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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잡는 열화상 카메라] 37.5도를 감지하라, 신종 바이러스 확산 막는 용병

[우한 폐렴 잡는 열화상 카메라] 37.5도를 감지하라, 신종 바이러스 확산 막는 용병

설비·방위·자동화 등에 쓰이는 산업용 기기… 사스 유행하던 2003년부터 공항 입국장에 설치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자들이 검역대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면서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검역하는 발열 감지 조사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국내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인 35세 중국인 여성은 인천국제공항 검역대에서 열이 38도가 넘는다는 것이 체크되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격리 이후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국내 확진 환자인 50대 한국인 남성 역시 김포공항 검역에서 37.8도 발열 증상이 나타나 ‘능동 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인체 투과 하지 않아 해로움 없어
1월 2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플리어시스템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이해동 지사장은 “설비, 방위산업 등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때 먼저 온도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물론 검역관이 모든 환자를 100% 발견할 순 없다. 해열제를 먹고 입국한 사람,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발열 증상을 입국 순간부터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분류해 감염 여부를 바로 확인하는 건 추가 확산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발열’은 질환의 한 증상이지만, ‘발열 감지’는 이처럼 질병 확산을 막는 예방책으로 쓰인다. 이를 위해 공항과 항만 등에는 검역관이 추가 배치됐다. 이때 검역관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기가 있다. 피부표면 온도를 비접촉식으로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여 명이 몰리는 현장에서 피부표면 온도 차이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이 기기 때문이다. 기기에 특정 온도를 입력하면, 입력한 온도보다 높은 사람이 카메라 화면에 잡히고 알람이 울린다. 이때 검역관이 해당인을 따로 불러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의료용 기기가 아닌 열화상 카메라가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질병 확산 방지에 사용된 건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때부터다.

공항과 항만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제조기업 플리어시스템의 이해동 한국지사장은 “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2003년 당시 질병관리본부 소장이 먼저 연락을 주었고, 인천공항 검수대에 처음으로 기기를 빌려줬다. 그 후 국내 공항과 항만에서 기기를 직접 사서 사용하고 있다”며 “단순 기기 제조가 아닌 생명을 살리고 삶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업으로 항상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 점유율 70% 정도 차지하고 있는 플리어시스템은 사실 설비진단, 방위산업, 자동화 산업 등에 사용되는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글로벌 매출은 2018년 17억8000만 달러, 2019년 3분기까지 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지사장은 “설비할 때 전기에 이상이 생기면 온도가 올라가고 이는 곧 누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시멘트 작업에서도 온도 차이로 시멘트가 팽창하고 수축하기 때문에 견고하게 골조를 다지기 위해서는 온도 파악이 필수”라고 말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빛이 없는 야간에도 생명체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어서 방위산업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 3~4년 전부터는 드론에 이 기기들이 부착돼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산업에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가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피부 온도 차이 감지로 적용하는 데 있어서 신체상 해로움은 없다.

플리어시스템의 비접촉성 열화상 카메라는 영하 40도부터 2000도까지 오차범위 ±2% 내로 측정할 수 있다. 이 안에서도 연구용, 산업용 등 용도에 따라 범위는 다양하게 나뉜다. 확인되는 온도 값은 대부분 0.5도 단위로 나오지만, 이 또한 기기마다 다르다.

이처럼 열화상 카메라가 발달하고, 다양해지면서 관련 산업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아쉬운 점도 있다. 기술력을 가진 국내 토종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산업은 크게 센서산업에 속하는데 국내 센서사업은 스마트폰에 활용되는 이미지 감지, 자동차에 활용되는 거리·속도 감지 부분은 발달했지만 열을 다루는 온도 감지 분야 연구는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다.
 활용도 높아지는 추세, 토종기업은 안 보여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 플리어시스템이 국내 기기 점유율 70% 남짓을 차지할 만큼 독보적이고, 나머지는 NEC 등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기연구원에서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엘시그니처와 같은 중소기업 몇몇이 있는 게 현재 상황이다. 더 정확하게 살피면 기기 안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은 생산하지만 플리어시스템처럼 부품부터 기기의 핵심인 디텍터까지 모두 제조하고 생산하는 기업은 없다.

글로벌 기업과의 차이는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자체 기술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장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연구기관과 함께 공공연구를 펼치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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