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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확산이 빠르면 전환점도 빨리 온다

[증시 맥짚기] 확산이 빠르면 전환점도 빨리 온다

질병 잠복기-확산기 이동 시점에 주가 크게 동요… 실적 회복 예상, 분위기 휩쓸린 매도는 위험
미국과 유럽의 주가는 처음 며칠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반응한 후 조용해졌다. 반면 아시아시장은 여전히 질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증시 모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가 15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데 닷새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락 속도만 보면 시장이 이번 질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은 잠복기에서 확산기를 거쳐 안정기에 들어간 후 마무리 된다. 주가는 질병이 잠복기에서 확산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 이 때에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공포 심리가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질병이 기정 사실화되는 확산기 중반 이후에는 오히려 영향력이 줄어든다. 이번에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설 연휴를 전후한 시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기로 넘어갔는데 이 때부터 주가가 집중적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정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사스 때에는 국제보건기구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직후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확산이 기정 사실이 되면서 환자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까 보다 확산을 막을 대책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까에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확산이 빠르면 전환점도 빨리 온다.
 아시아 주가하락은 코로나 과다 반응 결과
주가와 관련해 지역별 움직임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가는 처음 며칠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반응한 후 조용해졌다. 지금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 반등 같은 경기 요인, 4분기 기업 실적을 재료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시장은 여전히 질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거리상으로 중국과 가까워 환자 발생이 많은데다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규모가 커진 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아시아 시장의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98조 위안으로 2003년 사스 때보다 9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사람과 상품 거래가 커졌다는 의미도 된다. 사스 발생 당시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11.1%에서 9.1%로 급락했다. 이 경우를 이번에 적용하면 올해 중국 성장률이 5%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서비스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특히 클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부문이 중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달한다. 발원지인 우한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의미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한은 중국제조2025의 모델 도시로 반도체, 첨단 부품제조시설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아시아 광역 부품 공급망의 핵심이어서 공장폐쇄, 교통 통제가 길어지면 중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주가 반응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아시아시장이 초과 하락한 건 코로나에 대한 과다 반응 때문이므로 질병이 가닥을 잡으면 이 부분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다. 주가가 갑자기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매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미국 경제가 조금씩 약해졌다. 1월에 발표된 여러 경제지표가 전월보다 약해지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 경제 지표는 연말 쇼핑시즌의 영향으로 소비가 증가했을 뿐 고용과 임금, 심리 모두가 약해졌다. 12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줄었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낮아졌다. 소비자심리도 5개월 만에 둔화됐는데 임금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가계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원인이었다. 제조업 관련 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12월까지 ISM 제조업지수가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 1단계 미.중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것인데, 아직은 합의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만큼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게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질병 발생 초기에 미국 국채금리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달러화 지수가 상승했다. 빠르게 상승했던 미국 주식시장 역시 올해 상승의 일정 부분을 반납했다. 모두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향후 바이러스 확산 정도에 따라 선진국 금융시장이 밑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일 때 시장에는 특이한 현상 몇 개가 일어났다. 우선 미국의 제약과 바이오 관련주가 크게 떨어졌다. 아멕스 생명공학 지수 하락률이 전체 주가 하락률의 2.3배에 달할 정도였다.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거라 생각했던 업종의 주가가 반대로 제일 많이 떨어진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걸로 예상했지만 제자리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분쟁 기간이 짧아 유가가 반응하지 못한 때문이라 얘기하지만 분쟁이 조용해진 후에도 유가 하락이 계속된 걸 보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질병으로 ‘기대에 의한 주가’ 취약성 드러나
이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주가가 해당 사건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의외의 일이어서 주가가 이를 사전에 예측해 움직일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도 주가가 하락한 건 가격이 너무 높아 시장이 견디기 힘들어졌다는 것 말고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주가가 급등한 탓에 특정 사건으로 과거 같으면 수혜를 누렸을 업종이 이번에는 반대로 하락한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7조로 2018년보다 50% 넘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아예 7년 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올해는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주가 하락이 이런 믿음에 상처를 냈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와 수급이 최대인 상황에서도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상황이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올해 이익이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나와도 주가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높은데, 기대마저 약해진다면 하락이 더 심하게 진행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주가가 오를 때 최고가 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신뢰도가 낮아진다.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막연한 기대에 의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핑계로 주가가 떨어진 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질병이라는 이벤트에도 주가가 흔들릴 정도로 버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제 회복을 반영하는 거라면 최근 주가 하락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주가는 어차피 미래를 반영하는 건데 앞으로 실적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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