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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베네치아는 딱 한 번만 가라

파리와 베네치아는 딱 한 번만 가라

관광객으로 몸살 앓는 유럽의 유명 도시를 대체할 신선한 여행지 5곳
산 세바스티안 / 사진:GETTY IMAGES BANK
유럽에는 대량 관광의 망령이 떠돈다. 유럽의 일부 도시는 너무 아름다워서 몸살을 앓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지의 도시들은 날씨가 적당할 때면 가이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관광객으로 가득 차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아보기 힘들다. 베네치아나 파리 같은 유럽의 유명 도시를 아직 못 가본 사람이라면 가라. 하지만 딱 한 번만 가라. 그다음엔 좀 덜 알려지고 현지인이 관광객을 진심으로 반기는 그런 곳들을 찾아가라.
 바르셀로나 대신 산 세바스티안
사진:GETTY IMAGES BANK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매혹적인 해변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관광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길거리 곳곳에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낙서가 눈에 많이 띄었다. 현지인이 원치도 않는 데다 가봤자 지갑이나 잃어버릴 게 뻔한 곳에 왜 가나? 대신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안으로 가자. 이 해변 도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기푸스코아주의 주도로 맛있는 요리가 넘쳐난다. 낮에는 해변에서 느긋하게 쉬고 이른 저녁 구시가지를 산책해 보자. 다양한 핀초(바스크 지방의 전형적인 애피타이저로 조그만 빵 조각 위에 재료를 올린 뒤 이쑤시개로 고정한 것)를 파는 레스토랑과 술집이 줄지어 있다.
 두브로브니크 대신 나폴리
사진:GETTY IMAGES BANK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매우 혼잡하다. 이 해변의 옛 도시는 중세 시대의 성곽으로 둘러싸여 방문객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유람선 몇 척이 해안에 정박하는 때면 관광객이 석회암 깔린 거리를 가득 메운다.

그래서 이 도시는 유람선 관광을 제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밀려드는 관광객을 주체하지 못한다. 게다가 구시가지에 집이 있는 사람들이 가욋돈을 벌려고 앞다퉈 에어비앤비 숙소 등록에 나서는 바람에 도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호텔처럼 변해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브로브니크에서 진정한 옛 도시의 정취를 느끼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차라리 이탈리아 나폴리로 가라. 나폴리는 나폴리 사람들로 붐비긴 하지만 관광객은 보통 이곳을 건너뛰어 폼페이로 직행한다. 나폴리엔 소매치기가 많지만 소지품 단속에 신경 쓰면 불상사는 피할 수 있다. 나폴리는 확실히 유럽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도시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피자를 포함해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이 많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이 해변 도시엔 또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거리가 많다.
 파리 대신 트빌리시
사진:CZECHTOURISM.COM
‘빛의 도시’ 파리는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날씨가 따뜻한 계절엔 특히 그렇다. ‘동양의 파리’ 같은 별명을 지닌 도시들이 많지만 사실 이 멋진 도시를 대신할 곳은 없다. 그러니 적어도 한 번은 가봐야 한다. 하지만 딱 한 번만 가라. 그다음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라. 예를 들면 조지아의 트빌리시 같은 곳 말이다. 트빌리시는 파리만큼 멋지진 않지만 훨씬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조지아의 속담에 ‘손님은 신의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조지아 음식을 처음 맛보는 사람이라면 ‘왜 진작 먹어보지 않았을까’ 자책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조지아 와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지아인은 내추럴 와인이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내추럴 와인을 만들어왔다 트빌리시에는 곧 무너질 듯한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선 거리와 매혹적인 레스토랑, 와인 바, 카페가 많다.
 프라하 대신 올로모츠
사진:GETTY IMAGES BANK
체코인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적 도시 중 하나인 프라하를 오래전 관광객에게 내줬다. 레트나와 홀레소비체, 칼린, 지즈코프, 비노흐라디, 브르소비체, 스미초프 등 외곽 지역엔 꽤 괜찮은 펍과 레스토랑, 커피숍이 많아 둘러볼 만하다.

하지만 프라하를 대체할 만한 도시를 찾는다면 올로모츠를 추천한다. 모라비아 북부의 대학 도시로 바로크 양식의 교회와 분위기 있는 맛집, 카페가 많은 역사적인 곳이다. 또 올로모츠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올로모츠 치즈’는 세계에서 가장 냄새가 지독하고 맛이 강한 치즈로 알려졌다. 둥근 메달 형태의 이 치즈는 냄새보다 맛이 훨씬 좋고 체코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베네치아 대신 볼로냐
베네치아는 만인의 연인 같은 도시지만 유감스럽게도 홍수가 잦다. 다행히 홍수가 나지 않았을 때는 관광객이 범람한다. 그러니 베네치아 대신 볼로냐로 가라. 볼로냐에는 운하도 곤돌라도 없지만 맛있는 음식이 많다. 오죽하면 라 그라사(La Grassa)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라 그라사는 ‘뚱보’라는 뜻으로 음식이 너무 맛있어 살찌기 쉽다는 의미다.

볼로녜즈 라구는 토마토와 소고기로 만든 이 지역 특유의 소스로 이 도시에서 가장 맛있는 라구 소스를 찾아 며칠 동안 투어를 할 수도 있다. 11세기에 설립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이 도시 한가운데 있어 학생이 많다. 회랑이 있는 보도가 많아 길을 잃기 쉽지만 그게 이 역사적인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이기도 하다. 걷다가 시장기가 느껴지면 어디든 가까운 곳에서 트라토리아(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이탈리아 식당)를 찾을 수 있다.

- 데이비드 팔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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