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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로 흥한 엔씨소프트…너무 높은 의존도는 ‘문제’

[게임 빅3 대해부-엔씨소프트]③
2020년 전체 매출 가운데 81%가 리니지 IP 관련 매출
블소2 등 ‘제2의 리니지’ 찾기 나섰지만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

 
 
리니지2M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세번째 기업은 '택진이형' 김택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엔씨소프트다. [편집자] 
 
엔씨소프트(엔씨)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리니지 지적재산권(IP)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리니지 IP에서 나온다.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2’, ‘트릭스터M’ 등 신규 게임 출시를 통해 간판 IP인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엔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72% 증가했다. 엔씨 관계자는 “리니지2M 출시로 모바일 매출이 전년 대비 72%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의 제품별 연간 매출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바일게임인 리니지M이 8287억원, 리니지2M이 849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PC 온라인게임 매출은 ‘리니지’ 1757억원, ‘리니지2’ 1045억원, ‘아이온’ 456억원, ‘블레이드앤소울(블소)’ 722억원, ‘길드워2’ 612억원이다.
 

리니지 IP 관련 매출만 1조9585억원…전체 매출의 81%

 
엔씨의 리니지 IP 관련 매출은 모바일게임과 PC 온라인게임을 포함해 1조9585억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81%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실상 린저씨(리니지+아저씨의 합성어)들이 엔씨 매출의 대부분을 떠받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씨의 리니지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이는 경쟁사인 넥슨과 넷마블이 여러 인기 IP를 통해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리니지 IP를 제외한 다른 게임들의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의 흥행작 중 하나인 아이온은 한때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관련 매출은 2016년 700억원대에서 지난해 400억원대로 떨어졌다. 무협 RPG로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였던 블소는 같은 기간 매출이 1800억원대에서 700억원대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길드워2도 700억~800억원대 매출이 최근 600억원대로 줄었다. 이는 리니지 IP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심화함을 의미한다. 
 
물론 엔씨도 내부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높은 내부 허들이 게임의 다양성을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씨는 국내 ‘게임 빅3’ 가운데 게임 출시까지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리기로 정평이 나 있다. 내부 허들을 넘지 못해 게임을 엎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리니지 시리즈의 정통 후속작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었던 ‘리니지 이터널’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공개된 뒤 2016년 마지막 비공개테스트(CBT)를 진행한 후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엔씨는 리니지 이터널을 바탕으로 만든 신규 게임 ‘프로젝트TL’을 2017년 공개했다. 프로젝트TL은 올해 테스트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말 출시가 유력하지만 정확한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엔씨 내부 허들이 워낙 높다 보니, 일부 개발자들은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신작 출시 경험을 쌓기 위해 경쟁업체로 이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2의 리니지’ 찾는 엔씨…기존 인기 IP 답습은 문제

 
엔씨는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작 개발을 비롯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픽 개선·자동 사냥 등을 추가한 블소 신규 독립 서버 ‘프론티어 월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아이온의 클래식 버전인 ‘아이온 클래식’을 출시하기도 했다. 아이온 클래식은 2009년 4월 빌드인 1.2 업데이트 버전을 다시 구현했다.
 
엔씨는 올해 상반기 중 신작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 ‘트릭스터M’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양한 신작 출시를 통해 ‘제2의 리니지’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트릭스터M은 엔씨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트릭스터’ IP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모바일 MMORPG다. 블소2는 지난 2012년 출시한 블소의 정식 후속작이다.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엔씨는 콘솔 게임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단 포부다. 엔씨 관계자는 “콘솔 게임 프로젝트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2022년에는 여러 개의 타이틀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엔씨의 과거 인기 IP 재탕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출시를 앞둔 블소2나 트릭스터M도 결국은 과거 인기 IP를 답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리니지 IP를 활용한 리니지M·리니지2M만으로도 1조원이 넘는 매출과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가운데, 신규 IP 개발에 소홀한 점은 게임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며 “특히 리니지 IP는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곤 글로벌 시장에서 실패했다. 글로벌 흥행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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