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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경영 완결판 '파이낸셜 스토리'… "실적 넘어 매력 기업 만든다"

SK이노베이션 '脫정유·그린기업' 선언하며 선제적 움직임
계열사들 미래 성장 가능성에 중점두고 전략 짜기에 '고심'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또 한번 진화했다. 이번에는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이다.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이야기를 뜻한다. 이런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해야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편집자]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은 SK그룹의 지향점이다. 행복경영부터 파이낸셜스토리까지, 매년 최 회장이 짠 청사진에 맞춰 각 계열사는 재무적 목표를 세울 뿐 아니라 핵심 사업을 전환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왔다. 
 
‘성장’에 초점을 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결과물로 나타난다.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6년 90조3000억 원이던 SK그룹의 시가총액은 현재 200조원을 넘나든다.  
 
최 회장이 올해 던진 화두는 ‘파이낸셜 스토리’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 등 재무성과 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스토리를 말한다. 2020년에는 각 계열사 CEO들에게 “CEO는 스토리텔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이야기를 써 나가겠다는 의미다. 올해 그가 강조한 파이낸셜 스토리는 ‘탄소제로’다. 탄소제로는 곧 기업 경쟁력 문제로 진화할 것이라며 남들보다 빨리 탄소제로에 나서길 주문했다.
 
최 회장의 주문에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먼저 답했다. 7월 1일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데이’를 개최해 그룹의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사실상 ‘탈정유’를 선언하며 친환경사업으로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60년간 기업 출발점이자 기반이었던 정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배터리·분리막·리사이클 등 친환경사업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바꾼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사업 대신 6%에 불과한 배터리사업에 그룹의 미래를 거는 결정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그린 비즈니스에 3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현재 30%에 불과한 그린 비즈니스 자산은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에 미래 건다...그린비즈니스 자산 70%까지 확대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1일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배터리 시장 진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포드와의 합작회사(JV) 설립, 폭스바겐 물량 수주 등 주요 OEM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자리에서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2017년 5월 잔고와 비교해 약 17배 늘어난 규모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 이상이다. 전 세계 배터리 기업 가운데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인 곳은 SK를 포함해 모두 3개 회사 뿐이다.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SK 배터리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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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40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 규모가 2023년 85GWh, 2025년 200GWh로 커져 2030년에는 500GWh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 대표는 “세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올해 흑자를 달성한 뒤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으로 이익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사업 자회사인 SKIET 상장을 계기로 현재 14억㎡인 분리막 생산 규모를 2025년에는 40억㎡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021년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를 ‘2025년 1조4000억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원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폐 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 사업 확대에도 시동을 걸었다. 폐 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목표아래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정유기술을 활용해 수산화 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이를 통해 최초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다.
 
SK종합화학 역시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화경제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리사이클(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기로 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2027년 기준 국내외 생산하는 플라스틱의 100%인 연간 250만톤 이상을 재활용 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그린사업으로만 EBITDA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이 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비전도 내놨다.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에 대해 분할을 검토하고 친환경 사업 영역에 대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지만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분할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둬 친환경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사업개발 및 M&A 등을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분리막(LiBS) 사업을 발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E&S도 파이낸셜 스토리 구체화 

SK가 지난 1월 투자한 수소 기업 ‘플러그 파워’ 탱크로리. [SK그룹]
 
다른 계열사들 역시 미래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둔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체화하고 있다.  
 
SK그룹 지주회사이자 투자전문회사인 SK는 전기자동차 분야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자회사인 SK E&S는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사업 전환에 나섰다. SK와 글로벌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인수를 단행한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기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향후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진출을 위해 2조원 규모 우선주 발행도 추진할 예정이다. 회사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186%에 달하지만 당장의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성장동력을 발굴해 미래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역시 성장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과 SKT신설투자회사로 인적분할 액면분할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은 분할 이후 적극적인 M&A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부대로 M&A를 추진해 미래형 반도체를 포함한 혁신 기술에 투자해 신설회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또 신설투자회사를 중심으로 보안(ADT캡스), 커머스(11번가),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 영역에서 국내외 투자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자회사 IPO(기업공개)를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선다. 
 
존속회사 SK텔레콤은 5G(5세대이동통신) 1등 리더십을 기반으로 유·무선통신과 홈미디어 분야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AI(인공지능) 기술로 구독경제, 메타버스 등 신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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