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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42)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미래를 알면 젊은 세대가 아이 낳을 것”

[이필재가 만난 사람(42)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미래를 알면 젊은 세대가 아이 낳을 것”

2030년 세계 국가 절반이 기본소득 지급… 탈중앙화로 스마트한 개인 시대 도래
사진:박종근 기자
“미래를 알면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를 안 낳는 건 단적으로 의식주 문제 해결 전망이 불투명하고 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미래엔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고, 2030년이면 전 세계 국가의 절반이 기본소득을 지급할 겁니다.”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2050년이 되면 대부분의 국가가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면 불만 세력이 로봇을 때려 부수는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겁니다. 국가적으로 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느니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더 경제적이죠. 더욱이 3D 프린터 덕에 풍요의 시대가 열려 생활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그는 3D 프린터로 집에서 피자, 파이도 만들어 먹고 장차 옷도 스스로 만들어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먹을 수 있는 낙과가 버려지지만, 앞으로는 떨어진 사과도 갈아서 카트리지에 넣어 냉동보관했다가 사과 파이 두쪽만 프린트해 먹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사라질 겁니다. 고기도, 곡물도 배양해 먹고 유제품, 가죽제품도 프린트하게 될 거예요. 양돈, 양계 등 더 이상 사람이 먹기 위해 동물을 키울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축산업·유제품 산업의 종말이 올 겁니다.” 미래 연구자들은 장차 집도 3D 프린터로 짓게 될 거로 예측한다.
 집도 3D 프린터로 짓는다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는 세계적인 미래연구 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대표부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66개 지부를 두고 있다. 4500여 명의 정부 공무원, 기업인, 학자 등이 참여해 미래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박 대표는 이를 토대로 2006년부터 연세대 등에서 미래 예측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블록체인AI 뉴스 편집인도 맡고 있다.



미래 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요?


“세계적으로 자동차와 연관된 일자리가 전체의 25%를 차지하는데 10~20년 후 대부분 소멸할 겁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때문이죠. 우선 직업적인 운전, 자동차 보험업, 교통경찰이 사라질 겁니다. 대신 자율주행차 관련 일자리가 생겨나고, 자동차산업은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장악할 겁니다.”



그 밖의 자율주행의 파급 효과가 뭔가요?


“땅값이 평준화돼 명동,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 없어질 겁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엔 차 안에서 일도 하고 게임도 할 겁니다. 무슨 용도든 입지의 중요성이 현저하게 낮아지죠.”
 자율주행 시대 땅값은 평준화
자율주행 시대의 그늘도 있다. 운전이 필요 없어 술과 마약에 쉽게 빠질 수 있고 차안에 미니바가 생기는가 하면 차내 매춘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산업의 획기적인 변화로 권력 이동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다?


“과거 종교, 국가, 다국적기업 순으로 권력을 장악했다면 탈중앙화가 일어나면서 스마트한 개인들이 스스로를 컨트롤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AI와 블록체인의 도움을 받겠죠. 소비자·판매자·개발자 간의 경계도 모호해 질 겁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과 건설은 사양화할 겁니다.”

탈중앙화·분권화를 실현시킬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의식 기술 시대엔 유통 마진 명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폭리를 취하는 중간상인 등 미들 맨의 힘이 빠질 거로 예측했다.



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교육은 무료화되고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의 발달로 학력 경쟁, 학벌 스펙은 무의미해질 겁니다. 지식의 공유 및 이전으로 인지 능력의 개인 차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는 이런 시대에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건 넌센스 라고 주장했다. “대학에서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을 전공하고 인문학은 인터넷을 통해 학습하면 됩니다.”



공부가 무의미해지면 그럼 미래 세대는 뭘 해야 하나요?


“기후변화, 빈부격차, 여성 및 아동 빈곤, 환경오염, 물 및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필요로 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면 부자가 될 겁니다.”

그는 아예 보상을 전제로 하는 노동이라는 말이 사라질 거로 내다봤다. 기본소득으로 생계가 해결되면 일의 선택 기준은 관심과 재미가 될 것이다. 장차 연주도 로봇이 하게 되면 예술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종사하게 될 거로 그는 예측했다.



이런 시대 스마트한 개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뭔가요?


“협력, 창의성, 포용력, 인내심 같은 것들이죠. 경쟁을 유발하는 교육은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아닙니다.”

이런 사회로 이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예산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탄소세, AI세, 로봇세 등이 그 재원이 될 것이다. 조세회피 지역에 있는 과거 권력자와 재벌의 은닉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단지성은 그가 번역해 정착된 말이다. 그는 일찍부터 미래의 기술을 소개하는 동안 또라이, 사기꾼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뭔가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부상하는 산업과 부상 기술을 들여다봐야죠. AI, 블록체인, 에너지, 바이오 의약 같은 것들이죠.”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연장될까요? 초고령사회의 시니어들은 어떻게 살게 될까요?


“100세 시대를 내다본 게 15년 전 일입니다.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30~150세 살 거로 봐요.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노인들과 자녀들이 같은 커뮤니티에서 삽니다. 4~5층까지 저층엔 노인들이, 고층엔 자녀들이 사는 식이죠. 노인들은 수경재배로 베란다 가든, 윈도 가든 같은 텃밭을 가꾸고, 자식들은 손쉽게 부모를 찾아 볼 수 있죠. 신대가족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데 150세를 산다면 4~5세대가 같은 커뮤니티에 살 수도 있어요. 이처럼 가족관계가 중요하고, 150세를 산다면 친한 친구도 두어 명은 꼭 있어야 합니다.”



미래 연구를 바탕으로 시니어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


“절약해 야금야금 쓰면서, 노인 빈곤에 빠지지 않으려면 약간의 투자도 하는 게 좋다고 봐요. 전 세계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를 보면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어 하고 자녀와 가까운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대도시의 도심보다는 병원이 있는 중소도시의 마을회관 같은 노인홈에서 노인들끼리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일을 한다면 부상하는 산업 쪽에서 기술과 지식을 쌓아 컨설팅 같은 일을 하는 게 좋아요.”

박 대표는 대구 태생으로 경북대 외국어교육과(프랑스어 전공)를 나왔다. 졸업 후 영어선생 7년 해 번 돈으로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영화 제작을 하고 싶었지만 프랑스어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으로 옮겨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한 후 오하이오대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했다. 그 후 미국인 브루스 함슨과 결혼했다. 이 결혼을 집에는 2년 후에야 알렸다. 경북대 출신으로 학교 교장으로 있던 그의 아버지는 이 일로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1982년엔 3개월 간 배낭을 메고 유럽과 아프리카를 돌아다녔다. 아마도 국내 첫 배낭여행자일 것이다. 여행지 우체국에서 마주친 게시판에 그는 한국어로 메모를 남겼다. ‘박영숙, 여기 왔다 가다.’

그는 주한영국대사관에 20년, 주한호주대사관에 10년 근무했다. 영연방 국가 정부에 총 30년 간 근무한 셈이다. 보직은 각각 공보관과 수석보좌관이었다. 영국대사관 근무 초기의 일이다. 당시 부대사가 흑인이었다고 한다. 롯데호텔에서 공식 행사를 마치고 부대사와 함께 물품을 들고 나오는데 배가 나온 중년의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이 년이 대낮부터, 왜 하필 ‘깜둥이’야?” 그는 “그 후 88올림픽을 치르면서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도인 등 아시아인에 대해서도 대체로 한국인보다 피부가 검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없이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진하다고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출신일 거라 단정하는 거죠. 교육과 방송 등 언론이 이런 오만과 편견을 교정해 줘야 합니다.”

그는 다문화라는 말도 사라질 거로 전망했다. 5G 시대 개막으로 온라인상에서 외국인과의 교류가 활발해져 국제결혼을 포함해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각국의 문화 자체가 다문화적 다양성을 띠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경은 희미해지고 공무원은 줄어들 겁니다. 사실 똑똑한 사람이 공무원이 되는 나라는 희망이 없어요.” 영국대사관에서 예닐곱 명을 지휘하는 공보관으로 일할 땐 외부 전화를 받으면 남자들이 걸핏하면 “공보관 빨리 바꾸라”고 고압적으로 말했다.



남녀의 성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거로 예측하나요?


“우주 공간을 개척하는 일 말고는 전쟁, 건설 등 남자들이 잘하는 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뇌과학의 성과로 전쟁의 양상조차 심리전으로 바뀌고 있어요. 적 병사의 뇌를 조작해 적의를 호감으로 바꿔놓는 거죠. 거의 모든 일자리를 사실상 여자들이 ‘점령’했어요. 서양에서는 여자에게도 ‘헤이 맨’ 하는 시대입니다. ‘여자가 힘이 세네’, ‘여자가 고생하네’ 식으로 남녀를 구분해 ‘여자가 어떻다’고 말하는 화법을 이제 버려야 합니다.”



남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합니까? 남자가 더 잘하는 일은 뭔가요?


“창업과 혁신은 남자가 잘한다고 봅니다. 승부욕은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죠. 남자들은 스타트업 창업을 해야 합니다.”
 한국인, 피부색 차별 말아야


영연방 정부에서 오랫동안 공보를 담당했습니다. 한국 언론 나아가 한국의 기자들에게 바라는 게 뭔가요?


“무엇보다 정치인들과의 정언유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정치인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크게 실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출입처 시스템도 손봐야 합니다. 경제부 외에 정치·사회·문화 등은 내셔널부가 커버하면 돼요. 특히 국회 출입기자를 없애야 합니다. 청와대 등 정부 출입기자야 필요하죠.”

그는 검찰이 센 탓인지 검찰 발 기사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남편 사촌이 6~7년 간 미 미시건주 검찰총장을 지냈는데 미국은 검찰총장이 박봉에 힘도 없더라고 덧붙였다. “대신 외신, 신기술, 미래를 다룬 기사를 늘려야 합니다.”



정부엔 어떤 주문을 하고 싶나요?


“처음 영국대사관에서 일할 때 영국 정부가 총리실 소속의 미래청을 만들었습니다. 160여 명의 공무원이 오직 미래만 다뤘죠. ‘미래창조과학부’ 식으로 미래 담당부서가 현재도 커버하게 하면 안 됩니다. 현재 업무에 치이어 결국 가까운 미래를 다루게 마련이죠. 기본적으로 미래 정부는 지금보다 작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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