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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채소 수급난 대응’ 불똥] 업력(業歷) 빛난 대형마트, 물량확보 어려운 온라인업체

[유통업계 ‘채소 수급난 대응’ 불똥] 업력(業歷) 빛난 대형마트, 물량확보 어려운 온라인업체

“추석까지 물가 우려 크진 않아” 자신… 고품질 사과·배 확보는 과제
지난 8월 2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시민이 무를 고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역대 최장기간 장마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태풍 ‘바비’까지 한반도를 강타하며 농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로 인해 농사를 아예 그르친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족한 일조량으로 인해 성장이 덜 하거나 일부분이 썩어 들어가는 등 상품의 질에 문제가 크게 발생한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상 사태’를 맞은 유통업계는 해결책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농산물 수급 대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3사는 전통시장이나 농협하나로마트에 비교해 확연히 저렴한 가격에 일부 채소류를 공급해 주목받았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8월 26일 기준 고랭지 배추(상품)의 가격은 전통시장에서 9593원, 대형유통채널이 5880원이다. 고랭지 무(상품)도 전통시장(3156원)대비 저렴한 2381원이다.

유통업계에선 “그동안 온라인에 밀려 큰 힘을 쓰지 못하던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이 위기 상황에서 업력을 기반으로 한 노하우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산지확대·대량매입으로 가격안정 도모
대형마트 3사는 실제 ‘산지 다변화’를 통해 농산물 대란을 비교적 슬기롭게 헤쳐 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장마로 가장 큰 수급 불안을 겪은 채소는 배추와 무, 애호박 등이다. 특히 배추의 경우 장마와 폭염에 취약하다. 밭이 빗물에 쓸려나가면서 공급량이 급감하는 데다 비가 그친 뒤엔 폭염으로 배추가 물러지면서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월 배추 출하량이 전년 대비 18%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마트는 평상시 500~800m 고지의 대관령, 진부령 등에서 배추를 매입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높은 해발 1000m 이상의 강릉 왕산까지 배추 산지를 확대했다. 무는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데, 기존 계약 농가 외에도 비 피해를 적게 받은 산지와 농협을 통해 상품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무 물량을 확보했다.

애호박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마트는 종래 경기도 양주와 포천 등에서 매입했는데, 장마가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산지 다변화에 적극 나섰다. 상대적으로 수해 피해가 적은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화천, 양구 등 다양한 고지대에서 매입을 시작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애호박은 큰 매출이 일어나는 품목이 아님에도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기존 2개였던 매입처를 6개로 확대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채소 바이어들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게 이마트 측의 자평이다. 이마트는 10여 년 전부터 채소 매입 경력이 최소 8년 이상 된 바이어 6명을 영호남 각 지역으로 파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채소 바이어들이 기존 계약산지는 물론 새로운 농가들을 찾아 매일 전국 산지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급격한 시세 폭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지 않도록 가격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도매시장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시점에 물량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신선보관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전략이 빛을 발한 게 감자다. 이마트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 20일부터 7월 5일까지 약 3개월간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인 800톤의 감자를 일괄 매입했다. 이 감자를 전용 물류센터인 후레쉬센터에 저장해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었다.

이런 전략은 다른 대형마트도 비슷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산지 확대 등은 위기상황이 아니더라도 유통업계가 당연히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공급가격 인상에도 소비자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마진 투자’를 통해 물가 상승 억제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들은 다가오는 추석까지 채솟값 고공행진이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와 공급 조절에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긴 장마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는 돼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추석까지 한 달이 넘게 남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상은 어렵다”면서도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을 정교하게 모니터링 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추석까지는 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품목에선 우려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형마트들이 현 시점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추석 대표 물품인 사과와 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사과와 배가 장마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수확시기가 다가오며 상품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여기에 태풍에 의한 낙과가 많으면 수확량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10여명의 산지 바이어가 다양한 산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신선제품 배송 업체들의 경우 대형마트에 비해 어려움이 크다. 대부분이 업력이 짧다보니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제품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지 신선제품을 배송하는 사업을 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가 재확산되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장마로 인해 농작물의 상품성이 기대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반품 요청이 많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업체는 반품에 몸살, 中품질 시장 개척도
이는 비단 신생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계약재배 등 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기반 신선제품 배송 회사들도 제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8월 26일 기준 쿠팡 로켓프레쉬 제품 중 상추 제품은 모두 품절됐다. 나물류도 대부분이 품절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프레쉬는 지역이나 품목에 따라서 변수가 많다”면서 “장마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공급난이 심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 배송의 원조격인 마켓컬리도 예외는 아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수급이 빡빡해졌다. 프리미엄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다보니 퀄리티에 맞는 상품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가격 인상에 대한 고민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어떻게 확보할 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켓컬리는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4월부터 컬리프레쉬(KF) 365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만을 취급하던 마켓컬리가 전통시장과 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준의 제품까지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매 빈도가 높은 채소와 과일류 일부 제품에 대해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한 뒤 판매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시즌과 수요를 고려해 고객들이 해당 시기에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들을 선정하고 온라인 마트 가격 상황을 확인해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판매한다”며 “최근 KF365의 채소, 과일, 정육 등 총 15개 상품 가격을 대형마트와 비교한 결과 평균 15%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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