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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부자 넥슨...세대교체 실패는 ‘숙제’

[게임 빅3 대해부] 넥슨③
모바일게임 장기간 부진
듀랑고 비롯해 신규 IP 대거 실패

 
 
듀랑고 이미지 [사진 넥슨]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첫 번째는 게임업계 맏형 넥슨이다. [편집자]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맏형답게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캐주얼 게임에 대해선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다만 넥슨도 고민이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오랜 기간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모바일게임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과거 인기 IP를 재탕했다는 점에서, IP 세대교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은 매출 기준 국내 1위 게임사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만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니지M’ 등을 필두로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모바일게임 전문 게임사로 완전히 탈바꿈한 넷마블과 비교해 여전히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이 낮다.
 

모바일 시장서 경쟁사 대비 영향력 낮아

 
그렇다고 넥슨이 모바일게임 개발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넥슨은 2012년부터 꾸준히 모바일게임을 출시해 왔다. 하지만 대다수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며,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다른 퍼블리셔로 서비스를 이관했다. 2012년 이후 출시돼 종료한 모바일게임만 40여 개에 달한다.  
 
특히 넥슨의 대표 캐시카우인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혼’의 실패는 넥슨에게 있어 뼈아픈 기억이다. 던전앤파이터 혼은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첫 3D 버전 모바일게임으로 지난 2017년 출시됐다. 출시 전부터 사전예약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시 이후 각종 버그와 3D 그래픽에 대한 유저들의 거부감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의 또 다른 문제점은 IP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현재 넥슨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과거 인기 IP들이다. 이는 모바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슨의 인기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러쉬플러스’, ‘메이플스토리M’, ‘바람의나라:연’ 등은 모두 기존 인기 PC 온라인게임들을 원작으로 한다. 그나마 신규 IP라고 할 수 있는 인기 모바일게임은 ‘V4’ 정도다.
 
넥슨은 지난 2019년까지 매년 10종이 넘는 신규 게임을 출시해 왔다. 넷마블, 엔씨 등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게임 출시 가짓수에서 단연 독보적이었다. 아울러 ‘다양성’을 강조하며 혁신적인 게임도 많이 출시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2018년 열린 미디어토크에서 “넥슨의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다양성”이라며, 넥슨만의 문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가 현금 결제가 필요 없는 ‘로드러너 원’, ‘애프터 디 엔드:잊혀진 운명, ‘이블 팩토리’ 등을 비롯해 공룡을 전면에 내세운 ‘듀랑고’도 넥슨에서 나왔다.  
 
특히 듀랑고는 넥슨이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작 모바일게임이다. 현재 국내 대다수 게임은 ‘검’과 ‘마법’으로 대표되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반면 듀랑고는 현대인으로 등장하는 유저가 알 수 없는 사고로 공룡 세계에 떨어지게 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문명의 지식이 있는 유저들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야생의 땅을 개척해 나가는 독특한 세계를 다뤘다.  
 
듀랑고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출시 초기 유저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18년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선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버그와 서버 불안 등으로 유저들의 이탈이 가속화됐고, 결국에는 대중성 확보에 실패해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사진 넥슨]
 

실패로 끝난 넥슨의 다양성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의 의미는 크다. 넥슨의 다양성 실험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거의 유일하게 다양한 신규 IP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하지만 다양성을 강조했던 게임들 대다수가 흥행에 실패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듀랑고는 넥슨이 최소 10년은 서비스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게임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며 “계속되는 중국 판호 제한 등으로 국내외 사정이 악화하면서 실험적인 게임을 유지할 여력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넥슨은 2019년 하반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하고 ‘페리아 연대기’ 등 그동안 진행 중이던 신규 게임 프로젝트들을 대거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넥슨의 다양성 있는 게임 개발을 이끌었던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마저 넥슨을 떠났다.
 
넥슨은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공 가능성 높은 게임들만 남겼다. 그렇게 출시된 게임들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V4는 2019년 11월 출시 이후 1년 넘게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전 국민의 ‘카트 열풍’을 다시 일으켰으며, ‘바람의나라:연’은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넥슨은 올해도 기존 인기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넥슨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던파 모바일은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앞서 3D 버전으로 출시했던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혼’이 유저들의 혹평 속에 서비스를 종료했던 만큼, 이번 던파 모바일은 원작과 같은 2D 버전으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개발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맏형인 넥슨마저 신규 IP를 포기하는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넥슨 스스로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규 IP에 대한 도전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넥슨마저 신규 IP를 포기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게임업계 맏형으로서 혁신적인 신규 IP를 계속해서 선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업계 1위인 넥슨이 신규 IP에 대한 도전을 가장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 등이 성공하며 오히려 기존 IP를 활용하는게 더 유리하다는 선례만 남겨 아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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