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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가야할 길' 탄소중립 실현 표준화 새 판 짠다

산업부 탄소중립추진위 닻 올려
원료에서 설비•마케팅까지 현안 진단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의소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의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탄소중립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한 표준화 마련에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산업분야별 기준충족과 기술개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탄소중립 준비 필요한 지원사항들을 정부에 건의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민·관협의체인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기에 앞서, 사전 밑그림 작업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움직임에서 표준화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산업부가 추진위를 발족하며 내세운 기본 방향은 민간 참여다. 산업계와의 광범위한 소통을 통해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규제보다 인센티브 방식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산업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창출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목표다.  
 

분야별 탄소중립 추진 위한 업종별 협의회 이어져

 
산업부와 산업계는 지난 2월 철강을 시작으로 민간 주도로 구성된 12개 업종별 협의회를 비롯해, 민관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은 기술혁신, 표준화전략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혁신 협의회는 탄소중립 R&D 혁신전략을 수립한다. 민간의 기술 전문가들을 모아 업계가 필요한 기술 수요를 조사하고 점검하고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9월까지 표준화 전략을 완성할 계획이다.  
 
표준화전략 협의회는 업종별로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술표준을 마련한다. 올해 연말까지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실무추진 위원회는 업종별·기술혁신·표준화전략 협의회가 추진위에 상정할 안건을 취합한다. 이와 함께 실무적으로 안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별 협의회는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 소속 업체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며 실행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논의를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그린철강위원회는 민간 중심의 산·학·연·관 협의체로 최정우 한국철강협회 회장과 민동준 연세대학교 부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최정우 철강협회장은 출범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철강 탄소중립은 철강업계가 과거에 극복해 왔던 공급과잉, 보호무역주의 확산, 철강재 수입 증가 등 여러 도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려운 도전으로, 원료·공정·설비·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은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과 공감대를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수요기업·협력사 등 산업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정부 측에 수소·에너지 관련 기반시설 구축과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관련 기술개발과 관련된 내용도 건의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그린철강위원회는 출범 이후 철강분야 기술혁신 등을 주제로 월 1회 정기적인 정책분과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회의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정책 추진 방향, 철강 탄소중립 시나리오 현황,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 동향과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어 3월 24일 회의에선 탄소중립 시나리오 검토, 녹색금융과 저탄소투자기준 논의, 전기로 제강의 온실가스 저감하는 방안과 건의사항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같은 달 발족한 석유화학 탄소중립 협의회는 출범식에서 업체들이 만나 탄소중립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각 업체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캠페인) 추진, 친환경 제품 비중 확대, 설비·공정 개선 투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연구개발 단계인 석유화학 연료와 원료 확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투자세액 공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산업부문 탄소중립 추진체계.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기업들 “정부의 금융·세제·제도적 지원 마련” 제안

 
이처럼 민·관이 협력해 탄소중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탄소중립 2050 추진이 기업에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대한상의는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중인 기업(684개사 중 403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실태와 과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57.3%는 2050 탄소중립을 ‘어렵지만 가야 할 길’로 평가했으나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고 답한 기업도 42.7%나 됐다.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경쟁력 약화 위기’(59.3%) 또는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응답한 기업이 74.2%를 차지했다. ‘경쟁력 강화 기회’라고 보는 기업은 25.8%였다.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책과제로 ‘감축투자 지원’(36.7%)과 ‘탈탄소 혁신기술 개발’(31.0%)을 요청했다. ‘재생·수소에너지 공급인프라 구축’(15.1%), ‘법제도 합리화’(11.2%), ‘협력 네트워크 구축’(5.0%) 등이 뒤를 이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이번 조사결과 우리 기업들은 2050 탄소중립을 불가피한 과제로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인 탄소감축의 어려움과 기업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탄소중립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은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탈탄소 혁신기술에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R&D 지원과 함께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추진위 출범 당시 업계에서 산업부에 요청한 내용이기도 하다.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세제•기술혁신을 비롯해 법·제도적 기반 구축 등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산업계의 주요 건의 사항에는 탄소중립 기술을 세액공제 대상 신성장 원천 기술에 반영하고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정책자금 지원을 비롯해 녹색금융을 통한 그레이·블루 수소 사업 지원 등이 언급됐다.
 
법 제정을 통한 금융·세제·재정 지원 등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비용부담 경감 근거를 마련하고 민간투자를 위한 규제특례 지원 등 제도적 지원도 건의됐다.  
 
한편, 지난 16일 산업부는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출범식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철강·석유화학 등 업종을 포함한 10개 업종별 협회·연구기관 등이 참여했다. 추진위는 앞으로 업종•부문별 협의회 논의를 종합해 탄소중립 전략을 논의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2015년 채택된 후 탄소중립 논의와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2050 비전을 선언한 후 본격적인 실무에 착수한 것이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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