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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아버지의 나라는 없었다] 한국현대사와 가족사의 아슬한 줄타기

[BOOK | 아버지의 나라는 없었다] 한국현대사와 가족사의 아슬한 줄타기

독립군 딸, 일본인 현지처의 삶... 아버지 역사에 손 내민 자전적 소설
포털 사이트에서 ‘박영선’으로 검색하면 여러 인물 중 ‘독립운동가 박영선’(1908년 7월~1994년 7월)이 등장한다. 그는 1935년 중국 국민군 제2집단군에 입대해 군사교육을 받고 이어 조선혁명군 사령관 양세봉을 보좌한다. 그해 항일전에 참전했고, 1945년 해방을 앞두고는 국군 준비사령부 사령관에 임명됐다. 해방 후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반민탐정위원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나 당시 이승만 정부의 방해로 반민특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산됐다. 독립운동가 박영선은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이 소설은 그 딸의 이야기다. 야인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는 이승만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술로 달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었다. 가난과 싸우던 독립군의 딸은 이내 일본인의 현지처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는 팍팍한 삶을 살아야 했다. 추천사를 쓴 문학평론가 김성렬은 “아픈 삶의 기록에 독립투사의 딸이라는 정체성과 올곧은 역사의식까지 담았다. 산업화와 유신독재시대에 유년과 젊음을 살았기에 한 시대를 증언하는 한 폭의 사실적 풍경화 같기도 하다”고 평했다.

소설은 마치 얼음산이의 줄타기를 보는 듯하다. 구한말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격동기와 가족사가 마치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된다. 보는 이들은 시대가 개인에게 준 질곡과 고통을 보면서 함께 가슴 졸이고, 아파하게 된다. 픽션과 논픽션의 교차도 돋보인다. 특히 ‘양세봉 장군’ ‘아버지와 김원봉’ ‘반민특위와 아버지’ 꼭지에서는 아버지의 기억을 전제로 좌우 대립 등 당시 사회상을 드라마틱하게 조명했다.
 시대와 개인, 픽션과 논픽션의 교차 돋보여
저자 박명아는 대학 1학년 때 제적당한 후 재입학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살아온 얘기를 글로 쓰고 싶어서 뒤늦게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대학원까지 마쳤다. 펴낸 책으로는 [아버지는 태극기를 물려주지 않았다]가 있다. 이번 소설 [아버지의 나라는 없었다]는 그 후속작인 셈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흔히들 자신의 얘기를 영웅담으로 미화하여 자랑을 하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감추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어둡고 신산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드러내어 들려주고 있다. 작가는 책을 쓴 이유로 “나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아버지의 얘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 대한 속죄이기도 하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시린 여운을 주는 자전적 소설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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