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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갤러리] 일제 강점기 경성 조지야 백화점에서 VIP 고객에게 준 선물은

16일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가보니
서울 안국동 옛 풍문여고가 서울공예박물관으로 거듭나

지역 공예의 모습을 보여주는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 모습. [정형모 기자]
서울 안국동 옛 풍문여고가 멋진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16일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얘기다. 서울시가 공예 문화 부흥을 위해 2017년 부지 매입을 완료한 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4년 만에 선보이는 귀한 공간이다. 세종이 승하한 장소였고, 고종이 순종의 가례 절차를 위해 건립한 ‘안동별궁(안국동별궁)’이 있었으며, 70여 년간 여성 인재의 산실이었던 이곳이 공예의 전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기존 5개 동은 리모델링했고 박물관 안내동과 한옥을 새로 건축해 총 7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구나 들어와 무료로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단,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개관 기념전은 8개가 마련됐다.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박영숙 선생이 기증한 컬렉션 7000여 점 중에서 고르고 추린 ‘자수, 꽃이 피다’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를 비롯해 ▶우리나라 공예 역사 전반을 다루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시대별 공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귀걸이의 의미를 탐구하는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서울시 무형문화재들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 ▶공예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언론인 고 예용해 선생이 쓰고 모은 자료를 정리한 ‘아임 프롬 코리아’다. 원통형 건물인 교육동(어린이박물관) 2개 층에 걸쳐 마련된 ‘공예마을’은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을 위한 체험 전시다.
 
밋밋하고 천편일률적인 전시를 탈피하겠다는 전 직원들의 수고로움이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관람 전시물도 눈길을 끈다. 전시를 보다가 잠시 쉬며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매화나무와 잔디 운동장, 400년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도 훌륭하거니와 압권은 교육동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송현동 풍광이다. 최근 이른바 ‘이건희 뮤지엄’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 이곳은 수십 년간 사람의 접근이 금지됐던 ‘비밀의 정원’으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런 원시림이 있었네’라는 감탄과 시각적 충격을 동시에 자아내게 한다.
 
전시물 하나하나에 깃든 사연도 많아 하루에 다 볼 곳은 아니고 자주 찾아와야 하는 공간이다. 이중 눈길을 끈 곳은 ‘공예, 시대를 비추다’ 코너다. 일제 강점기 자본가들이 공예품의 제작과 판매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산업 공예의 면모가 갖춰지기 시작한 때다. 조선미술전람회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면서 공예가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된 시절이기도 하다. 미츠코시(三越) 백화점은 이상의 소설 ‘날개’와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도 등장하는 경성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으로 꼽혔던 곳인데(현재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다!), 이 백화점 곳곳에서 유명 장인들의 공예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투시도는 흥미로웠다. 역시 명성이 자자했던 조지야(丁子屋) 백화점(현 명동 롯데 영플라자관 자리)이 VIP 고객 선물용으로 마련했던 동태나전칠 구름용무늬 화병도 인상적이다. 김진갑(1900~1972) 선생의 작품으로, 공예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 걸어서 1분 거리니 모처럼 차 없는 나들이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일제강점기 백화점 VIP용 공예품들. [정형모 기자]

정형모 전문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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