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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취임 3년, LG가 변했다③] '안정 속 파격' 인사철학 통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영입 시작으로 외부 인재 적극 ‘수혈’
그룹 내 주요 인사 중임 속 미래 사업 인재 중용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LG화학]
지난 2018년 6월 4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로 LG그룹 회장에 오른 구광모 회장.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4대 그룹 최연소인 만큼, 상대적으로 젊은 감각으로 그룹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긍정 평가와 LG그룹 전반의 사업과 인사를 진두지휘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부정 평가가 뒤섞였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3년째인 2021년 6월, 그는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그룹 시가총액을 50조원 넘게 불렸다. LG그룹을 이끌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를 넘어 10대 그룹 내에서도 주목받는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구 회장이 LG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순혈주의' 깨고 외부 인재 영입 적극 나서 

 
재계 등에선 구 회장의 성공 요인으로 선택과 집중의 경영 전략과 함께 외부 인재 등으로 대표되는 인사 정책을 꼽는다. LG그룹 내 핵심 인력들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인재 영입으로 이른바 ‘안정 속 파격’의 인사 정책을 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의 외부 인재 등용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선임 이후 본격화됐다. LG화학은 지난 2018년 11월 3M의 수석부회장인 신 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에 내정했다. 1947년 LG화학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외부 인사를 그룹 주요 계열사 한 곳의 수장으로 영입한 셈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의 해외 사업을 이끄는 수석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여수 LG화학 탄소나노튜브(CNT) 2공장 전경. [사진 LG화학]
당시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가운데, 친환경 소재‧부품 사업 등 미래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신학철 부회장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LG화학은 신 부회장 선임과 관련해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다. 
 
신 부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 중심의 재편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12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같은 해 12월 공식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올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 극적으로 합의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이자 단일 라인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의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 CNT는 구리·다이아몬드와 전기·열 전도율이 동일하면서도 철강의 100배 수준의 강도를 갖춘 신소재다.  
 
배터리 사업 분할, 배터리 분쟁 합의 등 굵직한 현안을 정리한 LG화학은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LG화학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은 영업이익은 1조4081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71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37배 이상 급증했다.  
 
LG그룹의 외부 영입 임원 숫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6년 11명, 2017년 12명, 2018명 13명 수준이던 외부 영입 임원 숫자는 구 회장 취임 이후인 2019년 16명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엔 23명으로 확대됐다.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외부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AI 등 미래 사업에 ‘젊은 피’ 전면 배치  

 
특히 구 회장 취임 이후 45세 이하의 젊은 임원의 수가 증가하는 등 젊은 조직의 색깔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단행된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45세 이하 24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는데, 이는 2019년과 2020년과 비교하면 3명 늘어난 규모다. 올해 임원 인사 규모는 181명으로 평균나이는 48세다. 최연소는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에 선임된 1983년생 여성인 지혜경 상무다.  
 
지난해 말에 출범한 인공지능(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LG AI Research)’ 초대 연구원장에도 1976년생의 배경훈 상무가 선임됐다. 이 연구원에서 AI 사이언티스트 직책을 맡은 인물 역시 1977년생이자 외부 인재인 이홍락 미국 미시건대학교 교수다. 그는 구글의 AI 연구조직인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지낸 AI 분야의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선 구 회장의 인사 기조를 두고 “선대 회장들이 이어온 전통을 깨지 않는 가운데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는 선대 회장 시절의 주요 인사를 중임해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젊은 인재 전면 배치,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본인만의 색깔을 녹여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젊어진 상황이라 구 회장이 재계 총수로 연착륙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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