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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전성시대, 당신의 마스크는 안녕하십니까?] ‘일단 써라’ 정부지침에 기준미달 마스크 판매 ‘불티’

[마스크 전성시대, 당신의 마스크는 안녕하십니까?] ‘일단 써라’ 정부지침에 기준미달 마스크 판매 ‘불티’

“면·덴탈형 마스크 안전하지 않아”… 5㎛ 크기 비말 막을 정도는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마스크가 뜻밖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을 막고 나아가 타인 감염을 줄이는 ‘생존’ 필수품이 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고, 비행기도 탈 수 없다. 덕분에 마스크는 보건용·수술용으로 쓰이는 의약외품을 떠나 산업용품(방진 마스크), 일반 공산품(면 마스크)까지 없어서 못 파는 ‘금스크’가 됐다. 일부 마스크 생산업체는 성능이 떨어지는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 생산마저 늘렸다. 다만 의료 전문가들은 감염 차단 효과를 가진 마스크를 가려 써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인 KF94와 KF80은 일주일에 약 4500만개가 공급된다. 지난 5월 3주차에는 4560만6000개, 4주차에는 4451만개가 약국 등을 통해 일반에 공급됐다. 이중 4000만개 정도가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 들어가는 수술용 마스크 등 우선 공급 물량을 합하면 매주 약 6000만개에 달한다. 여기에 면 마스크,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 등을 합하면 마스크 공급 규모는 부지기수로 뛴다.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마스크 핵심 소재인 필터는 올 들어 약 5배, 겉감과 안감에 쓰이는 부직포는 약 2배로 뛰었다.

정부가 마스크 전성시대에 불을 지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0.4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미세입자 포집효율이 94%를 넘는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KF94) 착용을 권장했다가 3월 ‘마스크 사용 권고’를 개정, 포집효율이 80% 이상인 KF80이나 면 마스크까지로 착용 권고 범위를 넓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5월 25일 ‘교통분야 방역강화 방안’을 내고 26일부터 마스크 없이 혼잡 시간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탈 수 없게 했다. 5월 27일부터는 국내선과 국제선 비행기 모두에서 마스크를 쓰게 했다.
 시중 덴탈 마스크 대부분은 ‘덴탈형 마스크’
문제는 정부가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식약처는 “KF94나 80이 없으면 면 마스크라도 쓰는 게 좋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국 1만7000여개소 약국에서 파는 공적마스크(KF94·KF80) 외에 산업용 방진 마스크, 일반 공산품인 면 마스크까지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한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는 “마스크 업체들은 필터 기능 없이 부직포만 겹친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 생산에까지 나섰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해진 마스크 모두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면 마스크는 방한을 목적으로 생산됐다. 방한을 위한 섬유는 조직 자체가 촘촘하지 않고 직물이 직각으로 교차돼 미세입자가 그대로 통과하기 쉬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 마스크는 비말 전파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을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면서 “산업용으로 쓰이는 방진마스크는 들어오는 바이러스는 막는다 해도 숨을 내쉴 때 배기밸브를 통해 바이러스가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와 별개로 ‘마스크 사용 권고안’을 내고 의약외품 마스크 사용만을 강조하고 있다. 의약외품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의 심사 및 허가를 받은 마스크를 말한다. 보건용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로 나뉘는데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 크기 0.6㎛인 소금 입자(염화나트륨)와 0.4㎛ 오일 입자(파라핀오일)로 포집효율을 시험해 각각 포집효율이 80%, 94%, 99%를 넘어야 각각 KF80(파라핀오일 시험 제외), KF94, KF99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수술용 마스크는 겉면이 방수 처리돼 있는 마스크로 외과 의사가 주로 쓰는 덴탈 마스크다.

염호기 인제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0.1㎛ 정도인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가 비말(침방울) 전파로 알려진 만큼 마스크는 5㎛ 크기 비말을 막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건용 마스크는 스펀본드(spunbond·SB)라고 불리는 부직포를 내·외피로 쓰고 압출방사 가공법을 통해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인 2㎛ 두께로 얇게 생산한 멜트블로운(MB) 부직포를 필터로 활용 미세입자를 막는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얇은 합성섬유인 MB 부직포에서 자연 발생한 정전기가 미세입자인 비말을 거르고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은 비싼 데 성능이 떨어지는 마스크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때 이른 더위에 수술용 마스크, 일명 덴탈 마크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중국산 덴탈 마스크 50매가 3만원 넘는 가격에 팔린다. 국산 덴탈 마스크는 5만원이 넘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국산 덴탈 마스크가 개당 100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배로 가격이 뛰었다. 덴탈 마스크는 MB 부직포 등 미세입자 포집효율이 KF 등급으로는 70 수준이지만, 수술 시 오염물질 차단을 위해 방수 효과는 좋게 제조해서 비말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시중에 쏟아지고 있는 덴탈 마스크는 덴탈 마스크가 아니라 덴탈형 마스크인 것으로 확인됐다. 덴탈 마스크 역시 의약외품으로 식약처의 성능 및 안전 시험을 받아야 하는데, 허가 받은 덴탈 마스크는 의료기관으로 우선 공급돼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 한 대표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덴탈 마스크는 사실 정전기 필터 없는 일반 공산품”이라면서도 “마스크를 안 쓰면 대중교통을 못 탄다지만 어떤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규정은 없는 탓에 더운 날씨에 숨쉬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구매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수술용 마스크 성능 KF-AD 허가로 전환
정부는 최근 부랴부랴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KF-AD)를 의약외품 범주에 포함하는 등 마스크 소재 및 성능 규제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5월 말 ‘KF-AD 세부 허가방안 안내문’을 내고 MB 부직포를 혼합해 비말 차단 성능이 KF 기준 55~80%를 만족하고, 방수 조건을 만족하는 마스크를 KF-AD로 허가해 판매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5일 KF-AD 허가를 받은 마스크가 처음 시중에 풀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KF-AD는 수술용 마스크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면서 “수술용 마스크는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KF-AD를 공급해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스기사] 공급 대란 풀렸는데 가격은 안 풀리는 마스크
공적마스크 가격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개당 1500원은 부담이 크다는 호소다. 최근 500원짜리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가 나왔지만, 비말 차단용 마스크보다 성능이 좋은 수술용 마스크가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100원에 팔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적마스크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매주 3장씩 4식구면 한 달에 7만2000원이 든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부터 18세 이하는 5개 구입도 가능해져 학생이 둘인 4인 가족은 월 9만6000원을 쓰는 셈이다.

실제 공적마스크는 과거보다 비싸다. KF94나 KF80 마스크 제조원가는 약 300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KF94 마스크는 개당 800원가량에 구매가 가능했다. 부직포나 필터, 귀걸이, 노즈클립을 포함한 원·부자재 가격만 따지면 150원 수준이다. KF94와 KF80 성능이 다름에도 판매가는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스크는 공적마스크가 되면서 비싸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잡기 위해 이미 800원 선으로 책정됐던 마스크 공장 납품가에 100원을 더한 900원으로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들과 장기 조달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생산량의 80%를 다 가져왔다.

정부는 900원에 사온 마스크를 유통업체에 넘겼고, 유통업체가 KF94나 KF80 등 공적마스크를 약국에 1100원을 받고 납품했다. 약국은 1100원에 넘어온 공적마스크를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과거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정부가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결과인데 최근에는 수급 상황이 나아졌다”면서 “KF 마스크는 1000원 이하가 정상가”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마스크 5부제 등 공적마스크 시행 초기 27개 수준에 불과했던 판매처별 평균 재고량은 지난 5월 말 기준 425개로 증가했다.

공적마스크 가격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 항목에 추가한 비말차단용 마스크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필터를 포함한 부직포와 일반 부직포 단 두 장으로 만들어지지만 온라인 판매가가 500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성능 수술용 마스크는 부직포 3겹을 사용해 원재료가 더 많이 들었음에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100원에 팔렸다. 국내 한 유통업체 대표는 “공적마스크 납품가가 높게 책정돼 있어 비말차단용 마스크도 그에 맞춰진 것”이라면서 “온라인에서 부직포 2장짜리 마스크를 500원에 파는 것은 아무래도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스크 가격은 이 상태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수출까지 통제하며 판로를 막았던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부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지난 6월 1일부터 마스크 수급 물량을 기존 80%에서 60%로 조정한 데 그쳤다. 조달청 관계자 “공급에 다소 여유가 생기면서 가격 인하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공적마스크 생산 업체들과)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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