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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의존하는 이유는

기존 정액제 방식으론 높은 매출 올리기 어려워

 
 
 
리니지M 대표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최근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게임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을 지불해 구매하지만 구체적인 아이템 종류나 그 효과와 성능 등은 소비자가 개봉 또는 사용할 때 우연적 요소(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게임 이용자들은 일본식 표현인 ‘가챠’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2004년 확률형 아이템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넥슨은 일본에서 서비스하던 ‘메이플스토리’에 새로운 캐시 아이템인 ‘가챠폰티켓’을 선보였다. 가챠폰티켓은 1장당 100엔에 판매됐으며, 티켓을 가챠폰(뽑기 자판기)에 넣으면 무작위로 아이템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가챠폰티켓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자, 넥슨은 지난 2005년부터 한국 메이플스토리에도 확률형 아이템을 출시했다. ‘부화기’로 불렸던 해당 아이템은 처음에는 기간 한정으로 출시됐으나 판매량이 높아지면서 2008년부터 아예 상시판매로 전환됐다. 넥슨이 시작한 확률형 아이템은 빠르게 국내외 게임사로 퍼져나갔다.  
 
게임 과금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정액제와 부분유료화다. 
 
정액제는 매달 고정 금액을 지불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 2000년대 이전 온라인게임 대부분은 정액제를 채택했다. 정액제 비용으로 월 2만~3만원이 책정됐다. 반면 부분유료화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고 일부 아이템에 과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다수 온라인 게임은 정액제 방식을 고수했다. 특히 오랜 기간 캐릭터 육성이 필요한 MMORPG들은 대부분 정액제 요금제를 채택했다. 당시만 해도 부분유료화 요금제는 짧은 시간 즐기는 캐주얼 게임이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RPG들이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부분유료화가 업계 표준으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 모델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 방식도 단순히 상자를 여는 방식에서 무기·방어구를 강화하거나 캐릭터를 수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도화됐다. 게임사 입장에서 일정 기간 버프(캐릭터에 이로운 효과)를 판매하는 것보다 강화 한 번에 적게는 몇만 원, 많게는 수십만 원을 쓰는 확률형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이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 통해 매출 급증 

 
특히 지난 2015년부터 대형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며 모바일 RPG 열풍이 일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PC 온라인게임보다 결제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모바일게임과 확률형 아이템의 만남은 게임사 매출을 많이 증가시켰다.
 
이후 확률형 아이템은 점점 더 진화했다. 이제는 ‘이중가챠’, ‘컴플리트 가챠’ 등 다양한 변종 확률형 아이템이 유행 중이다. 이중가챠는 기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일종의 재화로 활용해 또 다른 상위등급 아이템을 뽑는 방식이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는 재화들을 모으면 보상으로 또 다른 아이템을 주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빙고 판을 채우는 것 등이 있다.
 
게임사들이 정치권과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에도 불구,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매출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1년 넘게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확률형 아이템 매출 영향이 크다.  
 
게임사 관계자는 “전체 게임 매출의 80% 이상이 10%도 채 안 되는 유저들로부터 나온다”며 “해당 유저들이 구매하는 아이템 중 상당수가 확률형 아이템이다. 현실적으로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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