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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테이퍼링, 한국은 금리인상…카운트다운 시작됐다

미 연준 “테이퍼링 본격 논의 시작했다” 이르면 11월 예상
“곧 고용 시장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자산 매입 축소 시동
인플레·가계부채 우려에 연일 금리인상 명분 쌓는 한국은행
‘10월 인상설’ 가운데 정부 발언으로 8월로 앞당겨질 수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금리를 동결했다. [Reuters=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며 테이퍼링((tapering 자산매입·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통화정책 정상화 시동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빠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2월에는 테이퍼링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은행(한은)이 연일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인상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내 인상을 예고한 한은이 이르면 오는 8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 “테이퍼링 시점에 대한 토론에 진전 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2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회견에서 “기준 금리를 0~0.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FOMC 위원들이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시점과 방법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FOMC 당시 “논의를 시작할지에 대한 논의는 했다”고 밝힌 것에서 한발자국 더 진전된 발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FOMC 직전 델타 변이 대확산으로 연준의 테이퍼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마크 카바나(Mark Carbana) 뱅크오브아메리카 투자전략가는 코로나19 상황을 근거로 들며 “올해 4분기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갈 것이라는 연준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그랜트손튼의 다이앤 스웡크(Diane Swonk)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파월 의장은 델타 변이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 요인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파월 의장은 델타 변이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일축했다. 그는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부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는 있다”며 “지난해에 비하면 우리가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익힌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엔) 경제에 미칠 파장은 훨씬 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타 변이가 퍼지더라도 지난해 경험했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JP모건 “11월 혹은 연말에 테이퍼링 발표 예상”

이번 FOMC에서 위원들은 테이퍼링을 향한 진전이 이뤄졌으나 지속적인 평가와 함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테이퍼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일정 기간 2%를 완만하게 초과하는 물가와 최대 고용을 제시해왔다.  
 
연준은 아직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지난 12월 이후 경제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경제의 실질적인 추가 진전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백신 접종 증가 등으로 미국의 경제활동과 고용지표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며 “구인·구직이 모두 활발한 지금의 여건을 볼 때 조만간 고용시장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리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머지않아 상황이 테이퍼링 개시 조건에 부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FOMC 발표에 대해 JP모건은 “FOMC 정책 결정문에서 테이퍼링을 언급하며 ‘최근에 경제 진전이 있었다’라고 명시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며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결정에 한참 앞서(well in advance)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적어도 2번 FOMC를 거친 후 12월, 혹은 11월에 테이퍼링을 발표하리라고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르면 오는 9월 또는 늦어도 12월에 주택담보부증권(MBS)에 대한 테이퍼링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이어 국채에 대한 테이퍼링을 시행하는 2단계 테이퍼링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매월 1200억 달러(한화 약 137조원)의 자산(국채 8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을 매입하고 있다.  
 

한은, 보고서 잇따라 내놓으며 금리 인상 ‘시동’ 준비

이번 FOMC 결과에 대해 한국의 반응은 차분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9일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산 매입 변경의 시점, 속도와 구성 등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면서도 “테이퍼링 시기는 향후 경제지표 전개에 달려있으며 사전에 충분한 전망과 방향을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준비하면서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등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 따라 간밤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주가와 금리가 대체로 보합 흐름을 보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 델타 변이 확산, 미·중 갈등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테이퍼링 관련 논의가 지속되면서 조기 테이퍼링에 관한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고 있는 조짐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은은 금리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담은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빠르면 8월 이달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19일 발표한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 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소비 회복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하반기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불어난 상태에서 집값이 최대 20% 하락하면 소비와 고용은 4%씩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플레이션 위험과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하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융 불균형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연내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고평가돼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 흐름이 집값 상승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도 한은의 금리 인상 잰걸음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 조정’을 경고하며 “특히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관리 강화를 시행하게 되며 대외적으로 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통화 당국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가계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대규모 주택공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면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금리 인상 필요 느끼면서도 코로나 변이에 주저

경기를 확장해야 하는 정부, 특히 재정 당국은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다. 금리를 올리면 재정 효과가 떨어지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 고위 관료들의 ‘금리 인상’ 언급은 그만큼 자산시장이 ‘버블’(자산의 시장가격과 기본값 간의 괴리가 지속되는 현상)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성을 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집값 상승 기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정부측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인상 시점이 8월로 앞당겨질지도 주목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10월을 유력 시점으로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 2~3개월 후 금리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고승범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0.25%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마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언급하면서 8월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건은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일 넘게 네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델타 변이 비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학습효과’로 4차 대유행의 경제 타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달 27일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확진자 수가 과거보다 늘었지만,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어졌고, 대면 서비스 등 특정 부분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 달부터 집행될 2차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금리 인상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깔려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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