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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그룹, 3세 경영인 허은철·용준 형제 경영 본격화

[제약‧바이오 2‧3세 경영자] ③ GC녹십자
숙부와 조카의 경영권 분쟁 우려…조카 허용준 사장 승진으로 일단 멈춤
두 형제 디지털헬스케어 신사업, 신약 개발 등에서 성과 내야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왼쪽)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신임 사장 [사진 GC]
GC녹십자그룹이 형제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 녹십자그룹은 2021년 정기 인사에서 허용준 녹십자홀딩스(GC)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로써 허용준 사장은 형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녹십자그룹의 양대 축을 담당하게 됐다.  
 
업계는 녹십자그룹이 형제경영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동안 제기됐던 숙부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과 조카들과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개성상인의 후예로 꼽히는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는 한일시멘트그룹과 녹십자그룹을 남겼다. 허채경 창업주는 녹십자를 2남 허영섭(전 녹십자 GC녹십자 회장)과 5남 허일섭(현 녹십자홀딩스 회장)에게 물려주고, 장남(허정섭)과 3남(허동섭), 4남(허남섭)에게는 한일시멘트를 승계했다.
 
허영섭 전 회장은 지난 1980년 녹십자 대표이사를 거쳐 1992년 회장직에 올라 지금의 녹십자를 일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09년 갑자기 타계하면서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 12.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씨는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로 재직  중이고,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0.69%만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의 조카 허은철 GC녹십자 사장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사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각각 2.91%, 2.60%를 보유하고 있다. 
 
두 조카의 지분을 합해도 숙부인 허일섭 회장 지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녹십자그룹을 일궈낸 허영섭 전 회장의 자녀가 숙부와 경영권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이유다. 
 
CG녹십자그룹 가계도

형제경영 체제 본격화…경영권 분쟁 일단락  

 
숙부와 조카의 경영체제가 본격화되기 이전 녹십자는 ‘모자의 난’을 한 번 겪었다. 
 
고 허영섭 전 회장에겐 3남이 있다. 장남은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고, 2남이 허은철 사장, 3남이 허용준 사장이다. 허 전 회장은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 허 전 부사장은 어머니 정인애씨가 유언장을 조작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다만 허 전 회장의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약간의 지분을 확보했다. 허 전 부사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5년부터 녹십자의 경영에 참여했지만 2007년 돌연 회사에서 물러났다.
 
허용준 신임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녹십자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숙부인 허일섭 회장과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업계는 허 회장이 당분간 외풍을 막으면서 조카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숙부와 조카들의 경영권 분쟁의 씨앗은 남아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허은철, 글로벌 확대·신약 개발…허용준, 디지털 헬스케어 관심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1972년생이다. 서울대에서 생물화학공학 석사 과정과 미국 코넬대 식품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녹십자 R&D기획실 전무, 녹십자 기획조정실 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백신 사업, 혈액제제 등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신약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도 혈액제제와 희귀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백신의 위탁생산(CMO) 등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허은철 사장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의 무상공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제약사로서 공익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에서다. GC녹십자는 이르면 이번 주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를 시판 후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는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가 난다면 국산 2호 코로나 치료제가 될 확률이 높다.  
 
GC녹십자의 코로나19 백신 CMO 기대감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전염병대비혁신엽합(CEPI)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최근 GC녹십자가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유통을 맡게 되면서 해당 백신의 위탁생산까지 담당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체결에 대한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희귀의약품과 혈액제제 사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가시권에 들고 있다. 주력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의 올 1분기 해외 매출은 4배 이상 커졌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신임 사장은 1974년생이다. 허 신임 사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한 뒤 2003년 녹십자에 입사했다. 영업기획실, 경영관리실 등을 거쳐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를 맡았다.  
 
허용준 사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녹십자홀딩스는 올해 2월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유비케어 및 관계사의 신입·경력사원을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이번 공개 채용은 녹십자홀딩스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영역 확장에 따른 인재 영입과 전문 기술 기반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2월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기업 유비케어를 인수했다. 지난해 ‘데이터 3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최다 의료 데이터를 보유한 유비케어가 GC녹십자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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