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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 드리우는 IT 플랫폼 그림자]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 시동 건 네이버·카카오

[중고차 시장에 드리우는 IT 플랫폼 그림자]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 시동 건 네이버·카카오

업계 “기존 서비스 짜집기 말고, 제도 맹점 해결에 나서야”
한 소비자가 개인자동차관리 앱의 시세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국회의원들은 영세업자의 배달 앱 수수료 피해에 대한 방안 마련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중고차매매업이 소상공인생계형 업종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선 엇갈렸다. 중고차시장의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대기업 진출을 막으려는 매매상인, 중고차매매 사업을 하는 수입차 브랜드들과 법으로 금지한 국산 브랜드 간의 형평성 등 여러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정부는 2013년 중고차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완성차 제조사)의 진출을 막았다. 이 유효기간이 지난해 2월 끝나자 이를 대체할 소상공인생계형 적합 업종 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투를 막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더 이상 영세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매매상 혼란 틈타 차량관리 플랫폼 출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방향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동반성장위의 의견 반영, 대기업의 독점 방지와 상생 방안 마련, 산업경쟁력과 소비자권익의 향상, 온라인 판매 증가와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해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가능성을 암시했다. 소비자 여론도 이에 호의적이다. 중고차매매 상인들은 이를 반대하며 지난 8월부터 중기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판에 숟가락을 슬그머니 얹은 또 다른 공룡 기업이 있다. 바로 카카오와 네이버다. 이번 중고차시장 논란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어서 여론의 시선에서 빗겨나 있던 이들이 막강한 온라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시류에 올라탄 모습이다.

두 회사가 내놓은 서비스는 똑같이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이다. 소모품·정비·세금·보험·검사·리콜 등 자동차 관리에 필요한 개인 맞춤정보와 상품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개인의 자동차번호를 입력하면 플랫폼은 국토교통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소유자 여부를 판별한 뒤 회원으로 등록한다. 그러면 차종·배기량·주행거리·차대번호·타이어 등 해당 자동차의 정보가 플랫폼에 자동 입력된다. 플랫폼은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중고차시세·소모품쇼핑·유가동향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카카오 계열사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내 차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자동차 판매(시세 조회, 내차 팔기), 세금(자동차세 납부), 보험(만기 안내, 보험료 비교, 운전자보험), 고지서(종합검사 안내) 등의 서비스를 한데 모아 제공한다. 플랫폼은 카카오톡 앱의 페이(pay) 기능 가운데 자산서비스 항목에 탑재됐다. 자산서비스는 자산관리·보험·대출·투자·전자문서·송금·결제·출금·환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네이버도 올해 10월 중순에 ‘네이버 마이카’ 플랫폼을 출시했다. 플랫폼 개발은 자동차 뉴스콘텐트를 제공하는 네이버자동차팀이 설계를 주도하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용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협력사로 참여했다. 플랫폼은 네이버파이낸셜 산하에 배치하고 네이버 홈페이지와 앱, 네이버페이 웹페이지에 연동시켰다. 플랫폼은 시험용 베타 버전이지만 이용자가 소유한 자동차번호만 입력하면 중고차시세·검사일정·보증기간·리콜·세금·보험만기일·타이어·엔진오일 등의 정보를 모아 제시한다. 중고차 판매·시세는 제휴를 맺은 중고차판매 업체인 AJ셀카·케이카·엔카닷컴·오토벨이 제공한다. 소모 상품은 네이버페이를 장착한 네이버쇼핑이 보여준다.
 “단순 서비스일 뿐 시장 침투 아냐” 선 긋기
문제는 이들 플랫폼이 중고차시장을 좌우할 거인으로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보험개발원·이커머스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형태에 불과하지만 정보 검색에서 쇼핑·금융·게임·교육·결제, 택시·예약·배달 같은 생활밀착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온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스템을 등에 업고 장악력을 키우는 건 시간문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처음엔 이용자 중심의 단순 정보·서비스 제공에서 시작해 훗날 영향력이 커지면 ‘수수료 따먹기’ 수익에 주력하고 시장을 지배하거나 정보를 독식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최근 네이버부동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정조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이버는 제휴한 부동산정보 업체들이 자사 매물검증센터를 통해 검증한 매물 정보를 3개월 동안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는 업체와 카카오의 부동산정보 사업을 방해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경쟁사업자 배제, 불공정거래 등으로 해석해 1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매물검증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매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공정위는 업체가 검증비를 부담했으므로 네이버가 정보를 독점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하는 비용은 1건당 일반 매물은 2000원 정도, 확인 매물은 약 5500~1만7500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 진출도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다. 이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 측은 “이용자가 개인 자동차를 손쉽게 관리하도록 돕기 위한 알람 서비스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향후에 플랫폼이 발전하더라도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계속 추가할 뿐 사업 확대나 시장 침투는 아니다”라고 입을 맞췄다.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을 통한 수익모델과 제휴사들과의 수익배분에 대해서 카카오페이는 “제휴사와의 계약 규정상 얘기하기 어렵다”며 입을 다물었다. 네이버는 “플랫폼이 아직 시험판이어서 참여 제안만 했을 뿐 수수료·수익 배분에 대한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의 서비스가 전혀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자동차 관리 앱을 검색하면 먼저 출시한 유사 앱들이 수십여 개에 이른다. 이 앱들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보다는 단편적이지만 서비스 형태는 비슷하다. 또한 자동차정비 프랜차이즈도 회원 가입자에겐 정비이력 기록, 소모품 관리, 할인 혜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개인자동차관리 정보가 색다른 것도 아니다. 카히스토리·자동차365·자동차민원대국민 포털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정보다. 하지만 이 정보도 허점이 있다며 제공 기관들은 주의를 당부한다. 예를 들어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았거나, 면책·취소로 처리했거나, 혹은 택시·버스·화물공제를 통해 처리된 사고·정비 이력은 알 수 없다는 식이다. 이는 자동차정보 제공보다 개인정보보호를 우선하는 국내법의 한계 때문이다. 미국에선 명의자별 교통사고·주행거리·개인정비 이력까지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자차·타차 사고구분과 사고금액만 제공하고 있다.
 “모빌리티 데이터 선점 의도” 해석
중고차 시세도 부정확하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개인 자동차관리 플랫폼과 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이 제공하는 시세는 중고차 관련 매매업체·사업조합·캐피탈업체가 작성한 정보다. 서울 강서의 A매매상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에선 천차만별인 차량 상태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라 판매자가 자의적으로 매기므로 시세엔 매매상들의 호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실거래가를 토대로 시세를 도출하는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부동산업계도 KB국민은행·한국감정원이 조사하고 국토부가 실거래가를 제공해 시세가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의 행보에 대해 자동차관리 서비스앱 개발 관계자는 “짜집기식 플랫폼으로 시류에 무임승차할게 아니라, 고질적인 국내 중고차시장의 맹점을 극복하고 판매자와 구입자 간 중고차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가총액이 20조~30조원을 넘나드는 국내 IT 대기업이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가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을 선보인 시점도 의심스럽다. 중고차시장의 적합업종 재지정과 대기업 참여 논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또 기업들이 개인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페이와 네이버가 개인자동차관리 플랫폼을 내놓은 것은 모빌리티 시장을 겨냥해 빅데이터를 쌓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데이터가 자산인 시대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이를 이용해 무엇을 얻는 지가 빅 이슈”라며 “산업영역 간 합종연횡하는 때에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이 시장 지배력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는데 있어 데이터는 민감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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