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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대부 김정주, 게임에 흥미 잃었나?

[게임 빅3 대해부] 넥슨②
최근 비게임 영역에 투자 활발
"넥슨 재매각 시도" 이야기도 솔솔

 
 
감정주 NXC 대표 [사진 넥슨]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첫번째는 게임업계 맏형 넥슨이다. [편집자]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는 국내 게임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김 대표가 대학원 재학 시절, 삼성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김 대표는 삼성맨이 되기를 거부했다. 자신의 회고록 [플레이]에서 "삼성 7‧4제(7시 출근 4시 퇴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창업을 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6살이던 1994년 천재 프로그래머로 유명했던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넥슨을 공동창업했다. 이후 그들은 넥슨 첫 게임으로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선보였다. 바람의나라는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는 장수게임으로 해당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연’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 M&A 귀재로 이름 날려

 
김 대표에겐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평소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넥슨 내부에서도 김 대표를 직접 본 직원들이 많지 않다. 김 대표는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지주회사인 NXC를 통해 넥슨의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김 대표는 게임업계 출신 중 철저히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대다수 게임사 창업자들이 개발자 출신으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것과 달리 김 대표는 게임에 대해 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한다.  
 
그는 인수합병(M&A)의 귀재로 꼽힌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현재 넥슨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게임 대부분을 M&A를 통해 인수했다. 지난 2008년 인수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의 경우, 인수 당시 3852억원이라는 거금 탓에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던파는 중국에서 국민게임으로 떠오르며 넥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의 M&A 전략은 지금의 넥슨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게임 생태계를 무너트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게임사가 경쟁사의 대표 게임들을 하나씩 인수하면서 게임 시장을 독점하기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2015년 초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면서 이런 비판은 절정을 이뤘다. 
 
넥슨은 2012년 엔씨와 손을 잡았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 엔씨 대표와 김정주 대표가 미국의 유명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생각했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 지분 14.7%(321만주)를 주당 25만원에 넥슨 일본법인에 넘겼다. 거래 규모만 8045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하지만 EA 인수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으며 ‘마비노기2’를 비롯한 여러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끝내 무산됐다. 이후 넥슨은 2015년 엔씨의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디즈니 꿈꾸던 김정주, 진경준 게이트로 곤혹

 
김 대표는 그동안 디즈니를 롤모델로 삼아 왔다. 
 
그는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플레이’를 통해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로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혔다. 또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으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참 줄 서서 디즈니의 콘텐트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반면 넥슨을 두고서는 “우리 콘텐트는 재미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불량식품 같은 맛”이라고 자평했다.
 
한국판 디즈니를 꿈꾸던 김 대표는 2016년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되며 큰 곤혹을 치르게 된다. 진경준 게이트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지난 2005년 김 대표로부터 사들인 넥슨 주식 1만주(4억2500만원)를 2015년에 되팔아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 드러나면서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다.  
 
김 대표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매입 대금 4억여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돌려받지 않아 사실상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등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김 대표는 2018년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죄가 확정됐다.
  
김 대표는 지주사인 NXC를 통해 그동안 게임외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왔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노르웨이 명품 유모차 업체 ‘스토케’, 온라인 레고 중개업체 ‘브릭링크’,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 업체 ‘아그라스델릭’, 한국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캐나다 명품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계속해 왔다. 얼마 전에는 FGX 모빌리티 기업 인수 소식도 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게임 영역이라는 점이다.  
 

게임외 분야 집중 투자로 새동력 찾나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게임에 흥미를 잃은 김 대표가 게임을 대신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을 창업할 당시에도 게임에 대한 흥미 때문에 창업했다기보다는 당시 유망 산업이 게임이었기에 넥슨을 설립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창업주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넷마블이나 엔씨와 달리 넥슨의 경우, 김 대표가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넥슨을 매각하려던 이유 역시 넥슨 몸값이 가장 높을 때 넥슨을 매각하고 신사업에 도전하기 위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넥슨의 영향력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대표적 캐시카우인 던파의 중국 매출도 과거와 비교해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던파 개발사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8910억원, 영업이익 75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매출 1조1397억, 영업이익 1조367억원과 비교해 각각 22%, 27% 감소한 수치다. 네오플의 매출 하락은 던파의 중국 매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네오플의 중국 매출은 2019년 1조740억원에서 지난해 7911억원으로 약 26% 감소했다.  
 
게임업계는 김 대표의 투자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레고와 같은 자신의 관심 분야, 두 번째는 테크핀 분야와 같은 미래 유망 산업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구상은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향후 넥슨 매각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적의 매각 시기를 놓친 만큼, 당분간은 조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향후 넥슨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적의 시기를 놓친 만큼, 재매각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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