을 마시지도 않았다. 그런 분들이 어떻게 와인 사업을 꿈꿨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두 분은 젊어서부터 와인을 좋아했고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던 것 같다.”

1950~60년대에 캘리포니아 와인업자 중에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르 테이블 와인에 손댔던 사람은 몇몇 있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고급 스파클링 와인 제조에 도전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잭과 제이미 부부의 노력은 1965년 미국 최초의 샤르도네 스파클링 와인 블랑 드 블랑으로 결실을 맺었다. 스톤 향이 풍부하고 열대과일과 사과, 레몬 꽃 향이 은은한 오크 향과 멋지게 어우러지는 와인이다. 산뜻하게 갈증을 풀어주는 이 첫 번째 빈티지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슈램스버그의 블랑 드 블랑 와인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평화의 건배’를 나눌 때 건배주로 사용된 후 미국 국가 행사의 단골 와인이 됐다. “아버지는 국무부에서 블랑 드 블랑 13상자를 주문받았을 때 이야기를 즐겨 했다”고 데이비스 사장은 돌이켰다. “그 주문이 어떻게 성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랑 드 블랑 판매량이 연간 약 1000상자에 불과했던 당시로선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 13상자를 국무부에서 주문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아버지와 형이 주문받은 13상자를 나파밸리와 새크라멘토 사이에 있는 트래비스 공군기지에 배달했다. 그 와인이 역사적인 ‘평화의 건배’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주 후였다. NBC ‘투데이 쇼’에서 진행자 바버라 월터스가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캘리포니아산 스파클링 와인 블랑 드 블랑이 건배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때로는 그냥 그렇게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후 슈램스버그의 스파클링 와인은 미국 역대 정부의 백악관 공식 행사에 꾸준히 사용됐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4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공식 와인으로 쓰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오래전 잭과 제이미 부부를 사로잡았던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와인 인스티튜트의 보고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의 국내 출하량은 2630만 상자를 웃돌아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데이비스 사장은 “최근 들어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데다 때마침 미국 와인 시장이 성장세여서 이런 결과가 나온 듯하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가문은 54년 동안 이곳에서 고급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 세월보다 더 오래도록 이 사업을 이어가길 바란다.”

고급 슈램스버그 와인이 백악관 공식 와인으로 쓰인다고 해서 정치 지도자만 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슈램스버그는 슈램스버그 리저브, J. 슈램, 데이비스 빈야드 등의 상표로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와인, 로제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 애호가는 미국 각지의 소매상에서 슈램스버그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또 슈램스버그와 데이비스 빈야드의 와인 클럽에 가입하면 최신 고급 빈티지가 나올 때마다 맛볼 수 있다. 또한 나파밸리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관심 있다면 슈램스버그 포도원에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투어와 시음회에 참가할 것을 추천한다.

- 재니스 윌리엄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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