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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스트리밍 사업에 진심인 편? [한세희 테크&라이프]

10조원 들여 MGM 인수한 아마존, 넷플릭스 겨냥했나
아마존 vs 미디어 기업 스트리밍 전쟁, 게임의 규칙은?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홈페이지.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캡쳐]
어린 시절, 영화관에서 가장 설레이던 순간은 불이 꺼지고 영화 제작사 로고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때였다. 주로 환상과 상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헐리우드 스튜디오 로고 사이에서 정직한 실사 화면으로 도리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 바로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을 담은 MGM 스튜디오의 로고였다. 1924년 설립된 MGM은 록키, 007, 로보캅 등 4000편의 영화와 스타게이트, 핸즈메이드테일 등 1만 7000편의 TV 시리즈 판권을 갖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제 MGM은 흐릿한 사자 로고 영상만큼이나 오래 된 이미지의 영화사다. 이미 1990년대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며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 MGM이 최근 드디어 매각이 되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84억5000만 달러에 사기로 한 것이다. 우리 돈으로 10조원 가까운 금액이고, 시장의 예상 몸값 50억 달러보다도 40% 더 쳐 준 값이다. 아마존으로서는 2017년 137억달러(약 15조 3000억원)에 인수한 식료품 체인 홀푸드마켓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플레이

왜? 우선 떠오르는 것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연관성이다.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라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폭넓은 라이브러리와 적잖은 오리지널 콘텐트 투자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 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MGM이라는 메이저 영화사를 인수함으로써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진검 승부를 하려는 것일까?  
 
그 답은 아마 OTT 스트리밍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이는 프라임 비디오와 넷플릭스가 사실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와 거의 같은 모양의 서비스다. 프라임 비디오가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의 일부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월 12.99달러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가 되면 2일 내 무료 배송, 일부 품목에 대한 당일 배송, 5% 페이백 등의 혜택과 함께 동영상 및 음악 스트리밍, 게임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지 않고 프라임 비디오만 이용할 경우 요금은 한달 5.99달러, 약 6000원에서 7000원 사이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 MGM의 로고. [중앙포토]
넷플릭스 요금이 한달에 9500원에서 1만 4500원 사이란 점을 생각하면, 아마존에서 할인과 빠른 배송 혜택을 받고 넷플릭스 못지 않게 다양한 콘텐트를 보유한 프라임 비디오까지 볼 수 있는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 안 할 이유가 없다. 이 프라임 멤버십은 아마존의 커머스 왕국 확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비가입자에 비해 더 자주, 더 많이 쇼핑한다. 시장조사회사 CIRP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아마존에서 연간 1400달러를 쓰는 반면 비가입자는 600달러를 쓴다. 연간 아마존 방문 횟수는 프라임 멤버가 평균 26회로 비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아마존에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만큼, 경쟁사에서 쓰는 돈과 시간은 줄어든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1년 만에 5000만명 늘어나며 최근 2억명을 돌파했다.  
 
다시 말해 프라임 가입자를 더 끌어들이고, 그들이 해지하지 않고 남아 있을 이유를 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마존에게 가치 있는 투자다. 베조스가 말한 바와 같이, 프라임 비디오를 보다 보면 아마존에서 신발 한 켤레라도 더 사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트리밍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아마존은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이 나온다. 왜 MGM일까? MGM이 현재 가장 ‘핫’한 영화사는 아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살 수 있는 콘텐트 기업 중 가장 좋은 선택일 수는 있다.
 

아마존 콘텐트 유니버스 나오나?

한국에 론칭 예정인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 디즈니플러스 홈피 캡쳐]
최근 주요 영화사와 TV 제작사들은 몸집을 불려 가며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커져가는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 대마불사 전략은 넷플릭스가 일으킨 스트리밍 전쟁 참전에도 필수 조건이 되었다.  
 
디즈니는 어벤저스, 스타워즈, ESPN 등 핵심 콘텐트 자산을 디즈니플러스에 쏟아부었다. 워너미디어는 자사 스트리밍 HBO맥스를 위해 인기 드라마 ‘프렌즈’를 다른 스트리밍에서 뺐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채널과 합칠 계획이다. 컴캐스트 산하 NBC유니버설은 ‘피콕’, 이아컴CBS는 ‘파라마운트+’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온 헐리우드 영화사와 방송사 이름들이 서로 합쳐져 있는 이들 회사 이름은 최근 진행되어 온 미디어 시장의 격렬한 재편 과정을 잘 보여준다. MGM은 거대 미디어 간 ‘정략 결혼’에 참여하지 않은, 혹은 이런 흐름에서 소외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그리고 MGM은 여전히 풍성한 콘텐트 지적재산권과 훌륭한 인력을 갖고 있다. 이건 요즘 들어 더 중요해졌다. 최근 추세는 기존의 잘 알려진 캐릭터나 스토리를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창조하고 다양한 미디어로 확산하는 전략이다. 이른바 ‘세계관’ 구축이다. 어벤저스가 인기를 끌자 블랙 위도우와 블랙 팬서 스핀오프 스토리가 나오는 식이다. 007과 록키, 스타게이트 같은 잘 알려진 콘텐트 자산은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고 영화와 TV, 애니메이션, 웹툰을 넘나드는 새 콘텐트를 이끌어 낼 원료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은 영상 스트리밍 사업에 진심인 편일까? 넷플릭스나 디즈니를 이기는 것을 뜻한다면 아마도 아닐 것이다. 확실한 것은 커머스에 진심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스트리밍은 커머스를 잘 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의 본진 사업을 위한 미끼로 콘텐트를 활용하는 이 전략은 고객을 가둬 두고 싶은 플랫폼 기업에 귀감(?)이 되고 있다. 쿠팡은 월 2900원을 내는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에 쿠팡플레이 OTT를 무료 제공하기 시작했다. 프라임 비디오가 NFL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했듯이 쿠팡플레이도 도쿄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을 획득했다. 네이버는 전자상거래와 결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적립 혜택을 주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티빙 OTT를 추가했다.
 
플랫폼 기업의 진격에 콘텐트 업계가 어떤 성벽을 쌓아 대응할지, 한동안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규정할 흥미로운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는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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