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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이종우 증시 맥짚기]

고객예탁금 60조원 안팎이면 중·소형주 움직여
향후 영업성적이 개선될 테마주에 관심 가져야

코스피가 상승할 때 낙폭 과대주-업종대표주-경기 민감주 순으로 오른다. 그리고는 중·소형주가 바통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1994년 11월 7일, 2년 반 가까이 이어지던 주식시장 대세 상승이 끝났다. 당시 코스피 최고점은 1145였다. 하락이 빠르게 진행돼 석 달이 지나자 주가가 고점에서 20% 떨어졌고 1차 지지선이 만들어졌다. 이후 반등과 하락을 거치면서 1995년 5월 말을 기점으로 주가가 더는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코스피가 안정을 찾자 시장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상승 내내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던 중·소형주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들의 상승이 소외주라는 측면으로 설명됐다. 직전에 전체 종목의 85%가 떨어져도 코스피가 오를 정도로 대형주 편중현상이 심했기 때문에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1995년 시작된 중소형주 강세는 1997년을 중반까지 2년 이상 계속된다.
 
상승이 진행되는 동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벌어졌다. 환경관련주나 생명관련주의 원시적 형태가 나왔고, 구소련에서 5000만원을 주고 광학기술을 사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가총액이 80억원이나 늘어나는 일도 벌어졌다. 어떤 회사는 신기술이란 재료로 세 번 상한가를 기록하는 와중에 부도가 나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종목 선택이 혼란해서인지 주가가 일관성이 없었다. 돈을 잘 벌지 못하고 기술 내용도 그저 그런 회사가 중·소형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내 대표 기업보다 주가가 높아지는 일이 벌어졌다. 업종대표주 열풍이 지나쳤던 것만큼 중·소형주 상승도 한계 없이 진행됐다. 외환위기로 사라졌던 중소형주가 2000년 정보기술(IT) 강세 때 다시 등장했다. 코스닥 시장이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인터넷, 휴대전화 같은 미래 산업이 코스닥에 포진해 있던 덕분이다. 
 
이후에도 중소형주의 집중적인 상승이 자주 있었다. 2011년에 녹색성장이란 정부 정책 영향으로 LED(발광다이오드)를 비롯한 환경관련주가 부상했고, 2017년에는 바이오 주가가 급등했다. 이들은 시장이 정체에 빠졌을 때 성장이란 무기를 들고 시장을 주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회사규모가 큰 대형주는 당분간 정체 

코스피가 상승할 때 낙폭 과대주-업종대표주-경기 민감주 순으로 오른다. 그리고는 중·소형주가 바통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대세 상승은 경기 회복을 동반하기 때문에 경기 민감도가 높고 유동성에 영향을 받는 대형주가 중심이 되는 게 당연하다.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형태도 처음에는 2~3년 후 이익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주가가 높아진 후에는 미래 반영 폭이 넓어져 막연한 미래 성장에 기대는 형태로 발전한다.  
 
대형주로는 성장을 커버하기 힘들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형 기업은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알 수 있는 통로가 많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신비감이 작다. 회사의 규모가 커서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중소형기업은 여러 사업부문 중 하나만 잘 돼도 회사가 획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탄력성이 크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중·소형주가 시장의 중심이 되면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중·소형주 내에서 상승 종목이 계속 바뀌는 현상이 벌어진다. 물론 본류인 테마는 다른 종목보다 오랜 시간 큰 상승을 유지하지만, 아류에 해당하는 종목은 사정이 다르다. 상승에 동참했다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탈락하는 시점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금은 중·소형주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일까.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한 데 이어 3300까지 넘었지만, 상승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다. 돌파 이전이나 이후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시장이 정리되는 국면에 들어간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 사이 코스닥은 연일 상승했다. 오랜만에 코스닥이 우위에 섰기 때문에 추세가 바뀐 게 아닌가 기대하게했다.  
 
코스닥이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동력은 작년 주가 상승이다. 코스피가 작년 3월 저점 이후 130% 넘게 올랐다. 투자자들의 미래 기대수익률은 과거 수익에 의해 결정된다. 작년에 이만큼 이익이 났기 때문에 올해도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거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최소 30%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반기에 코스피가 15% 올라 기대의 어느 정도를 채웠지만, 내용은 미흡하다. 1월 초 열흘간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발생한 후 잠잠해져 향후를 기대하기 힘든 형태였기 때문이다. 지금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도 코스피지수로는 사람들의 기대를 채우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개별 종목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어야만 하는데 중·소형주가 그 대상이다.  
 
고객예탁금이 64조원으로 작지 않은 수준인 점도 중·소형주에 유리하다. 만약 작년 연말처럼 유동성이 시장으로 계속 들어오는 상태라면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고객 예탁금이 크게 줄어 유동성 고갈을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되면 시장 전체가 밀려 내려가기 때문에 대형주는 물론 중·소형주도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몇 달째 고객 예탁금이 60조원대에서 크게 늘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는 상태에 머물고 있다. 60조원을 넘는 예탁금은 중·소형주를 움직이는데 충분한 수준이다.  
 

중·소형주 만들어지면 주가 5~6배 올라  

바이오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도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바이오와 다른 업종의 상대 주가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발생 초기 바이오 주가를 끌어올렸던 백신 개발이 끝나면서 재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년간 조정을 통해 주가가 낮은 상태가 돼 반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중·소형주 테마군이 만들어지면 주가가 5~6배 넘게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어떤 테마가 만들어질지 누가 해당 종목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당장 새로운 테마가 만들어지는 걸 기대하기보다 이미 나왔던 테마를 반복하는 상황이 먼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러 테마를 통해 시장의 성격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바뀐 후 미래 성장성을 고려한 새로운 종목군이 만들어질 거라 기대하는 게 현실성 있는 그림이다.  
 
이전에 한 번 나왔고 향후 영업 성적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테마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반도체 장비주와 5G가 해당 부류에 들어간다. 세계 반도체 투자 확대를 감안하면 반도체 기업보다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좋다. 반도체는 생산이 많아지면 공급 과잉이란 덫에 걸리지만, 장비회사는 그 과정에 오히려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시장의 성격이 장비 관련 기업과 맞지 않아 매수가 활기를 띠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매수해도 무방한 상태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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