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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블록버스터 기대 신약 '렉라자' 7월 국내 시장 본격 출시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으로 등재…31호 국산 신약으로 기록
15억원 주고 기술 받아와 1조4000억원에 기술 수출 성과…오픈 이노베이션 결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7월 국내시장 발매가 임박했다.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다음 달부터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으로 등재된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렉라자정80mg 1정당 보험 급여가 6만8964원으로 결정됐다.

 
국산 신약의 국내 시판이 시작된 것. 렉라자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 승인을 받고 ‘31호 국산 신약’이 됐다.  
 
렉라자는 1차로 EGFR-TKI(티로키나신억제제) 1·2세대인 이레사(게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투여 후 내성으로 인한 전이가 확인된 T790M 유전자 변이 환자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급여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비소세포폐암 EGFR 2차 치료제 시장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타그리소가 차지했던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가져오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타그리소 매출은 연 5조원 규모로, 절반만 돼도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입(매출의 약 8~10% 추정)은 매년 2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얀센은 렉라자만 단독으로 쓸 때의 효과와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신약 ‘아미반타맙’을 함께 쓸 때의 약효를 각각 알아보는 글로벌 추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중앙일보]
 

렉라자,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  

 
유한양행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렉라자 역시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다.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물질을 유한양행이 기술이전 받아 다듬은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계약금 15억원을 주고 기술이전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9년 이를 1조4000억원을 받고 미국 얀센에 기술수출하기에 이른다.  
 
계약금으로만 5000만달러(약 560억원)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이 밖에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명목으로 지난 한 해 약 1억달러(약 1132억원)를 받았다.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요법 관련 1/2상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3500만달러(약 396억원)의 마일스톤도 추가 지급됐다.
 
이 같은 기술료 수익 증가는 유한양행의 상품매출 비중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R&D(연구개발)에 재투자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1조6199억원)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3.8%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상반기만 해도 다른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72.8%에 달했다.  
 
사실 유한양행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약유통회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수입해 파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상품 판매 비중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신약개발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R&D 투자 늘리고 신약개발 회사로 체질 개선  

 
이를 의식한 유한양행은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앞서 2015년 3월 취임한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사장 직속으로 미래전략실을 신설, 신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이 사장은 이를 통해 신약개발을 강화하고 바이오 벤처기업 인수합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유한양행은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 확충 및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최근 5년간 약 40개 기업에 4000억원 이상의 외부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투자가치가 8000억~9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는 평가다.  
 
R&D 투자도 적극적이다. 올해 R&D 투자금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2225억원)보다 2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지난 2014년엔 R&D 비용은 연간 매출(1조174억원)의 5.8% 수준인 560억원이었다.  
 
이 사장의 바톤을 이어 받은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이 이를 잘 이끌어 남은 신약후보물질을 혁신 신약으로 성공시켜야한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등의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조욱제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유한양행은 SAFA 기술을 보유한 에이프릴바이오(이하 에이프릴)에 100억원을 추가 출자해 기존 보유지분을 더해 2대 주주로 등재됐다. 100억에 앞서 먼저 투자한 30억원까지 합할 경우 유한양행이 에이프릴에 투자한 금액만 총 130억원(13.8%)에 이른다.

 
조 사장은 제2, 제3의 ‘넥스트 렉라자’ 탄생에 주력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14개에 불과했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30개 보유 중이다.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NASH 치료제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알레르기 치료제 ▶자체 개발 비만 치료제 등이다.
 
조 사장은 최근 창립 95주년 기념사에서 "유한 100년사 창조를 불과 5년 앞둔 지금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제약 50대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며 "현재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신약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렉라자를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성공시키고 글로벌 임상을 차질 없이 진행시켜 조기에 글로벌 시장에 출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하자"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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