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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인사이트] 토종 OTT ‘계획된 적자’는 언제 빛 볼까

넷플릭스 흑자 행진에도 웨이브·티빙·왓챠는 나란히 적자
투자 규모 늘려야 경쟁 가능한 구조…'계획된 적자' 끝은 어디?

 
 
국내 OTT 기업들이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연합뉴스]
2020년 국내 OTT 서비스 기업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웨이브를 운영 중인 콘텐츠웨이브는 매출 1802억원, 영업이익 -1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972억원) 대비 매출이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019년(-137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커졌다. 왓챠도 마찬가지. 매출(217억원→377억원)이 늘어난 만큼 적자 폭(-92억원→-125억원)도 증가했다. 티빙 역시 지난해 61억3367만원의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업계 최대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실적과 견줘보면 더 초라해진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4154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거뒀다.  
 
그럼에도 토종 OTT 서비스들은 자신감을 드러낸다. 적자 폭이 늘어난 건 ‘계획된 적자’에 불과하다는 거다. 계획된 적자는 실적 성적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에만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겠다는 경영 전략이다. 투자를 줄이면 당장 흑자를 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기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시장 장악력을 키우는 건 꽤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성공 사례도 있다. 국내에선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매년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물류센터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탓에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했다. 수조원의 적자가 누적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쿠팡의 신속한 배송 시스템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그간의 투자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토종 OTT들의 계획된 적자도 쿠팡처럼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OTT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올리기 위해 적자를 불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큰 전략인 건 분명하다”면서 “아무리 계획된 적자라도 장기화할 경우엔 기업 내실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획된 적자라면 미래 흑자 계획도 뚜렷해야

 
실제로 이들 기업의 미래 흑자 계획은 뚜렷하지 않다. 왓챠 관계자는 “언젠간 흑자를 달성하겠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밝히면 그 시점에 쫓길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 왓챠는 콘텐트 투자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흑자 전환 시점을 넌지시 밝히긴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적자 이유를 두고 “가입자 수에 비해 콘텐트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2~3년 안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2024년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트 투자를 통해 수익 모델인 유료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그 때 흑자 실현을 꾀하겠다는 설명이다. 결국 관건은 경쟁 서비스를 제치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다. 
 
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유료 가입자 수가 늘어난다고 수익 구조가 개선될 거란 전망은 낙관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OTT업계의 콘텐트 투자는 가입자 수에 비례하고 있다. 넷플릭스만 해도 매년 투자 집행 규모를 늘려왔다. 2013년 24억 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2015년엔 49억 달러, 2018년엔 80억 달러 투자를 공언했다. 올해는 170억 달러를 콘텐트 제작에 투자할 예정인데, 그중 5억 달러를 한국 콘텐트 제작에 쏟아붓는다. 한시도 투자의 고삐를 늦추기 어려운 치열한 시장이란 얘기다.  
 
여기에 연내 국내 진출이 점쳐지는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서비스와의 경쟁도 흑자 전환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계획된 적자라면 미래 흑자 계획도 뚜렷해야 한다. 투자에 기대서 시장을 장악해도 이익 구조가 생기지 않으면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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