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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 수익률 퇴직연금을 어찌할꼬] ‘디폴트옵션’ 도입에 수익성 VS 안전성 찬반 엇갈려

[평균 2% 수익률 퇴직연금을 어찌할꼬] ‘디폴트옵션’ 도입에 수익성 VS 안전성 찬반 엇갈려

자동투자제도 두고 “최소한 안전장치 갖추어야” 우려 많아
사진:© gettyimagesbank
지난해 평균 2%대 수익률을 낸 퇴직연금 운용방식을 두고 여야와 관련 업계에서 논쟁이 뜨겁다. 핵심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찬반이다. 은행 예·적금 등 저축보다는 주식이나 펀드로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자는 주장, 높은 수익률을 쫓다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근거를 담은 법안 3개가 계류 중이다. 안호영·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지난 2~3월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됐으나, 의원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심사가 보류됐다.
 DC형, 운용지시 없으면 펀드 등 자동투자
디폴트옵션은 금융사가 퇴직연금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일종의 ‘자동투자제도’다. 가입자가 별도의 적립금 운용 방법을 지정하지 않아 돈이 방치되고, 이로 인해 퇴직연금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현행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금을 회사가 운용하는 형태로 직원들은 미리 정해진 금액만 받는다. 반면 DC형은 개인이 금융사와 투자 상품을 선택, 직접 퇴직금을 운용한다. 수익이나 손실 여부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에 도입된다. 여당 의원들의 법안엔 DC형 가입자가 일정 기간 내 적립금 운용 방법을 정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2주의 통지 기간을 거쳐 실적배당형 상품(실적에 따라 수익이 나는 주식, 펀드 등)에 적립금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DC형 운용 방법 미지정 시 고용노동부 표준규약에 따라 원리금보장형 상품(은행 예·적금 등)에 적립금이 예치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은 운용방법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다. 지난해 원리금배당형으로 운용된 퇴직연금은 1.68%, 실적배당형은 10.67%의 수익률을 냈다.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관계자는 “2019년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1.77%, 실적배당형 6.38%였다”며 “(2020년엔) 금리 인하와 주식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률 격차가 더 확대되었고, 특히 국내외 주식형펀드가 실적배당형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255조5000억원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은 228조1000억원(89.3%), 실적배당형은 27조4000억원(10.7%)이었다. 때문에 실적배당형이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는데도 전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58%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국내외 주식, 채권 투자에서 성과를 내며 9.7%의 수익률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김병욱 의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며 “제도적 지원을 통해 수익률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안호영 의원도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투자되거나 아예 방치되기 쉬운 퇴직연금이 전문성을 갖춘 기관의 합리적인 운용방법에 따라 노동자의 노후자산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야당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른 퇴직연금 원금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퇴직급여는 해마다 적립되는 제3의 급여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갖는다. 또 노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퇴직연금의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디폴트옵션 투자 선택지에 실적배당형 상품과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모두 넣은 법안을 발의했다. DC형의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높이려는 여당에 맞불을 놓은 격이다.

윤 의원은 “안정성 자산에 집중된 (퇴직연금) 운용 형태는 최근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근로자의 은퇴 후 노후자산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주식시장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데 실적배당형을 강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 원금이 깨지면 수익률이 낮은 것보다 훨씬 큰 충격이 오게 될 것”이라며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수익률 제고 가능성을 높이되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둬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수익성 vs 안전성…금융업계 입장 엇갈려
금융업계의 반응도 엇갈린다. 원리금보장형 DC형을 주로 운용하는 은행과 보험업계는 디폴트옵션 도입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하락세였던 2018년 실적배당형 DC형의 수익률은 -5.52%였다. 당시 원리금보장형 DC형은 1.72%의 수익률을 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노후자금이라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다”며 “실적배당형 상품이라고 계속 수익만 나진 않으므로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 의원의 법안과 맥이 닿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고객이 특별히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서 퇴직연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추후 민원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금 손실이 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동의를 확실히 받도록 하든지 판매사의 면책조항을 넣든지 등 세부적인 기준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실적배당형 DC형을 주로 운용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여당 의원들의 법안을 지지하는 쪽이다. 당국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67조2000억원이다. 이때 원리금보장형이 56조원(83.3%), 실적배당형이 11조2000억원(16.7%)이다. 이에 대해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80% 이상의 퇴직연금적립금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반복적으로 예치되고 있는 상황을 근로자의 합리적인 위험회피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긴 어렵다”며 “대다수 근로자의 운용 역량 부족과 무관심에 의한 방치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퇴직연금은 바로 빼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라서 그동안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디폴트옵션 도입의 목적이 퇴직금을 예금에 넣는 것보다 펀드 등에 장기 투자하도록 해서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인데, 원리금보장형을 투자 선택지에 집어넣으면 제도 도입의 의미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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