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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정의선 체제’ 2년] 현대차그룹, ‘카마겟돈’ 탈출 몸부림

[숫자로 본 ‘정의선 체제’ 2년] 현대차그룹, ‘카마겟돈’ 탈출 몸부림

글로벌 시장 둔화에 현대·기아차 판매량 감소… 그룹 전체 수익성 악화


-24%:
글로벌 ‘카마겟돈(자동차car와 대혼란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쳐 만든 조어)’ 이 정의선 체제 현대자동차그룹을 ‘마이너스’로 갈랐다. 2018년 9월 정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그룹 운전대’를 잡은 이후, 그룹의 중심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363만대(2018년 상반기)에서 277만대(2020년 상반기)로 24% 줄어들었다. 올해 초 정 수석부회장은 “2020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전진하는 한해가 되겠다”라고 했지만, 더 나빠졌다. 현대차의 올해 분기별 판매량은 100만대 아래로 떨어졌고, 기아차의 분기 판매량은 50만대까지 감소하며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현대차 53년 역사의 가장 큰 격변기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 부회장의 지난 2년을 숫자로 짚어봤다.



-35%:
정의선 체제 현대차그룹의 전선(戰線)인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자율주행·차량공유·친환경차 확산 등으로 카마겟돈이라는 대혼란에 빠지면서 현대·기아차 판매량 감소를 부추겼다. 2018년 상반기 4833만대였던 글로벌 완성차 시장 규모는 올해 2분기 3147만대로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 판매 감소폭보다 10%포인트 커 보이지만, 국내 시장을 제외한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감소폭 역시 31%로 집계됐다.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3대 시장 판매량이 전년대비 20~30% 감소했다”고 말했다.
 6년 연속 판매량 목표 미달성 가능성 커져


-6년:
현대·기아차는 6년 연속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준중형 SUV 셀토스를 출시를 주도하며 2014년 이후 5년 만의 판매 목표 달성 군불을 지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며 지난해 글로벌 760만대 판매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더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 457만6000대, 기아차 296만대 총 743만6000대를 판매 목표로 잡았다. 올해 상반기까지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목표의 절반에도 닿지 못했다.



-17.2%: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대차그룹 8개 주요 계열사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조9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54억원(-17.2%) 감소했다. 공장이 문을 닫고 판매망이 마비되자,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그룹 계열사의 실적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현대·기아차 판매 악화 여파가 수직계열화한 현대차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3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다. 매출(8조4230억원)도 19% 감소했다. 지난 2분기 들어선 영업이익 1687억원을 기록했다. 전 년과 비교해 73% 넘게 줄어든 수치다.



10조원:
지난해까지도 정 수석부회장 성적은 좋았다. 2018년 3분기 현대차 영업이익 2900억원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정 부회장은 지난해 1분기 9249억원, 2분기 1조2377억원으로 영업이익을 끌어 올렸다. 정 부회장의 제네시스 신차 출시, SUV 라인업 확대 전략이 호실적으로 돌아왔다. 그룹 영업이익도 2016년 14조원대, 2017년 10조원대, 2018년 8조원대로 떨어지다 지난해 10조원대로 반등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정비가 많이 드는 차 산업은 차가 안 팔리면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져 이익이 급감해 버린다”고 말했다.



5.4%:
그룹 전체의 위기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차만큼은 반등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거의 유일한 흑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다임러(-16억7200만 유로), BMW(-4억9800만 유로), 폭스바겐(-18억4400만 유로), GM(-27억900만 달러), 도요타(-2165억 엔) 등이 모두 2분기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수익성 높은 고가 차량으로 전환에 힘을 보탠 게 호재가 됐다. 지난 2분기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5.4%를 기록, 2배로 증가했다.



40.8%:
제네시스와 함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빠르게 라인업 구축을 추진한 SUV의 판매도 늘었다. 지난 2분기 현대차 전체 판매 차종 중 SUV 판매비중은 40.8%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늘었다. 제네시스와 SUV와 같은 이른바 돈 되는 차량 비중은 46.2%로 증가했다. 지난 2분기 현대차 글로벌 도매 판매량(70만3976대)이 36.3% 줄었지만, 매출(21조8590억원)은 18.9% 감소에 그친 것도 제네시스와 SUV의 힘이 컸다. 다만 대형 세단과 SUV 중심 라인업 구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전년대비 133만 톤(tCO2e) 증가했다. 앞서 국제자동차조사기관 자토(JATO)는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시행으로 현대차의 온실가스 배출관련 벌금이 약 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전기차 판매 늘리고 수소차 생태계 구축 추진


+100만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위기 돌파의 열쇠로 친환경차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7월 14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발언자로 나서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및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2025년까지 친환경 차를 44종으로 늘리고 23종은 순수 전기차, 2종은 수소전기차로 채울 계획도 내놨다. 전기차 전용모델 11개도 계획에 포함했다. 정 부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를 시장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전기차 12만6436대를 판매하며 세계 6위에 올랐다.



+11만대:
현대차그룹은 또 오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의 연간 판매량을 11만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는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전체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소전기차 핵심인 연료전지 시스템 구축에는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스택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는 물론 지난해 현대제철은 260억원을 투자해 연료전지 부품인 금속분리판 공장을 완공했다. 실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연료전지 시스템은 선박, 열차, 빌딩, 발전소 등 생활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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