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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주가 상승은 사업성보단 믿음 때문 [이종우 증시 맥짚기]

반도체, 자동차 등 정체가 코스피 상승 걸림돌
미국 증시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 200% 넘어서

6월 중순을 지나면서 주식시장은 성장을 중심으로 주가가 만들어지는 세 번째 상승국면에 들어갔다. [중앙포토]
코스피지수가 3300포인트를 넘었다. 역사적인 지점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평가해 줄만 하지만 이후가 순탄한 건 아니다. 저항선을 돌파하더라도 작년 11월 같은 급등을 기대하긴 힘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코스피가 1430까지 떨어진 후 상승은 3단계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코로나 발생 직후인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이다. 1430에서 2300까지 쉼 없이 상승했다. 처음 상승은 하락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쇼크로 절대 주가가 낮아져 발생한 이익조차 반영되지 않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주가가 어느정도 회복되자 상승 종목이 바뀌었다. 성장주가 앞자리를 차지했는데 바이오, 인터넷, 게임, 2차 전지업종이 주역이었다. 
 
두 번째 상승은 작년 11월부터 두 달간 이루어졌다. 주가가 1000포인트나 상승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는데 업종 대표주가 중심이 됐다. 개인투자자가 하루에 2조원이 넘는 돈을 시장에 넣어준 덕분에 삼성전자, 현대차 등 규모가 큰 대형주가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세 번째 상승이 시작됐다. 시점으로는 6월 중순, 코스피 3200 부근이 시작점이었다. 이번 상승은 앞의 두 번에 비하면 대단히 느리게 진행될 전망이다. 
 
첫 번째 상승은 주가가 갑자기 낮아진 후 원래 지수를 회복하기는 과정이어서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었고, 두 번째는 유동성에 의해 대형주가 오르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의 절대수준이 높고, 유동성 유입은 두 번째 국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경기와 기업실적 회복을 얘기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여서 상승이 빠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적만큼 성장스토리 있는 종목선택 중요

 
세 번째 상승은 코스피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보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느냐가 더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올 때 국면마다 끌고 가는 종목이 달라진다. 처음 상승할 때는 직전 하락 때 가장 많이 떨어졌던 종목이 올라간다. 이들의 상승이 목에 차고, 경기와 주가가 최저점을 지났다고 판단되면 중심이 경기 민감주와 대형주로 넘어온다. 규모가 큰 주식이 오르는 만큼 코스피 상승이 빨라지고, 세상의 모든 관심이 주식시장으로 모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국면별로는 경기 회복 초기에 주로 발생한다.
 
경기 회복 후반기가 되면 기업이익이 늘어나도 지수 상승은 약해지는 형태로 모양이 바뀐다. 2~3년후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현재 이익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다. 그래서 종목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뀐다. 이익 이상으로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면 이를 토대로 주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진행된다.
 
6월 중순을 지나면서 주식시장은 성장을 중심으로 주가가 만들어지는 세 번째 상승국면에 들어갔다. 새로운 상황을 연 주식은 카카오와 네이버이다. 두 종목은 모두 작년에 주가가 처음 상승할 때 주도주 였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승 동력이 다르다. 당시는 언텍트라는 실체가 있었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토대로 주가가 움직인 반면 지금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작년은 바이오 등 성장주가 집단적으로 상승했지만 지금은 개별 종목 차원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의 성장 스토리는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을 토대로 만들어져 있다. 카카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사업자여서, 기존에 확보돼 있는 인적 데이터만으로도 계획하는 일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럴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다. 과거 최저가격 사이트부터 해당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관련 노하우가 많고,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입점자도 많다. 
 
이런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입점 수수료를 낮추고, 그마저 고객에게 포인트 형태로 돌려주는 정책을 쓰는 대신 광고를 통해 수입을 얻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한다면 네이버와 비슷한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존재를 알리기 위해 대규모 광고를 하는 과정에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네이버 만큼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제약 요인에도 카카오가 세 번째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건 사업 내용보다는 카카오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성장해 왔으므로 앞으로 하려는 일도 잘 될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크게 오른 후 성장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패턴이다. 이는 다른 종목에도 적용된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실적만큼 성장 스토리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성장주 강세는 우리 시장만의 독특한 모양이 아니다. 5월 중순 이후 나스닥이 다른 지수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상승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국시장도 그런 형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하락이 뚜렷해지면서 그 동안 금리에 눌려왔던 성장주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 좋아져도 정체 가능성 높아 

 
6월 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200%를 넘었다. 해당 지표가 70~80%이면 저평가,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상태로 보는 걸 감안하면 현재 주식시장이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금융위기 직전 주가 최고점 때 해당 비율은 106.8% 였다.
 
코스피도 사정이 비슷하다. 12개월 이후 이익 전망을 가지고 계산한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3배다. 2분기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가 연초 27조5000억원에서 34조7000억원으로 26.2% 상향 조정됐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1분기에 높은 이익증가를 경험했기 때문에 2분기에 이익이 비슷한 정도로 늘어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큰 종목이 정체 상태에 빠진 것도 코스피 상승에 걸림돌이 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코스피가 처음 3000포인트를 넘었을 때보다 주가가 오히려 후퇴했다. 5개월간 상대 수익률이 워낙 저조해 투자자를 다시 모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성장주가 올라 시장을 들썩일 정도가 되면 조금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움직임은 투자자의 기대와 관련된 것이어서 2분기 실적이 조금 좋아져도 해결되지 않는다.
 
업종대표주가 멈춰 설 경우 코스피 상승은 한계에 부딪친다. 당분간 지수보다 종목 선택에 집중했으면 한다. 같은 업종에 속해있고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종목과 그렇지 않는 종목은 천지 차이가 된다. 수익률이 심하게 벌어지므로 주가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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