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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한 식사법 대사증후군 극복에 도움될까

시간제한 식사법 대사증후군 극복에 도움될까

생체 리듬에 맞춰 특정 시간대만 식사하면 체중 감량과 숙면, 혈압 관리에 좋다는 연구 결과 나와
시간제한 식사법은 하루 중 10시간 안에 식사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시도하기 쉽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과학자들이 대사증후군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시간제한 식사법(TRE)’이 체중 감량과 수면 장애·고혈압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가 나왔다. TRE란 생체리듬에 맞게 하루 중 10~12시간의 특정 시간대에만 식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물 외에는 먹고 마시지 않는 섭식 방식을 말한다.

미국심장협회(AHA)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23%가 고혈압과 고혈당, 비만 같은 증상을 포함하는 대사증후군에 시달린다. 또 대사증후군은 심혈관 장애나 당뇨 환자, 뇌졸중 경험자의 위험을 높인다.

연구팀은 TRE의 잠재적 혜택을 시험하기 위해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자원자 19명(남성 13명, 여성 6명)에게 하루 10시간의 시간대를 정하고 12주 동안 그 시간대에만 식사하도록 했다. 피험자들은 평상시와 똑같이 먹고 운동하며 언제든 내키는 때 물을 마셨다. 그들은 TRE를 시작하기 전 2주 동안, 또 테스트 기간 12주 동안 스마트폰 앱에서 자신의 열량 섭취를 확인했다. 19명 중 16명이 고지혈증약이나 고혈압약을 복용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미국 소크 연구소 산하 항상성 조절 생물학 실험실의 사치다난다 판다 교수에 따르면 피험자 대다수는 테스트 기간 12주 동안 아침에 깨어나 약 2시간 뒤 아침 식사를 했고,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에 저녁을 먹었다. 테스트 기간이 끝나자 피험자의 체중과 체질량지수, 복부 지방, 허리둘레가 평균 3~4% 줄었다. 아울러 혈압이 낮아졌고, 심혈관 질환과 상관있는 지방이 줄었으며, 전반적으로 잠을 더 잘 잤다. TRE의 부작용을 호소한 피험자는 없었다. 논문의 공동 저자 중 다른 한 명인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 캠퍼스) 의과대학원의 심장 전문의 팸 토브 교수는 테스트가 끝난 뒤 일부 피험자는 복용하던 고지혈증약이나 고혈압약을 끊었다고 밝혔다.

최근 학술지 ‘세포대사 저널’에 이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TRE는 대사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약 복용에 추가할 수 있는 생활방식적 개입으로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은 TRE가 복용하는 약의 효과를 더 높여 그런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대부분 섭취 열량을 줄이고, 더 건강에 좋은 식단으로 바꾸며, 운동을 더 하는 등 식사와 생활방식을 급격히 바꾸라는 처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그런 변화가 효과를 내지 않으면 환자는 약을 처방받는다.

증거에 따르면 식사를 하루 중 긴 시간대에 걸쳐 불규칙적으로 하면 24시간 생체 리듬이 혼란을 일으켜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하루 중 정해진 시간대에 식사하는 것이 대사증후군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판다 교수는 이전의 실험용 쥐 연구에서 하루 중 10시간 안에만 열량을 섭취하는 TRE가 ‘의미 있는 혜택’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당뇨 조짐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진 성분이 든 사료를 먹여도 TRE가 쥐의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복구시켰다.

논문의 공동 저자 중 또 다른 한 명으로 판다 교수의 실험실에서 박사 후 과정으로 연구에 참여한 에밀리 마누지안 연구원은 매일 일정하게 하루 10시간대 안에 물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먹고 마시면 “나머지 14시간 동안 몸이 휴식을 취하면서 원상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몸이 언제 음식물이 들어올지 예상할 수 있어 대사를 최적화하도록 준비할 수 있다.”

판다 교수는 뉴스위크에 “당뇨나 대사 장애를 가진 환자 대다수는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도한 뒤 한두 가지 약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약을 복용한다는 것은 행동과 생활방식적 개입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 연구는 약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식사법 조절로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이 접근법으로 우리 친척 중 다수가 초기 단계에 있던 당뇨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약을 먹지 않고 4년 이상 혈당을 조절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접근법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강한 예감을 가졌다.”

아울러 이 연구는 TRE를 시도하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보여준다. 판다 교수는 피험자의 70%가 TRE를 무리 없이 잘 따랐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또 일부는 테스트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발적으로 최소 1년 동안 TRE를 계속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판다 교수는 이 연구의 피험자 수가 적은 것이 한계라며 좀 더 대규모의 임상 연구가 TRE의 잠재력을 더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반인에게도 TRE가 도움이 될까? 판다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일주일에 최소 6일 동안은 하루 10시간대 안에 식사하도록 노력하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는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의사가 그들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약의 용량을 조절하며 저혈당증이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TRE는 간헐적 단식의 한 종류로 알려졌다. 그러나 판다 교수는 TRE를 단식의 한 가지 형태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단식은 음식을 먹지 않고 굶주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언제, 또 얼마나 오래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등의 조건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나는 TRE를 24시간 생체 리듬과 연결하고 싶다. 자신의 생체 리듬에 맞게 예를 들면 하루 중 10~12시간 안에 식사하는 방식이다.” 또 그는 ‘단식’이라고 하면 환자가 건강 증진에 필요한 음식을 먹는 것마저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영리 단체 영국 당뇨재단의 선임 임상 고문인 리비 다울링(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은 뉴스위크에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지만 당뇨 증상 완화에 간헐적 단식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는 아주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 연구는 제2형 당뇨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TRE가 효과 있는지가 아니라 그들에게 그런 다이어트가 실행 가능한지만 살피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그 잠재적인 혜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실제 그런 환자에게 TRE를 처방하는 문제에 관해 어떤 가정도 해선 안 된다.”

다울링 고문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과체중이나 비만한 사람에겐 제2형 당뇨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체중 감량이다. 책임 있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면 시도해도 좋다. 중요한 점은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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