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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가 멱살잡아 끄는 삼성전자...비메모리 본궤도는 언제?

2019년 '비전2030' 발표..."비메모리도 1위" 외쳤지만 실적 부진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95%가 메모리반도체에서 나와
"비메모리 부문 인수합병(M&A) 등 근본적 변화 필요" 진단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최강자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TSMC가 2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강자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다.  
 
2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비전을 밝혔음에도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에 실적을 의존하는 상황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9년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파운드리사업은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커졌고, 시스템반도체도 이렇다 할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투입하겠다던 투자액 133조원 역시 171조원으로 늘렸지만 미국 파운드리 시설 투자에도 최종 투자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삼성 반도체 영업이익 95%가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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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명실상부 메모리 강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이 41.2%로 1위를 차지했다. 메모리의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가 1위로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며 그동안 한국 경제를 받쳐왔다.  
 
2분기 업계를 놀라게 한 깜짝 실적 역시 메모리반도체가 견인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 12조5000억원 가운데 반도체가 절반이 넘는 7조∼7조30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매출은 22조∼22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업계는 이 중 메모리에서만 매출 17조∼18조원, 영업이익은 6조8000억∼7조원을 올린 것으로 본다. 반도체 전체 매출의 75%, 영업이익의 95% 이상을 메모리가 차지한 것이다.  
 
이에 비해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의 2분기 매출은 5조원 내외, 영업이익은 2000억∼3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예상했다.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영업이익은 여전히 5%도 안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TSMC를 따라잡고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설계와 생산 분야로 나뉜다. 개발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팹리스(fabless),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 판매까지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다. 비메모리 생태계의 두 축인 팹리스와 파운드리에서 현재 세계 1위는 각각 퀄컴, TSMC다. 퀄컴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 40%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삼성전자는 업계 5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퀄컴과 달리 삼성전자의 팹리스 매출 중 대부분이 삼성전자로부터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폰에도 삼성전자의 AP인 엑시노스보다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 비중이 높다. 삼성이 설계하고 개발해서, 삼성이 사용한다는 말이다.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55%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17%)가 2위로 TSMC를 쫓고 있다.  
 

새로운 두뇌 '엑시노스2200'은 다를까 

삼성전자가 차량용 이미지센서를 본격 출시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AP와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센서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에 힘을 싣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는 삼성 엑시노스2200을 미국 반도체업체 AMD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사다. CPU는 인텔에 이어, GPU는 엔비디아에 이어 2위다. 
 
새로운 엑시노스에 탑재될 GPU는 AMD가 최신 아키텍처 RDNA2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내년 초 출시 될 ‘갤럭시 S22(가칭)’ AP로 엑시노스2200와 퀄컴 스냅 드래곤 895가 탑재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엑시노스2200이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그래픽 성능을 한 차원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사수 AMD CEO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1'에서 "차세대 엑시노스에 RNDA2 커스텀 GPU가 탑재된다"며 "향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현실과 같이 실감나는 그래픽 기능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센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아우디에 이어 폴크스바겐에도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며 전장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 초부터 폴크스바겐 완성차 모델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 중이다. 
 
시스템 반도체 제품 '엑시노스 오토'는 삼성전자의 자체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부품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차량 상태의 정보와 멀티미디어 재생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해 운전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차량용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를 출시했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이미지센서 1위인 소니를 잡겠다는 목표 달성에 한 발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부문에서의 성과를 위해 인수합병(M&A)과 같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기존 주력 사업에서의 성과보다는 파운드리나 M&A와 같은 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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