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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금리 인상? 세계가 파월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FOMC 16일 향방 가닥…테이퍼링 ‘가능성’
옐런 “금리 인상은 미국에 플러스 요소”
테이퍼링 개시, 금리 인상 ‘연내 인상설’
2013년 신흥국 긴축 발작 재발할까 촉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긴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펼쳤던 유동성 확대 정책이 장기화하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돈줄을 죄는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일종의 출구전략)’ 개시 신호는 점점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재무 당국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흐름 전환 기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13년 만에 높은 물가 상승률, 인플레이션 우려  

 
“(노동 시장의) 개선을 계속 목격하고 개선이 지속할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앞으로 몇 차례 회의에서 자산 매입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는 유동성을 확대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연준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0%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런 노력으로 경기는 점차 회복했지만,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하루아침에 정상으로 돌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수도꼭지를 천천히 조금씩 잠그듯이 정부가 시장에 푸는 돈의 규모를 서서히 줄여 간다는 의미로 테이퍼링이란 용어를 당시 버냉키 의장이 처음 언급한 것이다. ‘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은 버냉키 당시 의장의 발언 후 7개월이 지난 2013년 12월 개시됐다. 돈 풀기를 천천히 줄이던 연준은 2년이 지난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역사상 두 번째 테이퍼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 4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FOMC 회의록에 따르면 몇몇 참석자들은 “경제가 FOMC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할 경우 언젠가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년간 매달 800억 달러(약 90조 전후)의 재무부 채권과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부 채권 등 총 1200억 달러(약 134조원)를 매입해 왔다.  
 
FOMC가 우려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이다. 해당 회의에서만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55번이나 언급됐다. 이 같은 우려는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월 1.2%, 2월 1.4%, 3월 2.6%, 4월 4.2% 등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자료 미국 노동부]
 
특히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CPI는 2008년 8월 5.3% 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상승폭은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높다”고 전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4.7%였다. 강력한 재정 지원과 백신 접종률 증가로 경기 회복이 전에 없던 속도를 보이는 것이다.  
 

물가 상승 흐름에 연준 “기저효과에 공급 병목현상 때문”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6~7%까지 전망되는 상황이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FOMC 위원)는 최근 “완화적인 금융 여건, 강력한 재정 지원, 광범위한 백신 접종으로 올해 성장률은 1980년대 초 이후 경험하지 못한 속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대 성장이 현실화한다면 1989년(7.7%) 이후 최고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제시했다.  
 
연준은 최근의 물가 상승 흐름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에 대규모 통화·재정정책과 일시적인 세계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 등이 겹쳐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의류·신차·중고차·항공운임 등 특정 품목들이 상승 폭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에 전월 대비 10% 상승한 중고차 값은 5월에도 7.3%나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지연으로 신차 생산이 늦어지자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오른 셈이다. 시간이 지나 반도체 물량이 확보되면 상승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 AP/연합뉴스]
 
하지만 월가의 시각은 다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먼은 지난 14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분명한 것은 연준 내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의 발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달 25일 “앞으로 다가올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지표가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긴축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회의’는 15~16일(미국 현지시각) 진행되고 있는 FOMC 정례 회의가 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2인자가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모건스탠리 CEO “연준, 내년 초 금리 인상 가능성”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난 7일 “만약 금리가 조금 더 높아지면 미국 사회나 연준에 사실상 플러스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과 너무 낮은 금리와 싸워왔다”며 “금리가 정상적 환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테이퍼링을 넘어 금리 인상까지 언급한 것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2013년 당시 테이퍼링 언급 이후 실제 개시까지 7개월, 이후 금리 인상까지 2년이 걸린 전례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례를 따라가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상당히 빠르다”며 “테이퍼링 개시 시점은 연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0.5~0.75%포인트가량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르면 올 연말에도 전격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예상은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의 전망과도 유사하다. 고먼 CEO는 지난달 26일 “2023년 예상보다 빠른 내년 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연준은 여러 경제지표 중 어떤 것에 의해서든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테이퍼링 시기는 올해 말,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초 고먼은 연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 해 12월 연준은 인상을 단행하며 그의 예상이 적중하기도 했다.  
 
2013년 5월 당시 버냉키 의장의 테이퍼링 언급 후 당시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식·채권·통화가 삼중 약세를 나타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한 적이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긴축 발작이 재현될지 관심사다. 
 
이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펜데믹 후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동반 급등한 자산가격 흐름은 테이퍼링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면서도 “주식시장의 긴축발작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될 여지는 배제할 수 없지만, 2013년과 같은 충격을 줄지도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당시와 비교해 현재 세계 경제 사이클, 중국 경기 리스크, 달러화 흐름, 국제 교역 사이클, 신용 리스크 등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인다”며 “이번 테이퍼링 시그널(신호)이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 수준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달 FOMC 정례회의는 현재(15~16일) 진행 중이다. 정례회의 후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16일(미국 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파월 의장이 이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든 테이퍼링·인플레이션·금리 등에 대한 발언을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는 현재 파월 의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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