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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1000명 설문] MZ세대도 '레깅스·민소매' 출근은 민망

알바천국과 설문 진행…20대가 꼽은 비즈니스 캐주얼복은 슬랙스 패션
꼴불견 출근복으로 여성은 ‘레깅스’, 남성은 ‘민소매’ 선택
10명 중 8명은 ‘캐주얼 데이’ 운영에 긍정적

 
용납 못하는 출근복으로 '레깅스'와 '민소매'가 꼽혔다. [사진 안다르]
 
직장인 패션이 자유로워지고 있다. 기업이 복장 자율화 또는 특정 요일에 캐주얼복을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데이’를 운영하는 등 정장만 차려입는 출근길 패션이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 특히 의복 규정이 비교적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계마저도 ‘복장 자율화’를 시작했다. 수십 년간 각 은행의 상징처럼 여겨온 유니폼을 없앤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농협은행의 복장 자율화를 끝으로, 시중 5대 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모두 유니폼을 없애고, 비즈니스 캐주얼 또는 세미 정장 등으로 복장을 규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직장인이 될 20대를 대상으로 ‘바라는 근무 복장’을 묻는 설문을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 ‘알바천국’과 함께 진행했다. 7월 8~14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한 이번 설문에는 20대 1218명이 참여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44명, 여성이 874명이다. 또 응답자의 855명이 대학생, 363명은 취업준비생이었다.  
 

10명 중 6명 ‘레깅스’는 용납 못해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20대는 현재 기업이 운영하는 의복 규정보다 더 큰 자유를 원할 것이다’라는 예상과 달리, 응답자의 절반 이상(53.4%)이 ‘자신이 바라는 출근 복장과 기업이 추구하는 복장 규정이 같다’고 답했다.  
 
또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보기 중 가장 보수적인 의복 형태인 ‘슬랙스(헐렁한 정장 스타일의 바지)+셔츠(53.7%)’와 ‘슬랙스+상의 자유(58.9%)’를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했다. 남녀 모두 과반수가 복수응답으로 "하의는 정장 스타일의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반대로 보기 중 가장 자유로운 의복 형태인 ‘상하의 모두 자유롭게 입는 것’을 답한 응답자는 16.8%에 그쳤다. 
 
응답자 과반수가 자신이 바라는 출근복과 현재 기업이 추구하는 의복 규정이 같다고 답했다. [사진 중앙포토]
 
아무리 사내 분위기가 자유롭더라도 이 패션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꼽힌 복장으로는 복수응답으로 ‘레깅스(66.3%)’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민소매(58.9%)’, ‘짧은 치마(56.9%)’가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레깅스(70.1%)’를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는 ‘민소매(59.9%)’를 가장 꼴불견 패션으로 꼽았다.  
 
박보경 알바천국 마케팅실 설문 담당자는 “기성세대는 요즘 MZ세대가 배꼽티와 청바지를 입고 출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지만 시간(Time)과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춰 옷을 입는 ‘TPO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20대”라고 분석했다. 또 “아르바이트 유니폼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해, 자신들의 SNS에 올리는 등 MZ세대는 자신들의 근무 복장을 또 다른 멋으로 생각하고 이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패션보다 직장인으로 소속감 바라는 20대  

자율 복장이 확대되면서 출근복으로 다양한 색상 옷을 구입하는 직장인이 많다. [중앙포토]
 
철저한 사내 복장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응답자도 절반 가까이 나왔다. ‘사내 복장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54.6%로 더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응답자도 45.4%로 두 의견이 팽팽했다. 
 
사내 복장 규정을 원하는 이들은 그 이유로 ‘직종 특성상 복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77.4%)’임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업무 효율성을 위해(10.8%)’, ‘사내 조직원들의 소속감을 위해서(8.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특정일에만 어떠한 옷이든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데이’ 실시에는 대다수의 응답자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87.4%가 캐주얼 데이에 ‘긍정적’이라고 말했고, 12.6%만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매일 자유로운 것은 어렵지만, 어쩌다 하루 정도는 자유로운 패션으로 출근하고 싶다는 것이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7월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사진 롯데지주]
 
캐주얼 데이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이들은 ‘편안한 복장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38.1%)’를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서 ‘유연한 조직 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어서(30%)’ ‘나만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어서(12.2%)’ 등을 선택했다. 반면 캐주얼 데이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이들은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서(40.5%)’ ‘캐주얼 복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25.5%)’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학생 이연주(23)씨는 “기업에서 말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복장 자율화가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옷을 선택하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나선호(28)씨는 “경영직을 준비하고 있어서 정장을 구입했다”며 “교복 입었던 학창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를 입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인 ‘소속감’과 이어진다고 말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생존 욕구, 안전욕구, 자아실현 욕구 등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소속감이다. 이 같은 욕구는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요즘 MZ세대 역시 직장에 들어가서, 직장인들 대부분이 향유하는 정장 패션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한다. 정장을 입고 딱딱한 구두를 신으면서 직장인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보란 듯이 입고 다니는 ‘학교 야구점퍼’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학교 이름이 쓰여 있는 점퍼를 입으며 소속감을 얻고, 이를 통해 성취감도 느낀다. 불편한 정장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이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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