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용 리모델링 호텔 공모했더니 ‘기준 미달’ 대거 탈락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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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택용 리모델링 호텔 공모했더니 ‘기준 미달’ 대거 탈락

호텔 21곳, 제2 안암생활 노렸지만 실패
공동주택용 바닥 두께 규정도 못 맞춰
“주택 공급 필요하지만, 질도 따져야”

2020년 12월 1일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공유주택 안암생활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안암생활 내 공유주방의 모습' [연합뉴스]

2020년 12월 1일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공유주택 안암생활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안암생활 내 공유주방의 모습' [연합뉴스]

 
‘청년주택’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호텔·고시원 등 비주택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다수의 사업자들이 ‘기준 미달’로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탈락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들이 청년주택 사업을 너무 쉽게 보고 지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2 안암생활’ 노린 호텔·오피스텔 등 21곳이 기준 미달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 매입약정 방식을 적용한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사업(비주택 리모델링) 공모’에 참여한 28개 사업자 중 21곳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충족하지 않아 사업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바닥 두께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미달해 2차 심사 자격도 얻지 못한 것이다.
 
비주택 리모델링이란 정부와 LH가 늘어나는 1인 주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도심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을 리모델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개인 공간에 입주민‧지역주민을 위한 공유 공간을 포함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와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성북구의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안암생활’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암생활은 주택 부족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청년과 1인 가구에게는 도움이 될 수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에 정부는 비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안암생활과 같은 1인용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 공급하겠다며 지난 2월 1일부터 사업 신청을 받았다.
 
문제는 사업 신청자 대다수가 주택 기준에 못 미치는 호텔 등 건물을 청년주택용으로 팔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공동주택 세대의 '층간 바닥', 즉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는 210㎜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신청에서 탈락한 대부분의 호텔 바닥 두께는 이 규정에 못 미치는 180㎜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LH는 지난 2월 발표한 사업 공고에서 ‘주거용 전환이 가능한 건축물’을 매입한다고 밝혔었다. 일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는 예외를 두고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있던 규정을 없애거나, 없던 규정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자격 미달인 일부 사업주들은 일단 지원하고 본 셈이다.
 
LH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층간 소음 문제 등으로 법에서는 주택 바닥 두께 최소 기준을 정해놨다”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사업주가 지원한 경우 심사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공급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입주민의 삶의 질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을 따랐다”고 말했다.
 
탈락한 사업주 일부는 반발하고 있다. 애초부터 호텔과 주택은 건축 기준이 다른데, 이를 문제 삼아 심사에서 떨어뜨리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탈락 사업주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영상 변호사(법무법인 다담)는 “대다수 호텔은 현행 주택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데, 이를 근거로 심사에서 떨어뜨린 것은 LH가 청년주택 공급 사업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호텔을 리모델링한 공유주택 '안암생활'의 모습

호텔을 리모델링한 공유주택 '안암생활'의 모습

 

“규정대로 탈락시켰다고 문제 삼으면 더 문제” 

 
하지만 일각에서는 호텔 사업주들이 청년주택의 일환인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건축학과 교수는 “청년주택은 젊은이들이 거주해야 할 ‘집’인데 공급이 중요하니 질은 무시해도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학생을 뽑을 때도 정해놓은 기준에 못 미치면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규정을 무시하고) 합격시키면 그게 더 문제”라고 했다.
 
국토부와 LH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공모에서 5곳의 사업자가 조건부 매입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주가 내놓은 조건을 LH가 인정했고, 그대로 리모델링이 이뤄질 경우 절차에 따라 매입한다는 뜻이다. 사실상 ‘조건부 합격’ 통지서를 받은 셈이다. LH 관계자는 “일부 반발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처음에는 다소 더딜 수 있지만, 원칙을 지킨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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