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4만여 건의 헌재 심판사건, 포털 검색하듯 쉽게 찾는다
AI기업 솔트룩스, 22일 헌재 전자재판 사업 수주
정부 민원365 챗봇 서비스 개발‧운영 역량 인정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자리에 앉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 권한대행은 22분간 내용을 읽은 끝에 “대통령을 파면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이목이 결정문에 쏠렸다. 하지만 결정문 전문을 본 사람이라면 숨이 턱 막혔을 터다. 이 권한대행이 읽은 건 요약본. 전문은 89쪽에 달하기 때문이다. 심판 기간 제출된 서류는 40박스가 넘는다고 한다.
과연 이 방대한 자료 중 원하는 걸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문제는 양뿐만이 아니다. 세간의 주목을 못 받았던 일반 사건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일상에서 쓰는 단어로 검색해선 관련 결정문 등 자료를 찾아올 수 없어서다. 예를 들어 법조계에선 ‘프랜차이즈’란 말이 없다. ‘가맹사업자’가 있을 뿐이다.
헌재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4만2931건에 달하는 심판사건 중 필요한 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물론 헌재가 직접 하진 않는다. 입찰 끝에 한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 기업을 구원투수로 정했다.
솔트룩스는 지난 22일 헌재의 ‘지능형 전자재판 서비스 기반 등 구축’ 사업을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결정문 데이터를 분석해 일상용어로 판례를 검색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 민원상담(챗봇)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 규모는 22억원.
챗봇 서비스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질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서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 단위로 물어볼 때 답변 난이도는 한층 더 올라간다. 상당 수준 학습된 인공지능이 아니고선 서비스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 솔트룩스 관계자는 “100억 건의 지식베이스와 5000만 건의 말뭉치 등 초대규모 데이터 구축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업체가 정부 사업을 수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립국어원의 일상대화‧구어 말뭉치 사업,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이미 범정부민원365 상담 챗봇을 개발‧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어려운 헌법재판이 인공지능을 통해 국민에게 보다 쉽고 편리하게 다가갈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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