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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조' 받은 9개 기업 성적표…우리금융 살고, STX조선 손실

[혈세 '1조' 수혈 기업] ①공적자금 회수율 69.5%
세금 들어간 정책금융, 방만 운영 여부 감시해야
시장실패 보완 순기능 vs 대마불사, 관치…논란 첨예

 
 
우리금융, 두산, 대우조선해양은 1조원 이상 정책금융 자금을 지원 받은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정부는 부실기업의 재기‧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공적자금'을 비롯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 등 이른바 '정책금융'이다. 정책금융의 주체는 은행이고, 이 은행의 최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1조원 이상 지원을 받았던 국내 기업의 현 상황은 어떤지 [이코노미스트]가 대표 기업 9곳을 분석했다. [편집자]  
 
 
금융위원회는 2021년 1분기에 공적자금 427억원을 회수했다고 4월 28일 밝혔다. 지난 3월까지 정부가 부실기업 등에 지원한 공적자금 총액은 168조7000억원, 이 가운데 회수한 자금은 117조3000억원이다. 회수율은 69.5% 수준이다. 공적자금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금이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예금보험공사)‧부실채권정리기금(자산관리공사)‧공공자금관리기금(정부)‧금융기관출자금(한국은행) 등을 토대로 마련됐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회생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우리금융지주다.  
 
하지만 금융기업 외에도 부실기업 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졌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대기업이 흔들릴 때마다 정부는 자금을 지원해왔다. 해당 회사에 돈을 빌려주거나 지분을 직접 인수하기도 하고,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도왔다.
 

산업‧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공적자금은 '국민 세금'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공적 지원을 큰 틀에서 정책금융이라 부른다. 영리를 추구하는 시중 은행의 대부분은 부실기업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정부가 나서서 혈세로 기업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정책금융의 재원을 세금으로 보는 건 대부분이 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에서 나오는데, 이들 은행이 손실을 보면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분 전량을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최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지분의 66.43%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 지분을 각각 23.76%, 9.81% 보유하고 있다.  
 
정책금융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을 선도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정책금융이 꼭 필요한 시기와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중국으로 중심축이 넘어가던 시기에 많은 기업이 흔들렸다”며 “다시금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이런 관련 기업들을 살리다 보니 정책금융이 중요해졌고 이제야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이 변화하는 시기에 자본시장과 기업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정책금융이 힘을 발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책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은 덩치가 큰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곳이 많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국가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나 지역에 미칠 타격이 크기 때문에 자금을 지원해 살아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문제는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실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마불사’, ‘관치’, ‘낙하산 인사’ 등의 부작용 논란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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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시총에 버금가는 자금이 부실기업 9곳에 투입

 
[이코노미스트]는 공적자금을 포함해 1조원 이상의 정책금융 지원을 받은 국내 기업 9곳을 골라 현 상황을 분석했다. 우리금융지주‧대우조선해양‧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STX조선해양‧두산그룹‧한화생명(옛 대한생명)‧대우건설‧HMM(현대상선)이 대상이다. 자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원됐는지, 지원받은 후 기업의 상황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따져봤다.  
 
9개 기업이 받은 정책자금 총액은 약 42조5000억원에 달했다. 우리금융지주가 12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조선해양이 7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STX조선해양‧두산그룹이 받은 정책금융 자금도 3조원을 웃돌았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 총액은 약 4조1900억원, 당기순이익은 4200억원 수준이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한 개 기업이 2020년 영업이익 4655억원을, 당기순이익 464억원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고용한 임직원은 정규직 6만1936명, 비정규직 4370명이었다. 1인당 평균 연봉은 708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업들에 들어간 자금이 얼마나 큰 돈인지는 현대차 시가총액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현대차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47조327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별도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액은 50조6610억원, 영업이익은 768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268억원이었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에 버금가는 공적자금이 부실기업을 살리는데 투입된 것이다.  
 
하지만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기업들마다 실적은 엇갈렸다.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곳은 우리금융지주였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803억원의 영업이익과 1조51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8~2019년에도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HMM(현대상선)도 지난해 9807억원의 영업이익과 12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호실적을 올렸다. 반면 아시아나항공과 STX조선해양은 각각 2763억원, 6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원금의 규모와 방법, 시기에 따라 기업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부 기업은 지원과 관계없이 실적을 내지 못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한계 기업을 살려주는 과정에서 정책금융이 방만하게 운영되는지,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 꼼꼼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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