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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의 대우건설 인수 타당성①] 중앙건설사 도약? 합병 시너지 미지수

대우 주택 브랜드·해외 실적에 재계 20위권 진입 노려
“시너지 쉽지 않아” 한쪽에 치우친 업력 걸림돌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 인수‧합병(M&A)를 통해 ‘대형 중앙 건설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공공택지 중심으로 펼쳐왔던 주택사업을 대우건설을 인수함으로써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까지 확대하고 해외사업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흥건설이 가지고 있는 불명확한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대우건설 노조 반대 등이 문제다. [이코노미스트]가 증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타당성을 살펴봤다. [편집자]
 
광주서 열린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사진 오른쪽). [연합뉴스]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참여를 공식화했다.  
 
21일 건설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25일 열리는 본입찰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중흥건설이 미래에셋증권에게 인수 업무를 맡긴 것을 두고 대우건설 인수 의지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에 나섰을 때 BoA메릴린치와 함께 매각 주관사로 일한 바 있기 때문에 대우건설 M&A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지방 건설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광역시를 토대로 호남에서 입지를 다져온 중흥건설은 사세가 커짐에 따라 10여년 전부터 서울·수도권 시장 진출을 꾀해 왔다.  
 

1군 브랜드 세상…치열해진 주택시장  

최근 1군 브랜드가 국내 주택사업을 싹쓸이하면서, 중흥건설 입장에선 대우가 보유한 브랜드 효과가 더욱 간절해진 모양새다.  
 
중흥건설그룹은 세종시와 수도권 2기신도시 등 각 지역 공공택지를 입찰 받아 주택단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급성장했다. 2012년 3426억원 수준이던 중흥건설주식회사 연결(계열사 포함) 매출은 지난해 3조1516억원으로 채 10년도 되지 않아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별한 기술력 없이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주택사업이 지난 몇 년 간 호황을 맞이했던 덕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아파트만 팔던 회사가 돈을 벌어 조 단위 M&A 시장에 베팅하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주택사업에 치우쳐진 현재의 포트폴리오는 중흥의 미래에 최대 리스크가 되고 있다. 2기신도시, 혁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이 마무리되며 중흥의 성장세엔 브레이크가 걸렸다. 2019년과 2020년 사이 연결 매출 및 영업이익 또한 소폭 줄었다. 소형 재개발을 중심으로 서울 정비사업에도 진출했지만 통상 중견 건설사가 수주해온 중소형 정비사업 및 리모델링까지 대형 건설사들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두드러진 체급 차, 대우는 득 될 것 없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 CR108 공구 내 파시르리스역 조감도 [대우건설]
 
이에 중흥은 강남권 등 서울 중심지역에서도 통하는 ‘푸르지오’, ‘푸르지오 써밋’ 브랜드를 갖춘 대우건설 인수를 돌파구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1976년 해외 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이래 국내외에서 축적한 토목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도 뭄바이 해상교량(왕복 6차로), 싱가포르 지하철 MRT라인 등 총 50개 국가에서 477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재계 47위(2021' 공정자산기준)인 중흥이 ‘재계 20위권 진입’이라는 정창선 회장의 목표를 이룰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대우건설 인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업계에선 중흥과 대우 간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불분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주택사업에선 양사가 대규모 단지 시공권을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수주해서 자금 및 공사 부담을 줄이는 정도가 최선이다. 그러나 최근 지방 재건축 조합도 ‘1군 단일 브랜드’를 요구하며 시공사를 변경하기 일쑤라 이런 ‘컨소시엄 협력’이 얼마나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대우건설 내부에선 탄탄한 자산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 또는 중동 국영기업이 인수하는 방향을 최선책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체급이 낮은 회사에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 인수 당시 해외사업 경험이 없던 금호건설과 대우건설 간 의견차이로 갈등이 심심찮게 발생했을 뿐 아니라 대우건설 알짜자산이던 사옥(대우센터빌딩)도 매각됐다.  
 
이와 반대로 국내외 대기업이 인수하면 계열사가 발주하는 국내외 플랜트 시공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 및 코로나19확산 등 외부변수가 커진 상황에서 해외플랜트 비중이 큰 대우건설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하다.  
 
이번 M&A 후 중흥이 대우의 지원군이 될 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평이 대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든 해외 공사든 두 회사가 같이 하게 되면 결국 대우의 기술력과 이름값으로 수주한 사업을 나눠먹는 형태가 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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