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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신호탄 쐈다’ 고개 든 소수의견…“8월부터 검토”

JP모건 예상 뒤집고 ‘온건 매파’ 고승범 위원 “인상 바람직” 피력
금통위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둬야”,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금통위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하는 다음 한은 금통위는 8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15개월 만에 나온 소수의견…2~3개월 안에 인상 예상  

 
한은은 15일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춘 후 같은 해 5월 사상 최저인 연 0.50%로 인하했다. 이후 이날 열린 금통위를 제외하고 9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열린 금통위에서는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고승범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고 위원은 지난달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이 분석한 금통위 위원(7명) 성향 보고서에서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이른바 ‘매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JP모건은 임지원, 조윤제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매파로 평가한 고 위원이었다는 점이다.  
 
금통위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금리가 동결됐던 지난해 4월엔 조동철·신인석 당시 위원이 금리 인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자료 한국은행]
 
금통위 ‘소수의견’은 사실상 금리 인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그간 한은은 소수의견이 나온 이후 2~3개월 안에 금리 정책을 변경해왔다. 이 총재는 2015년 3월 금리(0.25%포인트 인하) 정책만 제외하고 소수의견을 제시한 후 1~4개월의 시간을 두고 금리를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과 연계한 발언도 쏟아냈다. 금융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가 지속하면서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늘어왔다”며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는 한 정책 효과도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점을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늘어나는) 이런 추세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시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통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달 초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회동한 후 배포한 보도자료와 맥을 같이 한다. 당시 두 사람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하여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 등 부작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 총재 “소득대비 집값, 비율 너무 크고 부채 맞물려 우려”

 
이 같은 시각은 이날 열린 회의에서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경제 주체들의 수익 추구 행위가 상당히 과도하다. 오늘 금통위에서도 대부분의 위원이 사실상 금융 불균형 해소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때라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대표적인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인 부동산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가 문제 삼는 건 이런 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와 밀접히 연결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미리 시간표를 짜놓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조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이 아니란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방역 대책, 백신 접종 확대 계획이 이행되면서 확산세가 진정되고 정부의 추경 효과가 더해지면 경기 회복세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소비도 회복되고, 경제 활동이 원활히 돌아간다면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만 전개(억제)된다면 연내 인상할 수 있지 않겠냐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 전망한 ‘경제성장률 4%’ 달성에도 “확실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방역 조치 효과가 나타난다면 코로나19 4차 확산이 성장률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원이 한정돼 있는 점, 코로나19 진행 과정에서 피해를 많이 입은 계층부터 오히려 부가 늘어난 계층까지 병존하고 있다는 점, 사실상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몰라 재원이 앞으로도 얼마나 추가로 소요되기 가늠하기 상당히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해 중점 지원하는 것이 설득력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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