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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연 3주 상승장엔 IT·2차전지 있었다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연 3주 상승장엔 IT·2차전지 있었다

비중 50% 넘는 기술주가 견인… 기술 진보 빠르면 언제든 판 바뀔 수 있어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2.29포인트(1.35%) 오른 2418.67에 마감한 8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우리 주식시장이 연3주째 독보적으로 상승했다. 유럽과 일본시장이 평균 2% 떨어지는 동안 우리는 1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3월 저점 대비해서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승률이 나스닥을 제치고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아졌다. 앞으로 주가의 향방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두드러진 상승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국내 경제가 바닥을 탈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7.2% 증가해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설비투자도 5월 감소에서 1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됐고, 소매판매 역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선행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감소에서 상승으로 바뀌었다. 6월 지표 개선이 기저효과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7월 수출은 428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줄었지만 6월보다는 감소폭이 줄었다. 일 평균 수출액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17억 달러를 넘어 수출 역시 점차 정상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경제 흐름은 선진국과 조금 다른 형태다. 미국은 제조업 구매관리자(ISM)지수가 상승한 반면 소비자신뢰지수는 떨어져 지표간 움직임이 엇갈렸다. 6월 일자리 증가가 5월의 479만개에서 176만개로 줄어드는 등 고용사정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된 경제봉쇄가 7월 후반 이후 제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반면 아직까지 우리 경제 지표는 일관되게 한 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동성장세 마무리 국면일 가능성 배제 못해
두 번째는 주식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주력 종목의 차이를 들 수 있다. 7월말 해외시장이 4% 가까이 떨어지는 와중에 우리 시장이 상승할 수 있었던 건 반도체 때문이다. 인텔의 7나노공정 연기를 재료로 세계 반도체 주가가 상승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리 시장에서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 지수가 상승했다. 비슷한 상황이 대만에서도 벌어져 TSMC 주가가 상승하면서 전체 지수가 올랐다.

IT 비중이 높은 것도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시장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은 미국의 몇몇 기술주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인데 우리 시장에서 기술주의 비중이 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주가가 더 오른 것이다.

국내시장만의 상승을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 유동성장세는 조용히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시장에 있는 돈을 최대한 모아 주가를 들어 올린 후 꺾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상승이 그 과정일 수 있다. 그 증거로 7월말 이후 우리 시장의 상승 각도가 가팔라진 부분을 들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야겠다는 조급증을 가지게 됐고, 그게 무조건적인 매수로 나타나면서 우리시장을 연일 1% 이상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승 종목이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장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상승이 8월 첫 주 이후 증권, 은행, 철강은 물론 한전까지 동참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주가가 올라 만만히 매수할 수 있는 종목이 없다 보니 매수가 덜 오른 종목에 몰린 결과다. 이는 시장의 응집력이 약화되는 과정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망과 대응이 달라진다. 우리 시장이 다른 선진국보다 특별히 더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주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성장주는 어느 나라든 다 있다. 경기 회복도 그렇다. 우리 경제의 회복이 다른 선진국보다 신뢰도가 높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가 둔화될 때에도 우리만 상승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임을 감안하면 선진국 경기가 둔화될 경우 우리 경제 회복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올랐지만 편안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성장주 상승이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애플이 실적을 발표하고 7일 동안 22% 상승했다. 원화로 환산해 시가총액이 500조원 늘어났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1/3에 해당하는 액수이며,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차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다. 애플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애플의 주가 적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주 주가가 부담되는 수준까지 상승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여럿 발견된다. 2차전지를 재료로 LG화학이 급등했다. 2분기 실적이 좋았고, 전지사업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매수를 끌어당기는 요인이었다. 세계 1위의 배터리 생산능력과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사실 모두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가 적당한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LG화학의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의 3배가 된다는 가정 하에서도 주가순이익배율(PER)이 40배를 넘는다. 이익만으로는 주가를 설명하기 힘든 상태다. 성장성도 그렇다. 2004~2011년에는 액정표시장치(LCD)가 지금의 2차전지만큼 기대를 모았었다. 논리는 단순했다. 브라운관의 퇴장으로 LCD가 디스프레이의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데, 세계에 깔려 있는 TV 숫자를 감안할 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이 안 될 정도였다. 게다가 LCD를 필요로 하는 곳은 TV만이 아니었다. 컴퓨터에서 핸드폰까지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높은 성장성이 예상됐었다. 우리 기업은 세계 최고의 LCD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 특히 더 빠른 성장이 기대됐었다.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LCD가 대세라고 전망되자 세계 여러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공급이 늘어나 어느 누구도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2차전지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맞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에는 시장을 쫓아가지 않고 반대 경우를 생각하는 자세가 특히 필요하다. IT나 2차전지처럼 기술의 진보가 빠른 곳에서는 언제든지 판이 바뀔 수 있다. 지난해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사실도 올해는 정반대가 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기술주 상승의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언택트가 유행하면서 개념이 커진 건데 반대로 생각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경우 기술주 상승이 약해질 수도 있다.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는 굳이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 오를 때에는 상승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지만 가격이 높으면 떨어지고 낮으면 반대로 오르는 게 자연의 이치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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