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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주식시장을 떠나 관망하는 것도 방법 [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외 경기지표 후퇴로 경기 정상화 기대감 줄어
기업주가 높고 유동성 적어 주가 움직일 동력 약해져

 
 
기업 주가가 높고 유동성 유입이 많지 않아 주가를 움직일 동력이 약할 때에는 투자를 잠시 쉬는 것도 방법이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간 코스피 지수는 연속 상승했다. 1980년에 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최장기간 상승과 같은 기록이다. 6월 말 3296이었던 코스피는 이달 3300선 위에서 끝나면 9개월 연속 상승하는 게 된다. 하나 더 있다.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중 14개월 주가가 올랐다. 이 역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기록이다.  
 
이런 기록은 이번 주가 상승이 유달리 커서 나온 게 아니다. 1999년에 8개월 사이에 코스피가 280에서 1050이 됐다.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상승했지만, 장시간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3~2007년에도 코스피가 500에서 2000까지 올랐지만 중간마다 쉬는 시간이 있었다. 이런 장기 상승은 여러 해석을 가능케 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지금 시장이 굉장한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에서는 주가가 너무 높아 곧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주가가 높아지자 여러 가지 이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이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그중 하나다. 2분기 기업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증가할 거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이 이를 증명해줬지만,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무반응이지만, 낮게 나오면 크게 흔들렸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이익이 늘어난다면 모를까 그 이하라면 주가가 계속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적에 대한 주가 반응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9일부터 본격화되는 실적 발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 이익조정비율 2분기 고점으로 하락 예상

분기별로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대형 17개 기업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앞으로 이익은 3분기에 꺾이기 시작해 내년 2분기까지 정체 상태를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익이 예상보다 나빠지는 기업 대비 좋아지는 기업의 비율을 나타내는 이익조정비율도 2분기를 고점으로 하락할 거로 전망된다. 실적의 증가 폭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우리 시장이 이익 절대치와 증가율 중 어떤 쪽에 반응하느냐에 관해 많은 분석이 있었다. 다수의 결론이 절대치가 아주 높지 않은 한 증가율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쪽으로 모였다. 이 사례에 비춰 볼 때 앞으로 이익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다. 1분기는 그렇지 않았다. 이익의 절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증가율도 100%를 넘어 모든 면이 나무랄 데 없을 정도였다. 그 힘이 최장기간 상승이란 기록을 만든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약효가 약해졌다.  
 
여기에 국내외 경기 둔화가 더해진다. 아직은 국내 경기가 확장 과정에 있지만, 하반기에 증가율이 확연히 둔화돼 주가에 힘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가 작년 11월에 고점을 기록한 후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도 7.9%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PMI 지표 역시 지난 3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백신 접종이 늘면서 서비스업 지표가 개선될 거라 기대했지만, 이 또한 현실화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6월 서비스업 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심리 약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선행 지표 약세로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줄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행지표가 기준점 위로 올라갈 때 미국 주식시장은 반년 이상 쉬는 경우가 많았다. 주가가 경기를 선반영해 움직인 후 경기 회복이 지표로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지표가 나올 때쯤에는 이미 주가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해당 기간에 주가가 16% 상승했다. 주가가 경기 회복을 충분히 반영한 만큼 추가로 움직일 여지가 없는 상태다.  
 
정책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증세 가능성까지 제기돼 호재로서 역할이 더욱 줄었다. 1조 달러로 낮아진 부양책조차 의회를 쉽게 통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건 부양책의 역할이 끝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당분간 경기 회복 기대가 다시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정책을 과감하게 펴지 못하지만, 질병이 조금 누그러지고 집단면역이 현실화되면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대형주보단 중소형주 투자가 유리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주가 움직임을 통해 국내 시장이 상승, 하락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임이 명확해졌다.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할 때 세 번의 작은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체 상승은 1차 상승-조정-2차 상승-조정-3차 상승의 순으로 진행된다. 작년 4~8월까지가 1차 상승이었다. 그 과정에 코스피가 1430에서 2450이 됐다. 그리고 8월부터 10월까지 조정을 거쳐 11월부터 두 달간 3200까지 오르는 2차 상승이 있었다. 
 
지금은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3차 상승 와중에 있다. 3차 상승은 앞선 두 번의 상승에 비해 폭이 낮고 힘이 약한 게 특징이다. 주가가 너무 높아 부담이 큰 데다 유동성 유입도 많지 않아 주가를 움직일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 상태다. 주가가 오르는지 아닌지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에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조정을 끝난 후 급등하는 그림을 기대했었다. 1차 상승이 끝나고 조정을 거친 후 1000포인트에 가까운 상승이 진행되는 걸 봤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시장의 환경이 달라진 만큼 빠른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보다 하반기 내내 주가가 좁은 박스권에 갇혀버리는 게 더 현실성 있는 그림이다.  
 
당분간 대형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 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실적과 비교해 주가가 아주 매력이 있든지, 주가가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들어와야 하는데 둘 다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유동성 유입의 정점을 지났기 때문에 지금처럼 소폭의 등락으로는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중·소형주를 가지고 각종 테마주의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가 이런 매매 형태를 따라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업 내용의 변동이 심할 뿐 아니라 주가의 등락도 심해 깊이 있는 학습이나 확신 없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어렵다.  
 
자신 없을 때는 쉬는 것도 투자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가 오를 때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지수와 관계없이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항상 있다는 생각은 개인투자자에게 바람직한 얘기가 아니다. 수익을 낼 확률이 낮은 상태에서 굳이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유리한 시장이 또다시 오기 때문에 때를 기다리면 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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