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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패션(Fashion) 아닌 트렌드(Trend) 구조 파악해야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패션(Fashion) 아닌 트렌드(Trend) 구조 파악해야

투자는 속도보다 방향성… ‘인구혁명·양극화·인컴형자산·4차산업혁명’ 주목
지난달 오후 대전 서구 월평동 통계청 통계센터 전광판 모습. /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투자에선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빨리 달릴 수 있는 탄탄대로라 해도 방향이 잘못 되면 의미가 없다. 반면 비포장에 굴곡이 많은 길이라도 방향이 옳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투자에서 속도는 변동성에 비유할 수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은 단기간에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 속도가 빠르고 폭이 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을 사전에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한두 번은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들다. 한마디로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방향성이 옳다면, 설사 단기간에는 손실을 보더라도 시간의 힘에 의해 추후 인내심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방향이 맞으면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하는 법이다.

방향성은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패션(Fashion)이 아닌 트렌드(Trend)이다. 단기간의 변화가 아닌 구조적이며 지속적인 변화이다. 패션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 초반 주당(酒黨)들에게 인기 있던 오십세주였다. 백세주와 소주를 반반씩 섞은 오십세주의 인기로 국순당의 주가는 급속히 치솟았다. 2003년에는 최고점인 2만66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십세주는 트렌드가 아닌 결국 패션으로 드러났고, 국순당의 주가는 하염없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오십세주뿐만 아니라 개그맨 이경규씨의 아이디어로 잘 알려진 하얀 라면 꼬꼬면이나 나가사키 짬뽕라면도 한 때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하얀 국물 라면도 패션이었던 셈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양극화 심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구조적인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인구 혁명’이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인구에 대한 전제가 드라마틱하게 뒤집어지고 있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사망률이 출생률을 앞서는 ‘인구 감소시대’가 시작됐다. 이제 인구는 느는 것이 아닌 줄어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는 이미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특히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맨 앞에 위치한 1955년생이 노인이 되는 시기이다. 현재의 노인 기준인 65세를 적용할 경우, 한국 사회는 앞으로 20여년 동안 매년 70만명 이상의 새로운 노인이 등장하게 된다. 204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의 기초를 이루는 가구(家口) 구성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이젠 기본적인 한국 사회의 가구 형태가 됐고, 앞으로도 계속 1인 가구는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인구 혁명은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인 변화들이다.

인구 혁명과 양극화는 서로 맞물려 있다. 고령화로 지방이 소멸되면 서울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지방 소멸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지방이 소멸하면 더 집중화된 도시정책이 필요해지고, 도시 인프라는 더 좋아진다. 대도시 주택가격 앙등을 투기꾼의 탓으로 몰아세워도 이런 도심을 선호하는 현상은 막을 수도, 막아질 수도 없는 트렌드이다. 단기간에 가격 부침은 있더라도 양극화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일 가능성이 높다.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지만 자산운용 측면에서 보면, 전제되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양극화는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도 거세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의 구조화도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금리가 변화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 수요로 인해 금리가 오르고, 반대로 침체되면 수요도 줄고 통화 당국도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초저금리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풍경이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돈의 양은 많은 상황이 일반화된 것이다. 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자산의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풍부한 유동성에서도 주가와 부동산이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이션보다는 자산 인플레이션이 더 낫다는 것이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금리가 낮은 시대는 예금하는 사람들에겐 불리하고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겐 유리하다. 가격의 오르내림이 있더라도 자산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리스크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예로 일본에서는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주로 예금과 현금을 선호했지만, 초저금리 시기가 길어짐에 따라 더 이상 예금 상품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점을 절감하고,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투자상품을 찾고 있다.

투자 대상 중에서도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인컴형 자산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저금리가 구조화되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으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다. 지난 몇 년간 리츠, 배당주, 인컴형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 등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성과를 안겨 줬다. 기대 수익률이 과거보다 낮아지더라도 이런 자산군에 대한 수요는 줄기 어렵다. 인구 고령화도 인컴형 자산에 수요를 높이는 배경 중 하나이다. 50~60대가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고, 20~30대는 돈이 없는 세상이다. 중장년층, 노년층으로 갈수록 보다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금융투자 양축은 인컴형 자산, 성장 자산
4차산업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 혁명이다. 이제 이 혁명은 선진국을 넘어 중국, 인도,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가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지만 신흥국가들에선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 신흥국가의 젊은 소비층은 유행에 민감하고 모바일 소비에 익숙하며 SNS 활용에 적극적이다. 새롭고 거대한 소비 계층이 신흥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는 경우엔 빠르게 내수가 확대되면서 강력한 소비자 기반을 구축하는 기업이 등장한다. 1950~60년대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1980년대에 우리나라가,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신흥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부침은 존재한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도 하고, 위기 또는 그에 준하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성장과 부침을 거치면서 시장의 승자가 나오고, 그 승자와 함께 한 투자자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금융 투자의 양축은 인컴형 자산과 성장 자산이다. 어느 쪽 비중을 더 높일 것인가는 개인의 성향이나 리스크 수용 정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초저금리로 인해 확 바뀐 자산시장의 환경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소비시장의 확대로부터 수혜를 입을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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