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코로난(亂)②] 취준생 “채용, 갑·을 아닌 평등하게” - 이코노미스트

Home > 정책 > 정책이슈

print

[중소기업 코로난(亂)②] 취준생 “채용, 갑·을 아닌 평등하게”

중기 “코로나 사태에 주52시간제까지 인력난 가중” 시름
신입 “변화 고려 않고 기업 입장만 고집해 구인난 자초”
MZ세대 “워라밸 눈높이 맞춘 중소기업이면 언제든 취업”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창구.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창구. [연합뉴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한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대사지만, 요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 직장인들 사이에선 퇴사하고 싶은 속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통한다. 일명 ‘퇴사 짤(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투리 이미지)’의 문구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다닌다는 사직서. 취업난 속에 열심히 스펙을 쌓아 들어간 직장이라도 ‘굴레와 속박’에 빠지면, MZ세대는 사직서를 쉽게 꺼내 들 수 있다. MZ세대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관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2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기업을 선택할 때 ‘연봉’(48%)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다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지’(40.8%)도 따져봤다. 
 
이런 MZ세대의 성향은 중소기업 인력난의 한 원인으로도 꼽힌다. 안 그래도 3D(힘들고·위험하고·더러운) 업종과 지방 영세 업체일수록 젊은 세대가 취업을 꺼리고 있는데, 이 와중에 정보기술(IT) 관련 대기업이나 게임기업들이 최근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인재 붙잡기에 나서자 중소기업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크게 줄고 있다.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328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신입사원 조기퇴사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사한지 1년 안에 퇴사한 신입사원이 약 6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취업준비생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이 채용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 입장만 일방적으로 고집해 인력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구인난을 겪고 있다면 구직자들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하면 되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구직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MZ세대 “명확하게 알려주고 제대로 보상해줘야”

“(상급자가) 보고서를 올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언제까지 제출하면 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내용을 작성하면 되는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가) 대뜸 짜증내면서 ‘일일이 숟가락으로 떠먹여줘야 하니’라며 제 면전에서 핀잔을 주는 거에요. 그 때가 입사한지 일주일 됐을 때에요.”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지 3개월 됐다는 1994년생 A씨는 "중소기업 입사를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 체계가 일정하지 않고, 회사 비전도 깜깜하다는 이유에서다. “정확한 일 처리를 위해선 최소한의 형식과 과정이 갖춰져야 하는 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기성 세대가 ‘눈치껏’ 일 하는 데 익숙하다면 MZ세대는 ‘명확한’ 지시나 설명을 요구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2030세대를 ‘내비게이션 세대’라고 규정했다. 다소 두루뭉술하더라도 직접 부딪혀 가며 업무를 체득한 ‘맵(지도)세대’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의 연봉체계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점도 MZ세대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다. 규모가 있는 몇몇 업체를 빼곤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최저임금에 가깝다. MZ세대의 눈엔 근로에 대한 가치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력만 착취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1992년생 B씨는 “일을 강요하는 회사가 대개 연봉도 적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네임 밸류(지명도)도 없는 데다 최저임금 정도로 생색내는 회사에선 나의 미래를 그리긴 힘들다”며 “같이 일하는 상사가 야근을 강요하는데 대기업은 ‘금융 치료’(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의 신조어)라도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991년생 C씨도 “회사에선 일한 만큼 돈을 주지 않는데 내가 굳이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며 “일에 대한 성과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보상이 겨우 퇴근시간 회식에 그치다 보니 일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다”고 했다.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787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신입사원 평균 연봉을 조사해보니, 올해 대기업은 지난해 수준에 그치고, 중소기업은 소폭 낮아졌다. 그 결과 대기업 대졸 신입초임 평균 연봉(4121만원)이 중소기업(2793만원)과 1328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격차가 지난해보다 3.9%포인트나 더 크게 벌어졌다.  
 
변지성 잡코리아 팀장은 “경기 변화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올해 인력 운영을 소극적으로 계획하면서 신입직 연봉 초임도 지난해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의 처우수준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점도 불만을 샀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인데도 채용 지원자나 입사자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2년째 취업 준비 중이라는 1994년생 D씨는 “기업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개인 정보와 포트폴리오를 낱낱이 요구하면서도 정작 지원자가 알고 싶어하는 기업 내 근로 분위기나 급여·복지 등은 명확하게 얘기해 주지 않는다”며 "구직자와 채용기업 사이의 관계에 정보 불균형,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에 코로나까지…신입 키울 여력 부족”

6월 기준 구직단념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취업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6월 기준 구직단념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취업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에 대해 중소기업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요즘 신입사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보상 제도와 복지 수준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MZ세대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중소기업 입장에선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가뜩이나 현장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입을 키울 여력이 없다. 신입 교육보다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외국인 근로자 공급마저 급감하면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돼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이 채용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 입장만 일방적으로 고집해 인력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구인난을 겪고 있다면 구직자들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하면 되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고 구직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MZ세대 구직자와 중소기업 간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MZ세대 취업준비생 1000명을 대상으로 ‘2021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 ‘임금 만족도’, ‘건강한 사내 조직문화와 사내 분위기’를 갖춘 중소기업이라면 입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이 50% 가까이 나왔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