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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L'Homme Ordinaire du Cinema)]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L'Homme Ordinaire du Cinema)]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

불완전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저자인 장 루이 셰페르는 영화 관람에 대해 “관객 각자의 삶과 경험의 일부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를 ‘영화적 체험’이라고 표현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가 개인의 삶과 기억에 깊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셰페르는 “관객은 영화를 보는 단순한 수신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관객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시선을 재구성하는 존재다. ‘세계에 대한 또 다른 이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재인식을 제공하는’ 존재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저자가 관객이 돼 영화를 관람할 때 그의 눈은 스크린 위에 투사된 이미지만 쫓지 않는다. 영화관의 어둠과 그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영사기의 빛도 본다. 그 빛줄기 속을 떠다니던 먼지를 보는 것도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런 작은 것들마저 영화적 체험의 하나라는 뜻이다.

그것은 시각적 체험에 국한하지 않는다. 특정한 장면에서 보였던 몸의 반응, 다른 관객과 가벼운 접촉, 주머니에 들어 있던 빵 부스러기의 감촉, 영화관을 나오면서 느꼈던 거리의 습기와 기온 등 모두 평범한 관객의 영화적 체험을 구성하고 있다. 셰페르에게 영화적 체험은 그만큼 총체적이고 복합적이다.

영화 비평가 앙트완 드 베크는 “셰페르가 기록한 것은 그가 스크린 위에서 보았던 것이나 그가 영화 관객의 눈으로 보았던 것이 아니라, 저 멀리 투사된 이미지를 통해 평범한 관객의 망막에 남은 흔적이다”라고 했다.

누군가는 영화 관람을 통해 영화 속 쇼트 하나까지 기억한다. 이를 통해 영화를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셰페르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기억한다. 그의 기억에는 영화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이미지와 다양한 시·공간, 수많은 감각이 뒤섞여있다.
 감독·작품 분석 대신 ‘영화적 체험’에 질문
셰페르는 프랑스의 미술비평가, 미학자이자 에세이스트다. 1938년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 고등사회과학원에서 공부했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시간, 운동, 이미지들에 관한 특정한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영화사나 영화이론 같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정 감독이나 작품에 대해 분석도 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1970년대 프랑스에서 영화의 의미를 연구했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영화 기호학, 정신분석학, 포스트·구조주의, 마오이즘 등 다양한 진영에 속한 학자와 비평가들이 영화 장치의 물적 특성, 영화 텍스트의 구조 등을 분석하고 영화라는 매체를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셰페르의 책은 관객의 영화적 체험에 대해 질문을 던져 영화 담론의 전환을 끌어낸다.

그는 “내가 고찰하고 싶은 것은 ‘나의’ 영화와 함께 태어나 여전히 고착돼 있는 참으로 이상한 감정에 대해서다. 그것을 그 느낌 그대로 쓰고 싶은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다양한 영화들 예를 들어 광대, 흡혈귀, 전쟁고아, 살인자 등은 모두 셰페르의 주관적인 기억과 경험 속에서 소환된 세계이며 존재로 볼 수 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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