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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빨래방 다크호스,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 기술·AS 갖춘 업계 강자의 일성 “서비스는 바닥을 기는 것”

[셀프빨래방 다크호스,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 기술·AS 갖춘 업계 강자의 일성 “서비스는 바닥을 기는 것”

송봉옥 유니룩스 대표가 6월 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신인섭 기자
코로나19 이후 비(非)대면, 개인위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셀프빨래방의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핑크빛 전망’에 기대지 말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빨래방 산업을 한 단계 진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경영자가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상업용 세탁장비 유통업체 ‘유니룩스’의 송봉옥 대표다. 2005년 12월 셀프빨래방 ‘크린업24’를 선보인 유니룩스는 지난해 11월 450호점 돌파에 이어 올해 550호점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월 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유니룩스 본사에서 만난 송 대표는 “아직도 차에 ‘연장’을 갖고 다닌다”며 “서비스는 바닥을 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셀프빨래방에 첨단 장비와 서비스를 접목해 세탁·보관·배송·수선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보관·수선·배송까지 세탁 솔루션 제공
송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술, 애프터서비스(AS) 등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동안 축적된 고객 정보를 활용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것의 그의 포부다. 유니룩스 본사 출입문에는 ‘세탁 솔루션의 눈높이를 바꾸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크린업24는 서비스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2001년 창업한 이래 한 번도 매출에서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으나 서비스 부문은 달랐다고 한다. 이유는 아낌없는 투자 때문이다. 유니룩스는 빨래방 업계 최대 규모인 12명의 직영 서비스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주 제1·2 물류센터, 지역서비스센터 등을 구축한 상태다. 송 대표는 “직영 서비스팀의 절반 정도는 10년 이상 경력의 세탁 장비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유니룩스 본사 1층에 있는 직영 빨래방에는 국내 3대밖에 도입되지 않은 ‘석유계 하이드로카본’ 장비도 있다. 이 장비는 석유계용제를 드라이클리닝 하는 장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셀프빨래방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반론도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관련 지식이 없어도 자본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어 시장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빨래방 시장에 진출하는 수많은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세탁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상업용 세탁 장비 대부분은 외국산 제품이다.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고가의 외국산 제품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대표는 “세탁기계 전문 제조회사인 와스코와의 기술·유통 업무협약(MOU)으로, 국내 최초로 상업용 컨덴싱 건조기를 개발해 올해 4월부터 판매하고 있다”며 “10억원 정도를 투자해 고가의 외국산 제품을 국산화한 것”이라고 했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웨트클리닝(특수 세제를 이용해 물로 드라이클리닝 하는 것)’ 장비 개발에 착수한 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웨트클리닝 제품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유니룩스는 세탁 장비에 들어가는 도어락 전자장치 등도 국내 기술로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최근 셀프빨래방 시장에는 카페와 빨래방이 접목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빨래방 본연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송 대표는 “12개 직영 매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본 결과,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낸 것은 모든 세탁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멀티 런드리 샵’”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행신 직영점에 카페를 차렸는데 실제 고객 가운데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며 “현재는 카페 대신 수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일종의 ‘빨래방 다이소’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오는 7월 30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이 형태의 사업 모델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프빨래방 시장에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용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분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셀프빨래방 업계 1위인 크린토피아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니룩스도 6월에 자체 개발한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출시해 포인트 제도를 통한 할인, 묶음 판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빨래방업계 다이소’ 꿈꿔
송 대표는 자신을 ‘칠전팔기의 경영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쌍용그룹 자회사인 코미상사에 입사해 독일의 명품 가전제품 회사인 밀레 제품을 수입하는 업무를 맡았으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후 세 번의 사업 실패를 겪었고, 2001년 1인 사업체인 유니룩스를 설립해 상업용 세탁 장비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송 대표는 “혼자서 3년 정도 일을 하면서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며 “영업, 설치, 배송, 서비스 등을 모두 혼자 감당해야 했고,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장에 납품한 세탁 장비를 수리하기 위해 새벽에도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전화만 하면 한 시간 안에 달려온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거래처가 점점 늘었다”며 “당시 거래처 사이에서는 ‘송 과장한테 사’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를 과장이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유니룩스가 상업용 세탁장비 부문 글로벌 1위인 미국 ASL그룹의 ‘프리머스’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도 그동안 쌓아온 신뢰 때문이다. 애초 유니룩스는 미국 세탁장비 업체 메이텍의 한국 내 공식 판매 업체였는데, 이 회사가 수차례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최종 인수한 ALS그룹 측에서 유니룩스에 한국 내 판매권을 제안하면서 프리머스 제품을 들여오게 됐다. 세계적인 세탁장비 업체가 국내 중소 유통업체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셀프빨래방의 고속 성장으로 기존 세탁소나 빨래방 사업자가 경영난에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영세한 세탁업의 전문화, 규모화, 시스템화를 통해 기존 세탁소를 한 단계 진화시켜 세탁 사업자와의 상생을 도모할 것”이라며 “크린업이라는 사업명은 세탁소를 지칭했던 ‘클리닝’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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