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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집값 올려달라고 한 적 없다” 김포 시민들의 분통

국토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
강남 직결 무산에 김포 시민들 반발 움직임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일대에 'GTX-D 노선 원안 사수' 입장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정지원 인턴기자]
 
“집도 팔아야만 돈이 되지 않느냐. 교통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인데, 집값 때문이라는 오해는 억울하다.” (김포 강원향우회 회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노선의 강남·하남 직결 무산에 김포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GTX-D노선을 B노선과 공용해 용산까지 연결하고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검단 연장도 검토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일 찾은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과 장기동·풍무동 일대에는 ‘원안을 완성하라’, ‘민주당은 선거에서 보자’ 등 주민들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꼈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었지만, 가끔 ‘GTX-D 강남 직결’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김포 걸포동에서 50년을 넘게 산 70대 주민 A씨는 김포의 교통난을 정부가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빠르게 인구가 증가했지만, 늘어나는 인구를 뒷받침할 만한 교통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포 인구가 이제 50만명 가까이 된다. 그 인구를 (김포 골드라인)두 량에 싣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철도는 ‘김포 골드라인’이 유일하다. 2량짜리 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률이 최대 2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2량에 맞춰 승강장까지 만들어졌기 때문에, 열차를 늘리는 것도 불가능한 구조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박지수씨는 “빨간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배차 간격이 30분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포 주민들은 GTX의 서울 직결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 김포 시민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GTX-D노선의 ‘김부선’ 확정으로 강남 직결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했다. 해당 발표에서 GTX-D 노선은 4월 발표한 초안대로 '김포 장기역~부천종합운동장역' 구간만을 운행하기로 결정됐다. 대신 해당 노선은 GTX-B 노선을 공용해 신도림역~여의도역을 지나 용산역까지 운행될 방침이다.  
 
이에 김포 주민들은 '강남 직결 노선 사수'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오전에는 인천 검단과 경기 김포 시민들이 차량 시위에 나섰다.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에 따르면 같은 날 서부권 지역 주민들은 ‘드라이브 챌린지’ 캠페인을 열고, 경기도 김포시청에서 출발해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와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차량으로 행진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향후에도 집단행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교통이 문제”…“집값 때문 아니야?”  

 
일각에서는 김포 주민들의 반발이 ‘지역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 직결 사수’가 아닌 ‘집값 사수’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김포의 아파트값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 따른 풍선 효과와 GTX-D노선 교통 호재가 겹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 김포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과 비교해 7.76%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지난해 11월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고, 이후 부동산 시장도 조정에 들어섰다. 
 
다만 이 지역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GTX 노선 하나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포 집값이 오른 것은 GTX 호재보다 비규제지역이라는 이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통계상으로도 김포의 주택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경기 아파트값 상승률과 비슷하거나 낮게 움직였다. 올해 2월과 3월 김포시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2.08%, 2.29%로 같은 기간 2.4%, 2.3%가 상승한 경기도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GTX 서울 직결이 호재였다면 '김부선' 초안이 발표된 4월 이전에도 김포시 집값이 올랐어야 했다는 분석이다.  
 
풍무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올해 (GTX-D노선 초안이 발표된) 4월이든 엊그제든 GTX 이슈로 인해 체감하는 변화는 없었다”며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분류된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큰 변동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우동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인 C씨도 “지난해 8월~10월에는 매물을 찾는 전화가 하루에 20통 넘게 오다가 그 이후로는 하루에 1~2통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에서 32년을 지낸 C씨도 GTX-D노선의 서울 직결을 원하는 김포 시민들의 목소리가 ‘집값 때문’이라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난에 오해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교통이 ‘진짜 문제’”라며 “개통에 10년 넘게 걸리는 GTX가 아니어도 5호선과 9호선 연장이라도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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