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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 환율 돋보기] 美·中 정책 당국의 온도차에 반응하는 달러화

[백프로 환율 돋보기] 美·中 정책 당국의 온도차에 반응하는 달러화

희미해진 유로화·위안화 강세 압력도 달러화 반등에 일조
지난 3월 23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시민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단지 미국 경제와 정책만이 아니다. 외환시장 거래는 본질적으로 2개 통화의 상호 교환이므로 달러화 거래에 상대 통화가 대응하는 식이다. 달러화의 상대 통화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이 바로 유로화다. 2019년 기준으로 하루에만 무려 6조6000억 달러가 거래되는 외환시장에서 4분의 1이 유로화와 달러화간 직거래다. 따라서 유럽 경제나 유로화에 호재가 있으면 유로화가 상승하며, 그 상대 통화인 달러화의 상대적 약세를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은 커졌다. 중국 자본시장이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아, 거래량 기준으로는 위안화가 8번째로 많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 자체는 유럽연합(EU)을 넘어섰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전세계에 중국 경제의 온도가 전해진다. 심리적 측면에서 위안화 영향력은 거래 비중에서 나오는 영향력을 넘어선다. 2021년 들어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며 미국 달러화가 반등하는 것에는 유로화 및 위안화 모멘텀이 희미해진 데도 원인이 있다. 유럽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서 미국과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3월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이 생기는 부작용 논란으로 유럽에서 해당 백신의 접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관련 문제가 없었으며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미국의 접종률을 끌어 올리면서 여름께 집단면역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확진자가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면서 봉쇄령을 3월 중에 재시행하기도 했다. 독일 보건부 장관도 봉쇄령 재연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파급된 유로화 및 위안화 변수
게다가 전년도에 금융시장의 환호를 불렀던 유럽의 팬데믹 회복 기금 집행을 위해 필요한 절차가 일부 회원국에서 지체되고 있어 기금 집행이 지연될 리스크도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1월에 대통령이 제시한 1조9000억 달러 규모 재정 부양을 빠르게 집행한 뒤 장기적 인프라 투자 법안을 준비하는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위안화 강세가 주춤해진 것도 중국 내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3월 전인대를 통해 부양책을 자제하는 대신 보수적인 경제 운용 방침을 드러냈다. 재정적자 목표를 전년도의 3.6% 목표보다 하향 조정한 3.2%로 설정하는 등 정책 전반의 목표치가 시장의 기대나 예년 수준에 못 미쳤다.

중국 정책 당국의 관심도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궈수칭 은행보험감독국 주석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 버블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자본유출입 완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금융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과정에서 핫머니가 중국 및 신흥국에 대거 유입되었으나, 그 후폭풍으로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중국의 부채 리스크가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유동성 공급도 대폭 늘렸다. 이러한 정책 호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과 그 직후에는 중국 경제를 돋보이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신용이 과도하게 확대된 데에 따른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이 첫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던 2015년 무렵에 중국의 부채 리스크 및 중국 경제 위기론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중국은 연초까지 위안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되자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 변화(QDII)를 꾀하는 등 위안화 강세 압력 자체를 완화시키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위안화 강세 움직임이 지나치게 커지면 향후 여건 변화시 위안화 약세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 당국은 미연에 시장의 쏠림을 방지하고 환율의 양방향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셈이다.

그런데 글로벌 백신 보급에서 앞서가는 나라들 중에는 의외인 국가들이 더러 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칠레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중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선진국의 백신은 공급 부족으로 백신 수출을 막는 ‘백신 국수주의’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그런데 그 공백을 중국 백신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다. 미국과 첨예하게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백신 공급을 통해 우호국을 늘리며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시선이 있다.
 미·중 정책적 대비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져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의 정책적 대비는 흥미롭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아낌없는 부양책으로 당장의 위기 극복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 후폭풍으로 금융리스크가 불거졌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코로나19 이후 부양책에 한층 신중하다. 통화량(M2)이나 재정집행 규모를 비교하면 당시에 비해 지출을 자제하는 것이 역력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위기 대응은 훨씬 강력해졌다. 연준(Fed)의 채권매입 속도나 미국 정부의 재정부양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배가(倍加)됐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정책적 대비는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최근의 글로벌 달러 강세와 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미국과 중국의 정책적 모멘텀에 드러난 온도차도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전폭적인 재정 부양은 성장 기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미국의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며 달러화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반면, 중국 경제는 올해 들어 한결 보수적인 정책 대응을 예고하는 동시에 위안화 강세 압력을 조절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이른 시기에 코로나19를 억제하며 생산 등 공급 측면에서 글로벌 경제 정상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중국에서 당분간 정책 호재나 경제적 호재를 기대할 수 없다면 달러화에 미국 변수가 중요하다. 연초부터 탄력적으로 오른 미국 시장금리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국면이 지속되며 달러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금리를 타고 달러화가 상승하는 것은 전세계 주식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백신이 널리 보급되어 글로벌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달러화가 다시 하락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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