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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를 보면 그룹의 앞길이 보인다] 13개 그룹 신년사 키워드 ‘고객’ ‘사회적 역할’

[신년사를 보면 그룹의 앞길이 보인다] 13개 그룹 신년사 키워드 ‘고객’ ‘사회적 역할’

목표제시형(현대차·포스코·한진)부터 경영철학(SK·LG)까지… 글로벌 화두 ‘ESG 경영’ 강조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1위(2020년)를 차지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1997년부터 매년 한 번씩 주주들에게 메일을 보낸다. 일명 ‘베조스 레터’라고 불리는 주주서한이다. 베조스 레터는 베조스의 경영철학과 아마존의 성장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경영 전략서로 꼽힌다.

새해가 되면 한국 대기업 총수들도 신년사를 발표한다. 신년사를 보면 목표와 비전, 그리고 무엇에 집중하려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 총수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본지가 2021년 한국의 재계 신년사를 분석한 이유다. 재계 신년사는 그룹의 특성과 총수의 경영철학에 따라 각양각색의 특성이 있다. 13개 그룹의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고객’으로 총 69회가 언급됐다. 성장·변화·사회 등 미래 전략에 관한 단어가 그 뒤를 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은 그룹 임직원이 올해 집중해야 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신년사를 발표했다.
 현대차·포스코·한진·농협 ‘돌격 앞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퍼스트무버가 되자’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기반으로 한 신차 출시를 목표로 내세웠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미래시장을 선점하는 게 2021년 전략이라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스마트팩토리 2.0’, ‘Green & Mobility 선도 신사업’, ‘이차전지소재사업’, ‘수소사업’을 2021년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로 내세웠다. 포스코의 핵심사업인 이차전지소재사업은 리튬, 니켈 등의 원료에서부터 양극재와 음극재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을 집중해야 할 신사업으로 명시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대규모 M&A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대우조선 인수는 올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현대건설기계가 추진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유통 혁신을 올해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는 유통 전문가들로 구성된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출범했는데, 여기서 선정한 66개 유통 개혁 과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예상대로 신년사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있는 양사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운명, 시대적 사명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화두 ‘고객’
13개 그룹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고객’이다. 올해 눈길을 끄는 것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발표한 신년사다. 고객으로 시작해 고객으로 끝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구 회장은 “2년 전 저는 앞으로 LG가 나아갈 방향이 역시 ‘고객’에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로 신년사를 시작했다. 그는 “고객을 하나의 평균적인 집단으로 보지 않고 훨씬 촘촘히 쪼개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만을 화두로 내세운 유일한 신년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고객을 강조한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 고객은 영구적으로 변했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계속해서 광적인 집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CJ그룹의 성과가 약했다고 반성했다. 올해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영방침으로 내세우면서, 신사업 발굴과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CJ그룹 신년사의 어조는 차분하지만, 임직원의 위기의식을 강하게 요구했다.

올해 재계 신년사의 또 다른 공통점은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가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개최하던 신년회를 취소하고 신년회 예산을 결식 취약계층 지원에 보탰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꾸준히 전개해 온 사회공헌 활동과 함께 협력 회사와 지역 사회, 나아가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삼성만의 ‘지속가능경영’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한화그룹,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 등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신년사에서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의 화두로 꼽히는 ESG 경영이 국내 재계에도 이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롯데그룹과 GS그룹은 스타트업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자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투자사 ‘GS퓨처스’와 ‘GS비욘드’를 통해 지속해서 벤처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년사에서 사자성어와 격언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고사성어가 신년사를 빛나게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Walls turned sideways are bridges)’는 미국 여성 정치가 앤젤라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해 임직원의 새로운 도전을 요구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시원유명(멀리 보는 슬기로운 지혜로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인용해 임직원과의 동행을 요청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라는 영국 작가 빅토리아 홀트의 유명한 말을 인용해 도전의식을 일깨우려고 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시도가 축적되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축적되면 일상생활이 된다”는 문장으로 임직원이 담대한 도전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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