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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현대차-아우디 ‘승용 수소차 동맹’ 위기] 아우디 수소전기차 ‘H트론’ 출시 계획 멈췄다

[단독 | 현대차-아우디 ‘승용 수소차 동맹’ 위기] 아우디 수소전기차 ‘H트론’ 출시 계획 멈췄다

수소 가격경쟁력 떨어지고 전기차 대비 효율도 낮아… 해외선 승용 대신 상용에 집중
아우디가 콘셉트카로 선보였던 수소전기차 H트론 / 사진:아우디코리아
2년 전 현대자동차가 독일 완성차업체 아우디와 맺었던 승용 수소전기차(FCEV) 동맹이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었다. 현대차는 2018년 6월 “아우디와 기술 협업으로 수소전기차 원조 위상을 굳히겠다” 밝혔지만, 아우디는 2022년으로 예정했던 H트론 등 승용 소형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중단하고 나섰다. 아우디 H트론은 현대차가 만든 수소연료전지 ‘스택(Stack)’을 장착한 현대차-아우디 수소전기차 동맹의 상징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승용이 아닌 대형 트럭과 같은 상용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는 지난 5월 낸 ‘2019 지속가능보고서’에서 2022년으로 예정했던 H트론 등 승용 소형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변경, “소형 수소전기차 출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 현대차가 만든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단 수소전기차 H트론(콘셉트카)를 내고 “미래차 이정표”라고 외친 것과 대조된다. 스택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얻은 전력을 모터로 전하는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아우디는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동맹 중단을 시사한 것이다.

아우디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올해 들어 이뤄졌다. 아우디가 지난해 발간한 ‘2018 지속가능보고서’까지만 해도 H트론은 아우디 수소전기차 확장 목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2018년 현대차와 승용 수소전기차 개발 협력을 맺을 때 밝혔던 세부추진 과제(수소전기차 기술을 개발하고, 소형 수소전기차를 시장에 낸다)도 동일 적용됐다. 하지만 2019 지속가능보고서 들어 해당 세부추진 과제에 각주가 붙었다. 아우디는 각주에서 “전략 방향 변경되면서 수소전기차 출시를 중단했다”면서 “탱크·모듈·수소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독일 아우디 본사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 관련 그룹 내 평가가 진행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가격 높은데 전기차보다 효율 떨어져
아우디가 당장 현대차와의 수소전기차 동맹 핵심이었던 소형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중단하고, 수소 기술 재평가에 돌입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수소 자체의 경쟁력이 승용 수소전기차에 부적합해졌다. 아우디는 당초 수소전기차를 전기차(BEV)와 더불어 강화되는 환경규제의 대안으로 봤다. 특히 2050년 온실가스 등 탄소 배출량 ‘순제로(0)’가 목표인 아우디는 수소전기차를 궁극의 친환경차로 주목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사용, 배기가스나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副生)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수소로 이뤄져 온실가스 배출 제로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발간한 ‘유럽 수소 로드맵’에서 부생수소와 개질수소 생산으로 유럽 내에서만 연간 7000만~1억톤 넘는 이산화탄소가 나온다고 집계했다. 이 때문에 아우디 본사가 위치한 EU는 지난 7월 ‘기후 중립을 위한 수소 전략’을 내고 ‘그린 수소’를 수소의 기본으로 정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을 분해(수전해)해 만든 수소를 일컫는다. 이 경우 kg당 수소 가격은 크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부생수소·개질수소 등은 kg당 1.5유로에 구매 가능하지만, 그린수소는 kg당 최대 5.5유로까지 뛴다고 분석했다.

그린 수소를 넣은 수소전기차는 에너지 효율도 크게 떨어진다. 아우디 모회사인 폴크스바겐은 아예 수소전기차를 포기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11월 ‘전기차 전환’ 보고서에서 컨설팅기업 호라바스앤파트너스(Horvath & Partners)가 전기차 강점을 분석한 ‘자동차 산업 2035-미래에 대한 예측’을 인용,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터리에 저장한 전력으로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전기차는 에너지 손실이 24%에 불과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수소를 다시 전기로 전환하면서 전체의 70%를 잃고 30%만을 사용하는 데 불과해서다.

이 때문에 아우디가 수소전기차 기술을 그룹 전체로 이전한다는 계획도 변했다. 글로벌 최대 완성차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는 앞서 그룹 대표로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을 진행한 후 2025년 수소전기차 기술을 그룹 전체로 확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기술 이전 계획을 2026년으로 연기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현재 폴크스바겐그룹 내에서 수소연료전지 구동장치를 생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결정하는 평가 단계에 있다”면서도 “2019년부터 수소전기차 기술인 연료전지기술(H트론) 개발에 덜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허버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는 지난 1월 외신과 인터뷰에서 “폴크스바겐그룹의 강점(전기차)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은 성과를 막는 다른 모든 것(수소전기차)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짧은 충전시간, 긴 주행거리’라는 수소전기차 장점도 깨지고 있다. 아우디는 앞서 현대차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의 5분 충전, 1회 충전 주행거리 609km를 높이 샀다. 하지만 5분 충전은 수소전기차 1대를 한 번 충전하는 데 드는 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소전기차는 차와 충전기의 기압차이로 충전이 되는 원리라 1대 충전 이후 다음 충전을 위해선 후 충전기 기압이 760bar 이상으로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야해 총 충전시간은 실상 1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컨대 먼저 온 수소전기차가 충전을 마치고 떠나면 다음 차는 충전기 기압이 높아질 질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600km 넘는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더 이상 수소전기차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승용 전기차 모델S 롱레인지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43km다.
 승용 수소전기차 판매, 사실상 한국 시장이 유일
문제는 현대차다. 1998년부터 승용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에 매진했던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2세대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승용 수소전기차의 시장 확대를 꾸준히 타진해왔다. 시장 확대 타진에는 아우디와의 수소전기차 동맹도 활용됐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6월 아우디와의 수소차 동맹 선언에서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과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효력을 미쳐 양사가 공동으로 쌓은 수소전기차 기술력이 전체 라인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수소전기차 시장 활성화 추진이 현대차만의 접근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아우디의 전략 변화로 현대차가 2년 전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동맹 선언에서 밝혔던 “수소전기차 시장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특히 현대차는 아우디와 동맹으로 ‘기술·부품 공유→공급처 다변화→수요 증가→원가 절감’ 등 규모의 경제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아우디가 H트론 출시를 포기하면서 수요 증가부터 막혀 버렸다. 수소전기차 동맹 2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논의 중인 사항으로 밝힐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가시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것도 아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승용 수소전기차의 시장성을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이 수소전기차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승용 수소전기차의 성장을 지지하는 곳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추진 1주년 성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소전기차 전세계 판매량 6126대 중 60%(3666대)를 현대차가 팔았다. 특히 현대차는 전세계 판매량 3666대 중 88%를 국내서 팔았다. 현대차가 출시 2년4개월 만에 누적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고 강조한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가 이 같은 결론을 이끌었다. 현대차가 지난 8월 13일 밝힌 총 1만17대의 넥쏘 판매량 중 8233대(82%)가 국내에서 팔렸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넥쏘는 1784대가 팔린 데 그쳤다.

국내에서 승용 수소전기차가 팔리는 이유는 사실 보조금 덕이다. 지난해 수소차를 산 소비자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약 36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차량 가격이 7500만원대인 현대 넥쏘 수소차를 3000만원에 살 수 있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해외 완성차업체들이 수소차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들고 있어서 한국이 세계 1위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대차와 아우디 간 수소전기차 동맹과 함께 주목받았던 닛산과 다임러 간 연합도 다임러가 승용 부문 수소전기차 생산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깨진 상태”라고 말했다.
 유럽·중국 등 수소전기차 트럭 등 상용에 집중
니콜라가 선보인 수소전기트럭 콘셉트카 트레(Tre). / 사진:니콜라
해외에선 수소전기차의 미래를 대형 트럭과 같은 상용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7월 유럽연합(EU)이 낸 기후 중립을 위한 수소전략을 분석한 결과 유럽은 수소를 그린 수소로 한정함과 동시에 운송 영역에서 수소 활용 분야를 특수 목적 차량 및 장거리 도로화물 장려로 한정했다. 재생에너지 연구 전문가 폴커 콰슈닝(Volker Quaschning) 베를린 HTW대 교수는 “수소는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물 분해에 사용해 얻는 방식이므로 저장매체로서의 기능이 높을 뿐, 에너지 손실이 높아 일상에 쓰이는 승용차에는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EU는 수소전략에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도로운송 부문 수소충전소 400개를 추가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상용차량은 정해진 구간을 달리거나 한정된 장소에 머무는 만큼 필요 구간에 맞춰 수소충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를 따라 승용 수소전기차를 지지하는 한국 정부가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에 보조금을 지원함과 동시에 넥쏘 충전 편의를 위해 2022년까지 310기 수소충전소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과 대조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유럽은 수소가 승용차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이미 이른바 ‘수소차 굴기’를 발표한 중국도 상용차 중심의 수소전기차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한 뒤 상용차를 중심으로 연료전지차 시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서 넥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마저 중국에선 상용 수소차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 지분 100%를 확보, 오는 2030년까지 상용 수소전기차 1000대 투입 계획을 밝혔다.

한편 최근 수소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모두 승용이 아닌 상용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는 4월말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를 양산해 수소 버스, 수소 트럭 제작회사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나스닥 상장으로 주목받은 미국 니콜라 역시 수소 트럭을 개발 중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는 높은 출력을 내야 하는 초대형 트럭이나 특수목적차량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김 스페셜리스트는 “승용으로써의 수소전기차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 역시 승용 수소전기차에 막대한 자원을 쏟는 대신 상용 중심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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