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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글로벌의약산업계 編] 투자·고용 앞선 한국화이자제약 1위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글로벌의약산업계 編] 투자·고용 앞선 한국화이자제약 1위

한국로슈·한국얀센 2·3위… 꼴찌는 급여지출 낮고 고배당한 베링거인겔하임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화이자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연구진이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있다. / 사진:한국화이자제약
의약품 기업은 글로벌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 사회에 진출한 업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한 기업은 독일 바이엘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이후 수많은 글로벌 의약품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그동안 글로벌 의약품 기업들은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이들이 한국에 공급하는 의약품으로 질병 등에 드는 우리 사회의 총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회사는 글로벌 의약품 기업들이 만들어낸 신약을 토대로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수많은 글로벌 의약품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많게는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금액의 상당액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으로부터 나온다. 제네릭 분야에선 국내 제약사와 경쟁하고, 이젠 국내 제약사도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린다. 글로벌 제약회사가 단순히 약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한국 경제 기여를 인정받던 시대는 저물었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의약품 기업들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공헌을 하는지 13개 한국법인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으며, 매출 대비 얼마나 많은 투자와 고용을 진행하는지 살펴봤다.
 매출 대비 투자·급여·기부 등으로 평가
한국 경제 기여도 종합평가에서 1위는 총점 54점을 받은 미국계 제약사 한국화이자제약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은 매출 대비 투자(투자활동현금흐름)와 이익잉여금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매출 대비 고용에서의 점수도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특허만료부분 사업부를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법인분리하며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두 회사의 수치를 합산해 집계해도 종합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2위는 스위스계 제약사인 한국로슈로, 매출 대비 많은 금액을 기부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3위에 오른 한국얀센은 지난해 매출 대비 가장 많은 법인세 차감전 당기순이익을 남겼고, 투자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집계사 중 매출 대비 한국 경제 기여도가 가장 낮은 곳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었다. 매출이 적은 편에 속했고, 매출 대비 급여 비중도 적었다. 법인 설립 후 지난해 말 기준 적립해 둔 이익잉여금은 55억원에 불과했다.

또 쥴릭파마코리아, 지이헬스케어 등도 각각 12위, 11위를 차지하며 낮은 점수를 받았다. 쥴릭파마코리아는 비교 대상 기업 중 연매출 규모가 유일하게 1조원을 넘는 회사지만 2015년부터 영업이익 감소세로 지난해부터는 영업손실을 겪고 있다. 지이헬스케어는 지난해 사업부를 매각하며 사업규모를 줄인 영향이 평가에 크게 작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의약산업 업체들의 최근 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 기여도를 매출 대비 당기순이익, 투자, 기부, 급여로 나눠 비교·분석했다. 직접적인 한국 경제 기여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법인에 남겨둔 이익잉여금도 집계했다. 각 항목별 순위에 따라 0~12점의 점수를 부여해 종합순위도 매겼다. 꾸준한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을 증가시킨 것도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매출 순위도 종합순위 점수에 반영했다.

다만, 이번 13개 평가 대상 중 하위에 머무른 기업들의 한국 경제 기여도가 업계에서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현지화 과정에서 다양한 법인을 설립한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가입한 44개 법인 중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등을 제외했다. 최근 사업 연도 기준 매출액이 2000억원이 넘는 회사 13곳만을 추려 비교 분석했다.

조사 대상 대부분이 신약을 개발하고 개발된 약을 판매하는 업을 주로 영위하지만, 의료기기 판매(한국애보트, 지이헬스케어코리아)나 의약품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쥴릭파마코리아) 등이 포함됐다. 머크의 경우 제약관련 사업 외에 반도체 등 소재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급여 지급은 GSK, 한국화이자제약 순
글로벌 의약산업 업계의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매출 대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이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해당 법인이 그만큼의 금액을 투자활동을 위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매출 대비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기준 머크의 투자활동 현금 순유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최근 회계연도 동안 매출(2698억원)의 4.82%인 130억원이 투자활동으로 인해 순유출됐다. 130억원에 달하는 유형자산을 취득한게 가장 큰 요인이다.

매출 대비 투자활동 현금유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았던 건 바이엘코리아다. 최근 회계연도 동안 154억원이 유출됐고, 4000만원이 유입돼 매출액의 4.09%(153억원)가 투자활동으로 인해 순유출됐다.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곳은 지이헬스케어코리아(178억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61억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17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3억원) 등이다. 투자활동 현금 흐름이 플러스이면 투자했던 시설 및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사업을 축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가장 많은 현금이 유입된 지이헬스케어코리아를 보면 잘 나타난다. 지이헬스케어코리아는 지난해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를 매각해 186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은 GE라이프사이언스를 다나허에 매각했는데 이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다만 두 번째로 많은 현금흐름 지출이 나타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경우 ‘사업결합으로 인한 현금유입’ 137억원이 주효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3일 사노피 계열의 희귀약품 사업체인 ‘젠자임코리아’를 합병하며 젠자임코리아가 가지고 있던 현금성 자산이 집계된 것. 이를 제외하면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가 된다.

두 번째 기준은 급여다. 의약산업회사의 급여는 판매비와 관리비, 매출원가, 경상연구비 등으로 처리되는데 부가가치 관련 자료에 작성한 급여 및 퇴직급여 항목을 비교해 해당 회사가 얼마나 많은 고용창출 효과를 내는지 간접적으로 비교했다. 다만 감사보고서에 부가가치 관련 자료를 별도로 기재하지 않은 회사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상 ‘종업원 급여’ 항목으로 비교했다.

13개 법인 중 매출 대비 급여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었다. 지난해 매출의 18.9%인 598억원을 ‘종업원에게 지급한 급여’로 계상했다. 지난해 10월 KRPIA가 발간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2018년 말 기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고용 인원은 418 명이다. 전년도 종업원에게 지급한 급여(608억원)에 비해 올해 금액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고용인원이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매출 대비 많은 금액을 종업원에 급여로 지급한 회사는 한국화이자제약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18.5%인 733억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급여 지급액은 지난해(846억원)에 비해 100억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법인 분리로 인한 것이다. 분리된 한국화이자업존이 지난해 지급한 급여는 177억원으로 이를 더하면 전년 대비 늘어났다. 2018년 말 법인 분리 전 한국화이자제약의 고용인원은 705명으로,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MSD(73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매출 대비 급여 비중이 가장 낮은 회사는 쥴릭파마코리아로 나타났다. 매출(1조185억원)대비 2.6%인 265억원을 급여로 사용하는 데 그쳤다. 다만 쥴릭파마코리아의 경우 의약품 유통전문회사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제약회사 중에선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매출대비 급여가 가장 낮았다. 매출(2953억원)대비 6.7%인 197억원을 지난해 급여로 지급했다.
 한국노바티스, 국내 주요기업 평균 4배 기부
세 번째로 평가한 항목은 매출 대비 ‘기부금’이다. 기부금은 법인이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한 금액으로 한국 사회 기여를 위해 직접적으로 내놓은 돈을 말한다. 글로벌의약업계는 국내에서 ▶의약품 무상공급 ▶의·과학 발전 지원 ▶지역사회 발전 지원 ▶기금모금 프로그램 참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은 일반적으로 회계상 기부금으로 처리한다.

지난해는 한국노바티스의 기부금이 30억원을 기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비율도 가장 높은 0.61%인데, 이는 국내 주요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보다 4배 이상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간한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주요 기업 206개사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은 0.16%로 집계됐다. 한국애보트(0.59%), 한국로슈(0.53%), 한국아스트라제네카(0.50%), 한국얀센(0.45%), 한국화이자제약(0.30%), 글락소스미스클라인(0.19%) 등이 이보다 큰 비중을 기부금으로 냈다.

KRPIA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공급이라는 제약 기업으로서의 소명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서 회사와 임직원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기업문화 정착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기업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들도 많았다. 머크(0.07%),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0.07%), 바이엘코리아(0.05%), 한국베링거인겔하임(0.03%) 등은 국내 주요기업 평균보다 낮은 비율의 기부금을 냈다. 쥴릭파마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51만원에 그쳤고, 지이헬스케어는 기부금으로 구분한 비용이 없었다.

한국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 역시 글로벌 의약품 기업들의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이다. 본사와 한국법인 간 상품, 용역을 거래하는 가격을 높여 이익을 줄이고 과세금액을 축소하는 방식 등으로 법인세를 줄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이 한국에서 거두는 매출과 비교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무제표 상 법인세 비용 항목에는 이연법인세(이월하여 연기하는 법인세) 등에 대한 계산이 포함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따라서 매출 대비 법인세 납부 정도를 상대평가하기 위해 손익계산서 상 ‘법인세 차감전 순손익’ 항목을 비교했다. 법인세 차감전 순손익은 법인세 과세의 기준이 된다.

집계 결과 최근 회계연도 감사 보고서 상 법인세차감전 당기순이익을 가장 많이 낸 회사는 한국얀센이다. 한국얀센은 매출 대비 11.70%인 364억원을 수익으로 남겼다. 다음으로는 한국로슈(7.77%),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7.05%) 등의 순이었다. 쥴릭파마코리아는 지난해 68억원의 법인세 차감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 2000억원 쌓아둔 한국화이자제약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함께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평가 항목에 더했다. 흔히 사내유보금이라고 표현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거둬들인 순이익 중 배당을 하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대부분 글로벌 업체들은 해외 본사 및 관계자들이 한국법인의 주식을 모두 가지고 있어 배당금은 모두 해외로 향하기 때문에 남은 이익잉여금이 잠재적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인 설립 이후 수년간 누적된 수치이기 때문에 절대 액수로 비교했다.

최근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기준 가장 많은 이익잉여금을 둔 것은 한국화이자제약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이 쌓아둔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205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배당금은 1248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당기순이익(50억원)의 2배 수준인 100억원을 배당했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55억원이다. 쥴릭파마코리아는 누적된 적자로 인해 결손금이 70억원 이월된 상태다. 다만 한국법인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한국 경제 기여도 점수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본사의 법인세율을 고려해 필요할 때 높은 배당을 한다”며 “이익잉여금이 한국 사회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수의 전문가는 글로벌 의약품 기업의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에 있어 임상실험 등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을 집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 이런 부분을 평가에 포함하지 못한 것은 한계다. 글로벌 의약품 기업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임상시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각 사별로 R&D 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이 확연히 달라 감사보고서 상으로 이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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