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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비하인드 스토리(2) 마켓컬리의 ‘동물복지 우유’] 제조일자 대신 ‘착유일자’ 표시한 첫 우유

[PB 비하인드 스토리(2) 마켓컬리의 ‘동물복지 우유’] 제조일자 대신 ‘착유일자’ 표시한 첫 우유

8개월 만에 50만개 판매 돌파… 우유 변질 사고 후에도 인기 이어질까?
출시한지 8개월 만에 판매 50만개를 돌파한 마켓컬리의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 / 사진:마켓컬리
마켓컬리 성장속도가 무섭다. 2017년 매출액 465억원을 기록하던 마켓컬리는 2018년 매출액 1000억원을 뛰어 넘어 1571억원을 나타냈다. 2019년엔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4289억원 매출을 올렸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마켓컬리의 첫 PB상품을 선보이면서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컬리스 동물 복지 우유’이야기다.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는 지난 2월에 출시해 10월까지 약 8개월 만에 5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100여 가지의 우유 상품 중 10월까지 줄곧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3월부터는 마켓컬리 전체 상품 판매량에서도 상위 5위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통사에서 직접 만드는 PB제품은 어떻게 기획되고 만들어진 걸까. 마켓컬리의 1호 PB제품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봤다.

사실 우유를 PB제품으로 내세우는 유통사들은 과거부터 있었다. 비교적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는 주기적으로 추가 구매해야 하는 목적구매 성향이 높은 식품으로, 충성고객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 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자신들만의 PB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저렴한 PB우유가 보편화된 시장에서 마켓컬리는 ‘동물복지’라는 키워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착유 후 24시간 안에 소비자 현관 앞으로 배송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목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만을 취급한다. 동물복지 인증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일정 기준에 맞춘 목장에 주어지는 제도로,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목장은 2020년 1월 기준으로 전국에 12 곳뿐이다.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를 담당하고 있는 송석호 마켓컬리 MD는 “처음 우유 상품을 기획할 때 어떤 우유가 좋은 우유인지 고민했고, 결국 행복한 소가 좋은 우유를 만들어 낸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12개 목장을 모두 찾아 다녔다”며 “이중에서도 젖소 한 마리당 33m 이상의 활동 공간을 보장하고 짚처럼 섬유질이 많은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들이 있는 천안의 목장 두 곳과 처음 계약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지정 목장 두 곳을 더 늘려, 모두 네 곳의 목장과 계약해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밤 11시까지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현관 앞에 배달해주는 ‘새벽배송’을 처음으로 진행한 마켓컬리의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도 PB 우유제품의 인기를 더했다. 컬리스 우유 생산과정은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매일 새벽 5시 원유를 착유하고, 착유된 원유는 냉각 탱크에 저장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가공장에서 원유 속 지방을 쪼개는 균질 과정을 거친다. 이후 최소 130도에서 2초 이상 살균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6시간 안에 완료된다. 살균이 끝난 우유는 냉장 차량으로 컬리스 물류센터로 입고되는데 이는 매주 6회 진행돼, 우유를 주문한 소비자는 24시간 이내에 착유한 신선한 우유를 받을 수 있다.

주문 전날 착유한 우유를 바로 배송한다는 것이 이 제품의 큰 강점인 만큼 착유일자를 우유 겉포장에 기록했다. 타 기업의 우유 제품에는 제조일자가 적혀있지만, 컬리스 동물 복지 우유는 원유를 짜낸 일자가 기록된다. 송 MD는 “소비자가 우유의 신선함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착유일자를 직접 적기로 했다”며 “국내 최초 착유일자를 기록한 우유의 등장”이라고 말했다.

그간 우유 제품에서 볼 수 없었던 보라색상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인 것도 제품 인기에 한몫 했다. SNS상에서 일명 ‘보라색 우유’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강렬한 보라색상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송 MD는 “마켓컬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PB상품인 만큼 마켓컬리만의 시그니처 컬러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연스럽게 마켓컬리의 메인 컬러인 보라색을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모든 PB제품 포장에 보라색상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켓컬리 측은 “막상 보라색상이 잘 어울리지 않는 제품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 예가 컬리스 열무김치다. 애초 열무김치 포장을 보라색으로 진행했는데, 완성품을 보니 열무김치가 보이지 않고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열무김치는 보라색이 아닌 열무 이파리를 연상하게 하는 녹색포장으로 재구성했다. “컬리스 제품 패키지 색상은 각 제품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품 포장지에 각 제품의 특징을 큼직하게 적어 설명하는 형태는 통일적으로 맞출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가격은 900㎖ 1팩에 2950원이다. 다른 브랜드의 동물복지 우유가 1팩에 4500~7000원인 것에 비하면 컬리스 동물 복지 우유는 저렴한 편이다. 이는 생산자와 판매자가 직거래하며 중간마진이 절약됐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9월엔 우유 변질사고로 제품 환불조치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현재는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지만 배송과 관련한 불안 요소는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9월엔 마켓컬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 일부 우유 제품에서 변질이 생겨, 같은 제조사의 동일한 우유 4800병을 모두 환불 조치한 일이 발생했다. 컬리스의 동물복지 우유가 아닌 타 제조사의 제품이지만 마켓컬리가 상하기 쉬운 우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오점이 처음으로 기록됐다. 문제가 된 우유는 제조사에서 물류센터로 오는 과정에서 운송 차량의 냉장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제품이 변질한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가 신뢰를 잃은 기업이 파는 우유를 계속해서 사먹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마켓컬리의 자체상품 브랜드 컬리스 제품은 계속해서 확대될 예정이다. 2월 출시한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에 이어 9월과 10월엔 돈육햄·열무김치·만두·돈까스·치즈롤까스 등이 출시됐다. 현재는 타블렛 캔드와 샌드위치용 샐러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식품으로는 칫솔과 물티슈를 중심으로 컬리스 첫 생활용품 판매를 시작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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