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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 ‘삼립호빵’이 올 겨울에도 뜨거운 까닭] 이색 굿즈 마케팅, 1020세대 사로잡다

[50살 ‘삼립호빵’이 올 겨울에도 뜨거운 까닭] 이색 굿즈 마케팅, 1020세대 사로잡다

온라인 판매량 30% 증가하며 역대 최고 매출 기록 중
1980년대 삼립호빵의 TV 광고. 왼쪽 개그우먼 이성미, 오른쪽 위부터 개그맨 김병조, 김종석, 조정현. / 사진:SPC삼립
‘“호빵 굿즈’ 사는 게 스벅(스타벅스) 굿즈만큼 어렵네.”

올 겨울 SNS상에서 호빵 굿즈 상품이 인기다. 판매를 시작하면 몇 시간 만에 동 나고, 중고거래에서는 원가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팔리곤 한다. 쇼핑라이브에서는 실시간 판매 전부터 제품을 사기위해 네티즌들이 대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인기 아이돌 콘서트의 티케팅 모습 같다고 ‘찜켓팅(호빵찜기+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1971년 처음으로 호빵을 상품화한 원조 삼립호빵 굿즈 이야기다.

호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굿즈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과거 브랜드를 최신 트렌드로 바꿔내며 102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힘을 삼립호빵이 보여주고 있는 것. 삼립호빵은 지난해 10월 매출액이 2019년 동기 대비 10% 성장하며 역대 최고 월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만 따지면 2019년 동월보다 30%나 상승했다. 삼립호빵의 2019년 매출은 1100억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이보다 1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쇼핑라이브에서 3분만에 완판된 ‘호찜이’
1984년에 실린 삼립호빵의 신문 지면 광고. / 사진:SPC삼립
삼립호빵이 1020세대 공략을 위해 내세운 전략은 ‘굿즈(상품, goods)’ 출시다. 물론 굿즈는 호빵과 관련된 이색 제품으로 구성했다. 2014년 호빵처럼 동그란 볼을 지닌 오리 인형 호빵덕, 2019년에는 호빵 찜기 모양의 삼립호빵 가습기를 선보였던 삼립호빵은 2020년엔 호빵 1개만 찔 수 있는 1인용 찜기 ‘호찜이’를 내놨다. 이색 굿즈에 열광하는 1020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호찜이는 2020년 10월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처음 판매됐는데, 준비했던 2만여개 제품이 1시간 만에 완판됐다. 이어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3000여 개 제품이 3분 만에 팔리는 기록도 세웠다. 호찜이 가격은 호빵 제품과 함께 1만5900원으로 판매됐다.

삼립호빵 마케팅 전략의 우선인 호찜이 개발은 기존 대형 호빵 찜기를 모티브로 했다. 대형 호빵 찜기는 삼립호빵 브랜드를 대표하는 헤리티지 요소다. 호빵 찜기는 호빵을 유통처에서 직접 쪄서 판매할 수 있도록 1972년에 개발됐다. 삼립호빵 상품마케팅 담당 안광미 대리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앞에 하얗고 따뜻한 증기를 내뿜는 ‘호빵 찜기’ 모습은 우리나라 겨울 풍경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라며 “이 이미지를 1020세대에게도 전달하고자 대량 찜기를 닮은 ‘호찜이’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찜이 개발은 쉽지 않았다. 찜기에 갓 찐 것과 같은 호빵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수십 번 테스트를 했다. 호찜이 안에 들어가야 하는 최적의 물 용량 등을 찾아내는 과정도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또 삼립호빵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놓고 광고하는 일명 ‘앞 광고’ 전략도 펼쳤다. 광고가 아닌 듯 홍보하는 일명 ‘뒷 광고’에 대한 반감이 큰 1020세대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삼립호빵은 오히려 대놓고 브랜드명을 노출하고, 광고 제품이라는 것도 밝혔다.

1월까지 강남대로 버스정류장에 설치될 호빵찜기 모양의 쉼터. / 사진:SPC삼립
대표적인 사례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가 꼽힌다. 개그맨 유재석이 ‘환불원정대’의 뮤직비디오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PPL을 받아왔다며, 삼립호빵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고 출연진이 함께 호빵을 먹는 장면은 큰 인기를 끌었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 유튜브 영상에서도 개그맨 이수근과 가수 은지원이 삼립호빵을 들고 “광고주님 감사합니다~”라며 노골적으로 광고임을 표현해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안 대리는 “신서유기에서 출연자들이 ‘CM송 제품 퀴즈’를 하며 삼립호빵의 CM송을 듣고, 브랜드 명을 맞추기 위해서 애쓰는 장면을 보고 이를 계기로 ‘대놓고 PPL’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략은 호빵 메뉴의 다양화다. 50년 동안 삼립호빵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팥호빵’이다. ‘야채호빵’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삼립호빵은 매년 새롭게 뜨는 식음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피자호빵, 고구마호빵, 불닭호빵, 우유호빵, 버거호빵, 골든에그 호빵 등이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안 대리는 “신제품은 기존의 중장년층 소비자 외에 젊은 세대들까지 삼립호빵의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삼립호빵이라는 브랜드에 계속해서 젊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신메뉴로 쎈불닭호빵, 쎈사천짜장호빵, 꿀씨앗호빵, 에그커스터드호빵, 멕시카나땡초치킨호빵 등을 선보였다. 또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제품으로 이천쌀 호빵과 공주밤호빵도 내놨다.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이 두 제품은 2020년에만 선보였다. 현재 삼립호빵이 판매하고 있는 메뉴 종류는 총 21가지나 된다.

호빵 메뉴가 매년 새롭게 바뀌자, SNS에서는 이를 활용한 이색 레시피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안 대리는 “최근엔 와플팬에 꿀씨앗호빵과 피자호빵을 구워먹으면 맛있다는 게시글이 화제”라며 “와플팬에 구워진 꿀시앗호빵은 잘 데워진 꿀과 견과류가 조화를 이루고, 피자호빵은 한 입 베어 물면 모짜렐라 치즈가 쭉 늘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젊은 감성에 맞춘 신메뉴들이 SNS에서 공유되는 장면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메뉴는 바뀌어도 크기·중량은 50년째 그대로
판매 3분만에 완판된 호찜이 / 사진:SPC삼립
메뉴는 매년 새로워져도 50년 동안 한 결 같이 지키는 게 있다. 호빵을 상징하는 크기와 중량이다. 특히 1971년부터 출시한 단팥호빵과 야채호빵은 현재까지도 같은 크기로 90~95g을 유지하며 맛을 지켜오고 있다. 다만 식사 대용으로 출시한 만빵과 왕호빵은 예외적으로 기존 호빵보다 크기를 키워 120g이다.

삼립호빵은 호빵 굿즈의 인기를 이어갈 행사를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강남대로 버스정류장에 온열 시트와 온풍기 등을 장착한 삼립호빵 찜기 모양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 대리는 “12월 21일에 삼립호빵 50주년을 기념하는 ‘삼립호빵 브랜드북’을 선보였고, ‘11번가’와 협업해 삼립호빵 담요와 쿠션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립호빵을 친숙하게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올해로 50살 된 삼립호빵 전략은 옛 것을 오늘의 트렌드와 접목시켜 향유하는 ‘뉴트로’ 문화와도 이어진다. 과거의 추억을 최신 접근 방식으로 재해석해, 현재의 삼립호빵까지 뜨겁게 데우고 있다는 평가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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